<2021 저널리즘 주간> 넷째 날 행사는 미디어교육이 주인공이었다. 먼저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 권위자인 마이클 데주아니(호주 퀸즐랜드 공과대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의 ‘변화하는 상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기조 강연으로 콘퍼런스의 문을 열었다.
데주아니 교수는 SNS가 발달한 이후 위험한 정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음모론, 대안적인 치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 백신반대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알고리즘은 SNS 사용자에게 편향적인 정보를 노출하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한한다고 데주아니 교수는 주장했다.
데주아니 교수는 호주에서 전국 3,51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 리터러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호주의 성인 상당수가 두세 가지 이상의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SNS의 비중이 제일 높았다. 응답자들은 SNS가 다큐멘터리만큼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준다고 신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데주아니 교수는 “이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초점을 뉴스와 정보 매체에만 맞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21 저널리즘 주간>의 모든 행사는 유튜브로 생방송 중계됐다. 마지막 날 열린 ‘미디어교육, 세상을 비추다(Re:flect)’ 콘퍼런스의 마이클 데주아니 교수의 기조 강연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호주 현지를 연결해 진행됐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균등하지 않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즉, 고령자, 지방 거주자, 저소득층, 저학력자 등 취약 계층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데주아니 교수는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취약 계층의 교육을 우선시 할 것.
-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기적 교육이 아닌 평생교육이다.
- 다양한 기관과 커뮤니티가 전국적 단위로 협력해야 한다.
-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규제와 정책이 필요하다.
기조 강연 이후 열린 ‘미디어교육의 재구성’ 세션에서는 ‘뉴리터러시 학습: 미디어교육을 다시 생각하는 새로운 접근법’(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모두를 위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재구성’(최숙 타이밍포올(주) 대표이사), ‘부모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자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결정한다’(정선임 서강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등의 발표와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미디어교육을 어떻게 재개념화하고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들 모두 매체가 계속 늘어나고 변화해가는 현실에 초점을 두었다. 즉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단일한 것으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이제 비판적 읽기, 미디어 사용법, 미디어 사용의 규제 등은 별개가 아니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현주소에 대한 발표와 토론의 시간인 ‘세상을 비추는 미디어교육’ 세션으로 시작했다.
발표 주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을 위하여’(김아미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객원 연구원), ‘미마공(미디어마을공동체) 사례와 방향’(이경민 대감초 교사), ‘미디어 리터러시, 드디어 정규 과목으로 편성’(박한철 덕성여고 교사), ‘발달장애 학생의 스마트폰 세상으로의 여행’(이태수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교수), ‘쉽게 다가가는 팩트체크’(김유진 오산 원일중 학생), ‘내가 바라는 미디어 세상’(강윤서 부산 해강초 학생) 등이었다.
이 중 이경민 교사의 발표는 지역공동체와 연계해 학생이 주도하는 교육 현장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미마공’ 동아리는 유치원생·초등학생·중학생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동아리로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미디어교육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했다. 특히 교육 사례로 소개한 ‘프레임 이론, 가짜뉴스 이해하기’ 수업은 토론 참석자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수업에서 초등학생은 유치원생에게 지렁이에 대한 ‘프레임’을 전달한다. 동시에 그날 간식인 햄버거의 패티는 지렁이로 만들었다는 ‘가짜뉴스’도 곁들인다. 그 결과, 유치원생이 초등학생에게 햄버거를 모두 양보했다는 내용이다.
한편, 박한철 교사는 <청소년과 미디어> 과목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전국 최초의 정규 과목이라고 소개했다. 박한철 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정규 교과과정 속에 들어감으로써 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미디어교육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교육의 한 주체인 청소년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제3회 청소년 체커톤’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자신의 결과물과 발표를 선보인 자리였다.
먼저 ‘K체커’ 팀의 리더인 오산 원일중 김유진 학생은 “K체커 팀은 ‘혐오, 차별 표현을 멈추자’는 메시지를 또래에게 전했다. 게임·인포그래픽 영상·캠페인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전달이 부족한 부분은 의견을 수집해 계속 수정했다. 숙련도가 낮아 제작이 어려워도 학습을 해가며 계속 도전했다”고 밝혔다. 김유진 학생은 발표와 함께 인포그래픽 영상을 재생해 보여주었다. 많은 학생이 혐오 표현의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해본다는 내용이었다.
부산 해강초 강윤서 학생은 ‘기피 시설이 집값을 떨어뜨리는가?’를 주제로 전문가를 찾아 조사하며 팩트체크했다. 그리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영상을 만들어 ‘팩트’를 알렸다. 팩트체크 전후 해당 주제에 대한 설문조사도 시행했다. 강윤서 학생은 “어른들은 부적절한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학생의 인터넷 접근을 제한한다. 이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음에도 아이에게 전기가 위험하다면서 금지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미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인터넷 사용을) 금지시킬 게 아니라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윤서 학생은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의 사용을 막고 불을 피우도록 시키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전깃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강윤서 학생의 주장은 오전에 발표된 ‘부모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자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결정한다’에서도 강조한 내용이다. 해당 주제에서 정선임 발표자는 부모는 아이에게 무조건 규제를 가해서는 안 되며, 자녀와 소통을 통해 올바른 사용법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콘퍼런스의 공통된 의견을 정리하면 “모든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평생 이어져야 한다. 특히 취약 계층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 ‘발달장애 학생의 스마트폰 세상으로의 여행’에 대해 주제 발표한 이태수 교수에 따르면, 발달장애 학생은 스마트폰 소지율도 낮고, 미디어 접근에도 제약이 있는 등 미디어 사용에 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발달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반복 학습과 실습,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학습지를 활용한 학습 등 비장애인과는 다른 방법으로 교육을 실시한 결과 발달장애 학생의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정보 역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앞으로 기술 발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고, 미디어는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또한 어느 계층과도 끝없이 소통해야 한다. 소통의 시작은 어렵지 않다. 최숙 대표이사의 제언처럼 ‘자녀에게 좋아하는 게임을 물어’ 보며 바로 소통을 시작해 보자.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