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배움과 가르침을 이어오고 있는 덕성여고의 박한철입니다. ‘비판적 사고로 그린 밑그림에 향유의 물감을 더하여 창의적 표현과 소통의 붓으로 미디어교육을 채색하라’라는 거창한 목표를 품고 있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여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미디어교육대상(교육부장관상)을 주신 것은 더 열심히 해서 퇴직 전에는 그 목표를 달성해 보라는 ‘권면의 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처음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합니다.
<청소년과 미디어>는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주기 위해 새롭게 편성된 교과목입니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주로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교과연계형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제는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해 교육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0년 3월 교육부 교육과정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이제는 교육과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과목도 일정 절차를 거쳐서 가르칠 수 있게 됐습니다.
2020년 전반기에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의하여 <청소년과 미디어> 과목의 교육과정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도 2학기에 덕성여고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청소년과 미디어> 교과목 신설을 승인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교과서 개발에 대표 저자로 참여해 교육청의 인정 도서로 최종 승인받았습니다. 2021년 덕성여고에서는 <청소년과 미디어>를 교양교과군 진로선택과목으로 편제해 주당 2시간씩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인 《미디어와 사회》, 《함께 만드는 인터넷 세상》을 집필한 뒤 덕성여고를 통해 인정 도서 심사 신청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정규 교과목 편성이 불가능한 시스템이어서 이 교재들을 창체 시간에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규 교과에 편성해 체계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합니다. 더불어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절차 없이 <청소년과 미디어> 과목을 학교 교육과정에 편제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보람되고 기쁩니다. 또한 앞으로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이 정착되는 데 큰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청소년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이 전국 고등학교에 확산될 수 있도록 언론진흥재단, 서울시교육연구원, 서울중부교육청, 충북교육청, 전북교육청 연수,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세미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 수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학교 <청소년과 미디어> 교과목 교육과정 개발 자문 및 교과서 검토진, 교육청 미디어 관련 신설 과목 심사위원 등으로 참여하여 중학교, 고등학교의 연계성 및 체계성을 위해서도 노력중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청소년과 미디어> 과목 신설과 교과서 개발, 그리고 정규 교육과정 편성 노력 및 교육을 원활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 15년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 및 교과서 개발 경험이었습니다. 2005년 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와 사회》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인터넷, 뉴스, 소셜 미디어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교재를 20여권 이상 집필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교육청 인정 도서로 선정되어 각급 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됐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는 경기도 교육청 창의지성 정책 연구를 수행하면서 《창의와 소통의 숲에서 만난 미디어》라는 초중고 교재와 이를 토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이때 얻은 경험과 배움이 현재의 <청소년과 미디어> 교과서를 집필하고 가르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학교 동아리(미디어리터러시연구회, 미디어&메시지, 미디어와 교육 등)나 교과 수업(사회과, 진로과)에서 진행했던 교육 경험은 교재 개발의 토대가 됐습니다. 또한 오랜 노력 끝에 개발한 교재와 교과서는 저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더 업그레이드시켰으며, 다시 교사 연수를 통해 이를 공유하고 피드백 받고 새로운 교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로 미디어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교육 교과서 집필 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학교 교육 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미디어교육 현황과 미래 전략》(2013,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에서는 학교 미디어교육 부분을 맡아 학교 미디어교육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교실 수업 개선 방안 연구》(2015, 교육부)를 통해서는 학교 내 효율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방안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또한 《미디어교육의 재구조화》(2019,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에 참여해 파편화된 학교 미디어교육을 어떻게 하면 재구조화할 수 있을지 모색해 보았습니다.
더불어 한국언론학회 미디어교육 분과와 협업으로 《미디어교육과 교수법》(2006)이라는 책을 집필하여 교수법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냈습니다. 《고등학교 창의와 인성》(2012, 교학사) 교과서, 《고등학교 사회문화》(2012) 교과서 안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공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2018, 지금)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학교 미디어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동안의 연구와 경험을 종합하여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성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한 연구 활동은 저를 비롯한 많은 교사들이 왜 미디어교육을 해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 좋은 길라잡이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확산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교사 연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2003년 언론진흥재단의 연수를 시작으로 2021년에 이르기까지 기회가 닿는 대로 교사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연수(교육부, 교육청, 공공기관, 각급 학교)에 강사, 또는 학습자로서 적극 참여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주로 오프라인 연수를 통해 강의했지만 원격 연수가 도입되면서 2004년 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이러닝’(방송 및 인터넷 미디어교육 담당)을 시작으로 2020년 교육부의 ‘시민성 함양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중등)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량 함양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준비하면서 배우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적용하면서 배우는 교사 연수가 있었기에 제 수업을 좀 더 정교화 할 수 있었고 저만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모형도 만들어서 보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제가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카톰(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뉴스리터러시교육연구회(언론진흥재단 교수학습공동체), 미디어교육현장지원단(청소년정책연구원)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위원으로서, 연구회장으로서, 현장지원단으로서 제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고 또 다른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한층 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바라보는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이 새로운 실천의 다짐을 해봅니다.
∙부분적 교육이 아닌 유기적 연합체로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겠습니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 소통의 경계에 서있으면서 이리저리 건너다니는 교육을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미디어에 대해 관찰하고 성찰하고 통찰하고 이에 근거해 질문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학생들이 미디어를 보고 읽고 만들고 나누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미디어로 ‘나’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소통하고 사회의 문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로 그린 밑그림에 향유의 물감을 더하여 창의적 표현과 소통의 붓으로 미디어교육을 제대로 채색해 보겠습니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