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주차 케이팝 리뷰

에스파, 위너, 엔하이픈 등 5곡

by 박정빈

[2022년 7월 1주차]

엔하이픈 - Future Perfect
WINNER - I LOVE U
우주소녀 - Last Sequence
VIVIZ - LOVEADE
aespa - Girls




5.PNG aespa, [Girls - The 2nd Mini Album], SM엔터테인먼트, 2022

WEEKLY PICK!

에스파, 'Girls' : 8.3


단연코, 에스파(aespa)는 현재 케이팝 씬에서 가장 압도적인 음악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 팀이라 할 수 있다. 'Next Level'의 메가히트에 이어서 'Savage', 'Dream Comes True', '도깨비불'까지. 대중적 흥행과 작품성 양쪽을 모두 잡은 기념비적인 4연속 성공 신화다. SM엔터테인먼트의 노련한 A&R은 십수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가히 비대칭전력과도 같은 에스파라는 무기를 탄생시켰고, 그 가공할 만한 화력으로 2021년의 가요계를 초토화했다. 케이팝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법한 에스파의 거침없는 활강은 훌륭한 완성도를 지녔던 선공개곡 '도깨비불'로 2022년의 포문을 열며 그 기세를 다시금 지속시킬 듯 보였다. 그리고 'Girls'는 멋지게 그 기대에 부응해 보이며 화려한 성공가도를 잇는다.


에스파 세계관 내의 빌런 블랙 맘바(Black Mamba)를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으며 일련의 블랙 맘바 사가(Saga)를 마무리짓는 'Girls'는 뱀이 울부짖는 듯 강렬한 워블 베이스로 서막을 올린다. 호기로운 브라스와 함께 네 멤버들의 보컬이 차례로 교차하며 전의를 뽐내는 벌스에 이어 거친 디스토션 위로 지젤이 트리플렛 플로우(triplet flow) 래핑을 때려박는 초반 시퀀스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 준다. 그러나 비장한 프리코러스를 지나 등장하는 코러스의 매력은 그에 비해 다소 덜하다. 세 음절의 가사를 반복해서 부르는 후렴 구조가 전작 '도깨비불'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동어반복의 늪을 영리하게 피해 오던 에스파의 첫 실수다.


그러나 다소 헐거운 코러스의 아쉬움은 'Girls'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브릿지에 이르러 거의 완벽히 해소된다. 닝닝윈터의 긴박한 보컬 솔로 이후 전투적인 신스가 치고 들어오며 난동을 부리는 브릿지가 선사하는 청각적 쾌감은 가히 놀랍다. 사이버펑크 풍의 전장에서 블랙 맘바와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에스파의 액션 활극이 고스란히 사운드로 구현된 이 구간은 어딘가 한끗이 아쉬웠던 본작의 완성도를 단번에 한껏 드높인다. 이어 물오른 기량으로 빼어난 보컬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윈터를 앞세운 위풍당당한 마무리까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전개다.


상대적으로 덜 캐치한 후렴과 어두운 텍스처의 사운드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첫인상은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으나, 오히려 더욱 치밀해진 기획과 정교한 프로덕션으로 기어코 다시 한 번 청자를 설득시키고야 마는'Girls'는 이야기의 최종장이라는 무게감에 걸맞는 화려한 맥시멀리즘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선사하는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에스파라는 브랜드가 가진 폭발력은 본작을 통해 타 그룹들과의 비교를 불허하는 지점으로 솟아 올랐다.



1.PNG ENHYPEN, [MANIFESTO : DAY 1], 빌리프랩, 2022

엔하이픈, 'Future Perfect' : 3.6


하이브(HYBE)는 세련된 일렉트로닉 뮤직을 선보이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주 장르를 록으로 전환해 정체성을 잃게 하고, 'Drunk-Dazed' 등의 로킹한 넘버를 선보이며 평단의 호평을 얻고 있던 엔하이픈은 도리어 힙합으로 노선을 틀어버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을 펼쳐 왔다.


'Future Perfect' 역시 그러한 기조의 일환으로 아이돌 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시카고 드릴 장르를 차용하여 힙합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지만, 기본적인 래핑의 짜임새 자체가 조악한 탓에 힙합 음악으로서의 청각적 즐거움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초보적인 수준의 단순한 후렴은 다소 올드한 질감의 리드와 맞물려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보인다.


엔하이픈은 'Drunk-Dazed'를 통해 선배 그룹들과 뚜렷히 차별화되는 콘셉트와 완성도를 지닌 음악으로 온전히 인정받은 바 있는 팀이다. 그러나 하이브의 안일한 프로듀싱은 그 빛나는 잠재력을 진흙 속으로 덮어 버리고 있다. 평론 이전에 케이팝 씬에 깊은 애정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그저 안타까운 일이라고밖에는.



2.PNG WINNER, [HOLIDAY], YG엔터테인먼트, 2022

위너, 'I LOVE U' : 4.8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 열풍을 타고 대중들의 너른 사랑을 받아온 위너는 이번에도 동일한 접근법을 택했다. 그러나 'REALLY REALLY'를 비롯한 전작들의 탑라인이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던 데 비해, 'I LOVE U'의 멜로디는 다소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워 쉬이 귀에 꽂히지 않는다. 유니즌 코러스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후반부는 그나마 지루함을 덜어 주지만, 위너를 동어반복의 늪에서 완전히 건져 내기엔 역부족이다.


3.PNG 우주소녀, [Sequence], 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22

우주소녀, 'Last Sequence' : 6.9


지난해 'UNNATURAL'로 음악적 성숙을 증명해 보이고 올해 Mnet <퀸덤2>에서의 우승으로 가시적 성과까지 거둔 우주소녀. 묵직한 킥과 베이스, 세련된 리드가 어우러지며 진취적으로 전진하는 'Last Sequence'의 코러스 구간은 우주소녀의 기량이 무르익었음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후렴에 나머지 구간의 존재감이 묻히는 것은 아쉽지만, 우주소녀의 여정에 방점을 찍을 '마지막 시퀀스'로서 부족함 없는 풍족한 마무리.


4.PNG VIVIZ, [The 2nd Mini Album 'Summer Vibe'], BPM엔터테인먼트&스윙엔터테인먼트, 2022

비비지, 'LOVEADE' : 7.1


펑키한 베이스가 주도하는 미니멀한 비트 위로 차분하게 곡을 이끌어가는 'LOVEADE'의 프로듀싱은 구간 사이사이에 계속해서 변주를 줌으로써 지속적으로 청자의 텐션을 유지하는 노련함을 선보인다. 아날로그한 질감의 신스 음을 화려하게 운용하며 2010년대 초반 케이팝의 기억을 불러내는 브릿지는 그 중에서도 백미. 큰 낙차와 강렬한 맥시멀리즘으로 대표되는 최근 케이팝 프로듀싱의 동향을 거슬러, 평탄하고 미니멀한 구성으로도 청자를 확실하게 끌어당기는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LOVEADE' 성취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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