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돌을 찾는 문화의 연금술사
칼을 잡은 지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처음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와 같은 설렘이 벅차오르곤 합니다.
글을 작성하는 2024년 9월, 지금을 기준으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흑과 백, 백종원 심사위원과 안성재 심사위원, 맛과 작품성과 같은 상반된 바운더리를 가진 특징들을 한 작품에 훌륭하게 녹여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리를 배우고, 많은 경험을 하며 터득한 나름의 진리가 있습니다. 쉽게 풀어내고자 고민이 있었는데 때마침 흑백요리사가 나와준 덕분에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도 흑과 백을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파인 다이닝'의 정점과 '장사'의 정점에 서계신. 한쪽은 정말 <외식업계의 왕>. 한쪽은 <셰프들의 꿈>."
작품 내 심사위원이신 외식업계의 왕이자 장사의 정점에 서있는 요식업 출신 요리 연구가이자 더본코리아의 대표이신 사업가 백종원, 셰프들의 꿈이자 파인 다이닝의 정점에 서계신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 모수 오너 셰프 안성재를 보고 참가자가 말한 대사입니다.
같은 요식업을 하더래도 언뜻 보기에도 두 분의 영역은 극명하게 나뉩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두 심사위원의 충돌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백종원과 안성재 모두 동일한 심사 결과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왜 사람들은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는 이와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중들은 안타깝게도 대중성과 예술성의 관계를 쉽게 혼동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요리를 처음 배우면 대부분 파인다이닝을 상상합니다.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죠.
"이야~ 너 이제 TV에 나오는 셰프 되는 거야? "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요리는 파인다이닝과 거리가 멀죠.
국밥, 분식, 떡볶이부터 파인다이닝과는 다른 파스타, 고기 등등.
그렇다고 위와 같은 것들이 요리가 아닌 것이 아니고, 만드는 분들이 요리사가 아닌 게 아니잖아요.
또한 백다방 음료라고 심미적 요소를 무시하지 않고,
모수라고 가격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재료와 인력이 최고급 하이엔드이지는 않기도 하죠.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면밀히 알아보도록 하고,
결국 오늘 제가 하고픈 말은
예술 중에서도 특히 대중문화는
단순히 누구는 예술성의 길을 걷고,
누구는 대중성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닙니다.
두 요소의 결합 비율이 다를 뿐인데, 이 요소들이 문화라는 특성상,
무형성을 띄고 비직관이기에 어느정도 훈련된 소비자가 아닌 이상,
이를 쉽사리 구분할 수 없는 것이고, 혼동하곤 합니다.
특히 대중문화는 대중문화이기에 더더욱 소비자들이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 KPOP이 뭔지, 르세라핌 사태에서 누가 잘못한건지
- QWER이 왜 밴드라고 불려지고, 밴드가 아니고, 아이돌이라 자칭하지만 아이돌로 정의될 수 없는지에 대해
- 맨스티어가 랩을 하지만 힙합이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생기고 문제가 되는겁니다.
마치 아무리 맛있어도 간이 맞지 않아 밥이 필요한 반찬은 그 자체로 부족하기에 탈락이고,
비빔밥이라 칭했지만 비벼져 있지 않아 비빔밥이 아닌 이유와 같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추후에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대중예술가는 예술이라는 하나의 궁극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존재입니다.
그 과정이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두갈래 경로가 있죠.
일반적으로는 두 길이 서로 평행선처럼 만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꼬인 새끼줄과 같이, 일종의 나사산과 같이 서로 얽히고 설켜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유형화에 도움이 되도록 비유를 해보자면,
원뿔형 위 꼭짓점을 향해 가는 두 나선형 곡선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외식업계의 왕과 셰프들의 꿈은 이미 궁극적 목표에 이룬 사람입니다.
그 결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험과 시도 속, 필연적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수도 없이 마주쳐왔기에 서로 공통된 시야를 가지고 있고,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무엇보다 그 평가의 신빙성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과정이 다르기에 어느정도 차이가 있지만 이는 개성이라는 이름 하에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의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백종원 심사위원이 파인다이닝 요리사들을 평가해도 타당하고, 안성재가 급식대가와 같은 대중성에 치우친 음식을 평가할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저는 대중문화에 있어 이러한 분들을 현자의 돌을 찾은 연금술사라고 지칭합니다.
중세 시대 연금술사들이 찾던 한 물질을 어느 다른 물질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일종의 촉매.
돌을 은으로, 구리를 금으로 바꿔준다는 전설 속 물질.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적어도 대중문화에 있어서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자의 돌을 찾았기에 대중성과 예술성을 어느정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음악에서 찾아볼까요?
장르 음악가인 250과 FRNK, 빈지노만 봐도 바로 이해가 가시잖아요.
이미 속해있는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 예술성으로 인정받은 그들이
대중성 있는 음악을 한다고 실패했던가요.
시대를 바꾼 작품을 내놨잖아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기에 진부할 수 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글을 통해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자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소비자인 여러분들이 구별할 줄 아는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입니다.
대중은 정말 대단한 존재입니다. 분명 수준이 결코 낮지 않고 때론 전문가들마저 초월하는 의견을 내놓곤 합니다. 그들의 집단지성, 생각 깊은 곳에는 진리와 정답과 개념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기에 오류를 범하죠.
소비자인 여러분들의 그릇이 넓어질수록 문화가 발전하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소비자인 제가 행복해집니다.
당장 KPOP만 봐도 10년 전과 비교해 듣기 좋은 소중한 작품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지 않습니까.
이 발전이 전체적인 대중문화에 적용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환상적인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