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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와 뜨끈한 굴국

오늘도 쌉니다. 택배기사 남편 김기사 도시락

by EverydayRang 글밥집

햄계란볶음밥, 굴국, 오징어젓갈, 들깨가지볶음, 그리고 갓김치.


요즘은 유독, 날이 추워지니 뜨끈한 국물을 더 찾는다.

찬바람을 맞으며 오르내리는 계단들 사이에서, 배달 중간중간 이 국 한 수저가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그대로 ‘버티는 힘’이 되면 좋겠다.


오늘의 배달 시.




「인생살이」 – 용혜원


팽팽한 긴장 속에서

눈에 핏줄이 터지고 입술이 터지며

치열하게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나만 힘들다 한탄할 수 있지만

둘러보면 인생살이 다 그렇습니다


인생살이 함부로 실망하지 맙시다

인생살이 함부로 절망하지 맙시다

인생살이 함부로 좌절하지 맙시다


내가 찍은 발자국이 후회스럽더라도

부디 잘 견디면서

간절함 속에 그렇게 삽시다

걸어온 길보다 남은 삶이 짧습니다






도시락을 매일 싸지만,

그 안에 담기는 마음은 매번 조금씩 다르다.

조금 덜 피곤했으면 하는 마음,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오늘도 뜨끈한 한 그릇 후루룩 먹고

치열한 하루 속으로 나가는 사람에게.


무사히 돌아오면, 그걸로 충분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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