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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Dec 17. 2018

내가 아는 개

'출근견의 사회생활' 초대의 글



혁구를 처음으로 혁신파크에서 본 날이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대폰 사진첩을 다 뒤져보면 찾을 수 있을 법도 한데, 좀처럼 발견이 되지 않는다. 대략 (더워지기 이전의) 6~7월로 추정된다. 



혁구의 이름이 없었을 때, 나는 혁구를 ‘멍멍이’라고 불렀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강아지를 ‘멍멍이’라고 불렀고, 이름 없는 개들에게 ‘멍멍아’, 혹은 ‘강아지야’라고 부르는 것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워 보이는 이 멍멍이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희한한 멍멍이였다. 사람보다는 같은 강아지들을 좋아해서 심하게 들이대거나, 올라타려고 해서 가끔 주인들에게 혼나는 멍멍이였다.




기억 1.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출퇴근을 반복하였고, 이 멍멍이는 보이는 날도 있고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다. 

주로 출근길에 파크 안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가끔 동료와의 산책 중 그 개와 마주칠 때 누군가 ‘저 개는 누구 개지?’라고 물으면 ‘응, 내가 아는 개야!’라고 했다. ‘아는 개’라는 말이 이상하지만, 그 개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아는 개. 


그 개는 이미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혁신파크 사람들의 정성으로 길러져 ‘혁구’라는 이름으로 가장 자주 불리곤 한다. 물론 이제는 혁구도 나를 알아서 다행이다. 

개나 고양이가 떠돌다가 어느 날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세상에서 혁구를 구출하고 보호해준 분들이 너무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에 힘든 일이 있어서 혁구의 통통한 목살을 잡고 운 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이 존재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 붙잡고 우는 게 내 주특기이긴 하지만. 

인간의 언어와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 당연하지만 왠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2. 


혁구와 엉겁결에 한 첫 산책 날도 기억난다. 난 강아지 산책 리드하는 법도 잘 모르고, 그날 하필이면 휴대폰도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급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혁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인 푸르지오 아파트 쪽으로 나를 리드(?) 했고, 속수무책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푸르지오 공원에 마구 영역표시를 하고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갔다. 난 휴대폰도 안 가지고 나와서 불안하고, 얼른 다시 회사에 돌아가야 하는데 혁구를 리드 할 수가 없어서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늦가을이었지만 땀이 삐질삐질 났다. 처음에는 혁구를 안고 가려고 했는데, 몸에 힘을 딱 주면서 땅에서 안 떨어지려 했다. 그리고 안고 가기엔 혁구가 너무 크고 무거웠다.

50분 동안 나 혼자 끙끙대며 소동을 벌이면서, 왠지 혁구와 유대감이 생긴 것 같았다(이건 그저 내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고충은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공감받기 어렵다. ‘혁신견을 지켜보는 사람들’ 카카오톡 방에 있는 분들은 아실까? 



어쨌든 앞으로도 혁구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혁신파크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발견된 존재인 만큼 의미 있는 역할도 하는 강아지라면 좋을 것 같다. 가만히 있거나 산책하거나 자기에 혁구는 아직 젊고? 어리고? 가끔은 심심해 보인다. 


그리고 신장이 좋지 않고 아토피가 있는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두서없는 만남의 글을 마친다. 혁구를 위한 이런 자리가 열리게 되어서 참 신기하고 즐겁다. 



참가신청 : http://bitly.kr/B4XQ 

혁구 인스타그램 : @dogofseoul




작성자


김예인 (혁신견을 지켜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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