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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Jun 28. 2024

나를 엿보는 세상

지능적으로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아침 일찍 핸드폰이 울렸다.

잠결에 받아보니  우체국 택배기사라고  했다.  나에게 카드가 발급되어  전달해야  하니  몆 시쯤 가면 되는가 묻는 거였다. 난 카드를 발급받은 것이 없다고 했다.  현대카드인데 분명 내 이름으로 발급됐다고 했다. 난 지금 지방에  있는데 어디 주소로 온 것이냐고 물었다. 집 주소가 아닌 엉뚱한 주소지였다.

난 어느 누가 나를 사칭해서 카드를 발급받은 것이 아닌가? 더럭 겁이 났다.

전화한 택배기사에게  내가 신청한 것  아니니  카드를 배달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택배기사는 보이싱피싱을 당하신 것 같으니 카드회사에  사고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우편물봉투에  현대카드사고센터 전화번호가 있으니 알려주겠다고 했다. 난 그 번호를 받아 적었다. 1544-6522

난 친절한 보이스피싱 택배기사에게 감사하다고 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 번호로 전화를 했다.

냥한 상담원 아가씨가전화를 받는다. 현대카드 사고 접수팀인데  무얼 도와드릴까  묻는다.  난 자총지종을  이야기하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카드사 상담원이 인적사항을 묻고 본인확인을 하고선 보이싱피싱을 당하신 것 같다고 했다. 카드해지 신청을 본인이 직접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내 전화로  문자를 보낼 테니 링크된 것을  클릭해서  따라가 보면 된다고 했다.  근데 기다려도 문자가 안 왔다. 문자가 안 온다고 하니  다시 보냈다고 했다. 이번에 문자는 안 왔다. 문자가 안 온다고 하니 상담원이 이상하네  하며 그러면 내가 프레이스토어에서 어플하나를  다운로드하여 깔고  직접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무슨 어플이냐고  물었다. 헬프유라는 앱이었다. 다운로드가 끝나면 도와드리겠다고 상담원은  말했다.

난 플레이스토아에서 헬프유 앱을 찾았다.

설치하기 전에 어떤 앱인지 설명을 읽어 보았다. 원격지원하는 앱이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상담원에게 지금 급한 일이 있어 앱을 다운로드하고 십 분 후에 전화를 다시 할 테니 그때 도와 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앱을 만든 회사에 전화를 했다. 들어보더니 카드회사와 연계한 곳이 없다고 설치하지 말라고 했다. 다시  현대카드회사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했더니 사고팀에 그런 전화번호는 없다고 했다. 내 이름으로 카드발급된 것이 있나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아! 나에게도 보이싱피싱이ᆢ 이건  새로운 수법이다. 예전에는 혼자 단독으로 검찰이나  은행담당자로 사칭했다. 말소리도 어눌하고 북쪽 사투리도 좀 풍기고 했다. 이번에는 서울 표준말을 썼다.

얼마 전 개봉한 시민 덕희 라는 보이싱피싱 영화가 생각이 났다. 중국에서 한국 유학생이나  관광객을 붙잡아 가두어 놓고 보이싱피싱을 시키는 영화였다. 사투리를 안 쓰고  사냥하게 전화하는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당했다.

범죄는 더 진화해 이번엔 세분화했다. 택배기사역 따로 카드사 상담원역 따로이다. 웬만해서는 안 넘어갈 수 없다. 더욱이 나이 드신 분들은  십중팔구 당하기 십상일 것 같다.

앱을 깔면 원격지원으로  나의 전화기 모든 것을 보게 된다. 한마디로 똑같은 전화기가 두대가 된다는 말이다. 사진이나 카톡내용 전화번호  은행거래 등등 내가 전화기로 보는 것을 통화하는 것을 카톡 하는 것을  계좌이체하는 것까지 나와 범죄자는 동시에 같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내 정보를 이용해 나를 사칭하고  내가 아는 지인들에게 얼마나 많을 피해를 입힐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속아서 몆백만 원 송금하는 것보다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어찌 범죄가  점점 더 지능적이고  악랄해지는지 불안감이 폭증한다. 제대로 대처를 못하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경찰서에 신고도 하고 방송국에 제보도 했지만 어떻게 대처할지는 그들은 몫이다.

난 어떻게든 이 내용을 알리려 지인 카톡이나 단체카톡에 올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서로 널리 알려  피해 보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범죄조직이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난 과연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 때문에 피해 본 지인들은 날 원망하지는 않을까? 끊임없는  피해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순히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 이상의 엄청난 피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두려웠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앱이 전화기에 설치되어 나를 샅샅이  엿보고  있다면 내 인생도 망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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