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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셋째엄마처럼 Aug 21. 2021

23박 24일 전국 여행 - 경상북도 포항 편

추억을 공유하는 여행





인생 장소
인생 드라마



안동 수애당에서 아이들이 잠든 후 남편과 긴 대화를 나눴다. 다음 날 포항 여행을 앞두고 남편은 해병대 생각이 났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의 면회, 해병대 조교, 고마웠던 군대 선임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뭉클해졌다.




고단했을 2 간의  생활은 남편에게  영향을 끼친  같다. 지금도 새벽 5 6시면 눈이 떠지고 각잡힌  좋아하는  보면.. 전국 여행을 떠나기  남편은 경주에 가기  포항  들렀다 가고 싶다고 했다. 해병대 마크사에서 아이들에게 빨간 명찰도 만들어주고 싶고 '동백꽃  무렵' 촬영지 가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날, 수애당에서 정갈한 조식을 먹고 포항으로 향했다. 남편은 내비게이션 주소도 나오지 않는 포항 해병 서문을 ‘TV는 사랑의 싣고’처럼 더듬더듬 기억해내며 찾아갔다. 해병대 서문에 다다르자 여기가 맞는 거 같다고 기억이 난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16년 만에 인생 장소에 왔으니 얼마나 감회가 새로울까.. 제대하고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참 바쁘게 살았네.. 해병대 서문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아빠가 2년 동안 지냈던 곳이라고 설명해주고 기념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근처 마크사에 가서 아이들 이름을 새긴 빨간 명찰을 만들었다. 남편은 걸려있던 해병대 군복을 입어보며 사진도 찍었다. 아빠 추억이 담긴 곳이라 그런지 아이들도 재밌어했고 빨간 명찰도 좋아했다. 가족 채팅방에 해병대 서문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더니 해병대 의장단 출신 아버님께서도 오랜만에 들어본다고 반가워하셨다. 점심은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 짬뽕을 먹고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구룡포로 향했다.


 



남편의 인생 드라마 '동백꽃  무렵' 나는 드라마 중반부부터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남편에겐 인생 드라마라 촬영지에도  한번 오고 싶었나 보다. 남편처럼 인생 드라마인 분들이 많았는지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관광객들이 많았다. "~ 여기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인데~ 향미가 탔던 오토바이~" 남편은 좁은 골목길 사이로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생생했던 드라마  장면들이 떠올랐는지 폭염도 잊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드라마 속 장면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날은 무지하게 덥지 아이들은 빨리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졸라대지 내심 계단을 올라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올라가 보자 하고 올라갔는데 안 올라왔으면 인생 가족사진을 못 찍을 뻔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구룡포 풍경도 예쁘고 사진도 예쁘게 잘 나와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동백꽃 필 무렵 대사 中



경주로 가는 차 안에서 동백꽃 필 무렵 명대사들을 찾아보며 드라마를 회상했다. 포항에서 해병대 서문과 구룡포를 다녀왔는데 왜인지 모르게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사실 전국 여행 오기 전 한동안 남편과 대화도 없이 거리를 두고 지낸 적이 많았다. “너랑은 대화가 안 통해. 벽하고 대화하는 것 같아” 대화를 나눠도 가슴이 턱턱 막히듯 짧은 대화밖에 오가지 않았었다.





포항에 오기 전, 안동에서 대화는 서로에게 가시돋힌 말을 내뱉지 않고 그냥 편안히 듣고 말했던 것 같다. 함께 남편 인생 장소에 다녀오니 뭔가 남편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해야 할까. 서로 닫힌 문을 열게 된 것 같다. 포항이 이렇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되다니! 이제 나에게도 인생 장소가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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