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19-09
끝까지 함께 할 친구가 있나요
누가 임종을 지켰을까? 지난 봄 코미디의 대부 쟈니 윤의 부음을 듣고
떠올린 생각입니다. 일찍이 미국 NBC의 ‘자니 카튼쇼’에 동양인 최초로
발탁돼 꽃길을 밟았고, 국내에선 ‘쟈니윤 쇼’로 토크쇼의 새 장을
열었지요.
하지만 삶은 화려했어도 말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LA의 허름한
요양원에서 치매 등과 싸우다 홀로 쓸쓸히 눈을 감았습니다.
인생도 등산도 성공은 하산입니다. 돈 많고 높은 지체도 다 순간, 끝까지
잘 내려오는 게 성공한 삶입니다. 살아볼수록 그 이상의 가치가 없어서죠.
“너무 바쁜 사람과는 친구하지 마라.” 선배 분이 병상에서 아들에게
남긴 말입니다. 임종을 앞두고 친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왜 그런 말을 남겼을까.
죽음은 경험을 못하니 앞서 간 분들의 말에서 유추할 뿐입니다. 세계적인
갑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죽기 전,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후회를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오직 무소의 뿔처럼, 한 곳으로 치달리다가 삶의 잔뿌리를 내지 못한 겁니다.
위기의 순간에, 곁에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죠. 돈으로 산 친구는
돈 때문에 떠나지만, 가슴으로 만난 친구는 가슴이 아플 때 나타납니다.
톨스토이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에서 이를 말합니다. 임종을 앞둔 이반
일리치가 괴로운 건 용변을 볼 때마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겁니다.
이 견디기 힘든 일을 도와준 건 하인 게라심이었죠. 생각하니 내 처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해 준 사람은 게라심 뿐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잠들기까지 곁을 지키는 그에게 미안함을 표하자 게라심이 말합니다.
"우린 다 언젠가 죽잖아요. 그러니 주인을 위해 수고 좀 못하겠어요?"
이반 일리치는 게라심 같은 이가 곁에 있다는 데 큰 위안을 받습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일화도 있어요. 미국 내브래스카 대학의 한
학생이 Fortune이 주최한 '여성과 일'이란 주제의 강연회에서 세계적인
부호에게 묻습니다. “현 위치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성공을 어떻게
정의 하겠습니까?" 그의 답은 이렇습니다.
"누구는 원하는 것을 많이 얻는 걸 성공이라 생각하지만, 내 나이가 되면
알지요. 당신이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당신을 사랑해주면 그게
성공입니다. 당신은 세상의 모든 부를 다 얻고 당신 이름의 빌딩을 가질
수 있지만, 사람들이 당신을 생각해주지 않으면 그건 성공이 아닙니다."
버핏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도 전합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수용소에 수감됐던 유태계 여성이 있는데, 세상을 떠나기 전
내게 이렇게 말했어요. 워런, 나는 친구를 사귀는 게 너무 더뎌요. 왜냐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질문해요. 저 사람이 날 숨겨줄까?”
워런은 말합니다. “위험에 처한 나를 숨겨줄 만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면
성공한 거고, 반대로 아무도 당신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면 성공했다고는
말 못해요.” 학교를 같이 다니고 나이가 비슷해야 친구가 되는 건 아닙니다.
나이 차가 있어도 진정 마음이 통하면 가능한 것이, 워런 버핏은 25세나
어린 빌 게이츠를 친구라고 불렀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친구를 원하면서도 내가 그러한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는지는 깊이 생각지 않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무관심했던
지난날이 후회스러울 때가 되면, 친구는 내 곁에 없기 쉽습니다.
진정한 친구를 찾으십니까? 먼저 진정한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십시오.
대만의 한 잡지사가 노령인구의 빠른 증가로 인해 달라질 미래의 모습을
다룬 웹 영화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미래의 노후(친구편)’은
많은 독신 네티즌의 공감을 샀습니다. 영화는 성공한 4명의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노인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아들과 손자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들떠 정성껏 음식을 준비합니다.
준비를 다했는데 사정이 생겨 못 오겠다는 전화가 오고, 준비했던 음식들은
주인을 잃고 맙니다. 노인은 우중충한 하늘을 보다가 친구를 생각합니다.
색 바란 수첩을 앞뒤로 넘기지만, 같이 식사해줄 친구를 찾지 못합니다.
창밖엔 비가 오고, 결국 노인은 음식을 가득 차린 식탁에 홀로 앉아 식사를
하지요. 마지막 엔딩 자막이 뜹니다.
'마지막 30년을 함께 할 친구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