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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승안 Mar 27. 2019

01. 왜 그 나라 사람들은 고기 맛도 모르고 살아?

책 <마빈 해리스 - 문화의 수수께끼>  -  이유 있는 문화

제목 : 문화의 수수께끼

지은이 : 마빈 해리스, 박종렬 옮김

출판사 : 한길사


생활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원인들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나쳤던 주된 이유는
 모든 사람이 '그 대답은 신밖에 모른다'고믿어왔기 때문이다.

 

 힌두인이 소를 먹지 않고 무슬림이 돼지를 혐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소 숭배 법'이 있어서, 코란에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는 그들의 말을 우리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들의 식탁에선 닭고기와 더불어 '대표 고기'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맛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 다소 애잔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들은 왜 하필 많고 많은 고기 종류 중에서 소와 돼지를 피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근거를 종교적 이유가 아닌 문화상대주의의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피하게 된 이유는 "그렇게 되도록 문화가 적응해 나아간 결과"다. 좁게 말하자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종교적으로 관리된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저자 마빈 해리스는 문화가 출현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생태계'를 필수적으로 보았다. '생태계'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최적화된 세계를 말하는데, 그동안 세상의 모든 인류는 그들이 처한 지역적, 환경적 특성에 의해 각자마다 최적의 '생태계'를 꾸려왔고 그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고유의 생활양식을 만들어갔다. 이를 고려하였을 때, 단순히 힌두인과 무슬림은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금기시되는 동물들을 피하진 않았을 것이다.


문화의 수수께끼


배고프면 그냥 먹으면 되잖아!?

  그동안, 서방 세계에 있어서 ‘굶주리면서도 소를 먹지 않는 힌두인’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자멸적인 민족이라 여겨져 왔다. 인도 전역을 가득 메운 ‘자원으로서 쓸모없는 소’들과 그로 인한 농업 능률의 극심한 저하는 대규모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을 지향하는 서방세계에선 이해되지 않는 생활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생태계’는 암소의 도살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인도의 생태계에서 암소가 특별한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약 2억 5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소규모 농업경제에 이바지한다. 이들은 저마다 저에너지, 소규모 가축 위주의 농업체계를 유지하며 인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형편없는 구매력과 소유 자본이 그들에게 “트랙터”를 살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도 암소의 저력이 나타나게 되는데, 인도인에게 있어서 암소는 훌륭한 자원이 된다. 소는 밭을 갈기 위한 트랙터를 대신할 수 있으며, 인분은 훌륭한 연료가 되고 암소가 낳은 수소들은 성능 좋은 트랙터가 될 수 있다. 즉, 수소와 암소가 서방세계의 생산 공장이자 고에너지 시스템에서의 석유화학공업 기능을 도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힌두인에게 있어서 소를 먹는 것은 가뭄을 견뎌낸 뒤, 토지를 경작할 수단을 없애는 행동이자 인도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자원을 버리는 꼴이며 나아가 인간의 생존과 인도인들의 집단적 복지를 허무는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면에는 종교적 이유 때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돼지는 중동지방에서 기본적인 문화와 자연 ‘생태계’의 조화를 깨뜨릴 위험이 농후했다. 목축과 농업이 혼합된 경제 형태를 가지고 있던 그들의 조상은 정착식 농사를 짓기에는 너무나도 척박한 땅에서 살고 있었고, 자연스레 이에 적응할 수 없는 돼지는 기를 수 없었다. 또한 대부분의 사료가 인간이 먹는 것과 겹치고 젖조차 나오지 않았기에 돼지 사육은 인간의 생존과 ‘생태계’를 교란할 자멸적인 행동이었다.


'통제수단'으로서의 교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모두 매력적인 식품임에는 틀림없었다. 저자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수많은 힌두교인이 암소를 잡아먹었으며, 돼지고기 또한 중동의 사람들에게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이질적인 환경에서 ‘생태계’에 어긋나는 가축의 남용은 매우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였고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들의 욕구를 막고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적 교리가 이용되었다고 말한다. 계율은 인간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법이 인간 본능의 테두리 밖에 위치해있다면 계율인간 스스로에게 반성과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수단이다. 사람들이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계율로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암소 숭배”라는 계율을 통해 "저 에너지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힌두인의 삶을 유지하게 할 수 있었으며, “돼지고기 금기”는 인간의 사치와 비정상적인 비용을 줄이고 범죄를 막았다. 즉, 교리는 이러한 금기를 준수함으로써 특별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동질성을 높이고 집단으로부터의 이탈을 막아 최적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능으로서 작동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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