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라는 경전-3-
우리의 몸 안에서는 100가지 이상의 기능이 날마다 진자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능들은 정도는 다를지라도 모든 포유류가 갖고 있다. 시간 스펙트럼의 짧은 쪽 끝에는 뇌전도에서의 10분의 1초 단위의 뇌파 진자운동, 1초 단위의 기본 심장박동, 6초 단위의 호흡주기가 있으며 24시간 단위의 수면-비수면 주기를 이루는 다양한 수면 단계가 있다. 우리의 체온 역시 24시간을 주기로 하여 오르내리는데,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높이 올라가고 아침이 가까워질수록 낮게 내려간다. 시간 척도의 긴 쪽 끝에는 28일 주기의 월경과 365일 주기의 동면 활동 흔적이 있다.
인간의 수면주기는 개일(槪日)주기이지만, 생식주기는 대체로 ‘개월(circa-lunar)주기’ 또는 ‘개년(circ-annual)주기’이다. 실제로 ‘월경의’ 또는 매달의 뜻을 지닌 ‘menstrual'이라는 단어는 ’월경(menses)' 또는 ‘moon-th'가 축약된 말인 월(month0에서 나온 말이다. 28일 길이인 월경주기는 정확하지는 않아도 거의 한 달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있다. 사실 모든 영장류에게서 에스트로겐의 생산이나 체온의 변화 또는 배란 시기는 25일에서 35일 사이의 기간에 조절된다.
개일 주기 시계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태음(lunar) 생식 주기나 태양(solar) 생식 주기와 잘 뒤섞인다. 예컨대 사람들의 자연출생률은 오전 3시에서 4시 사이에 급증한다. 그리고 발정 주기와 배란 시기는 월경 주기 안에서도 하위인 개일 주기에 의존한다.
달에 근거한 이러한 주기는 우리의 근원이 해양임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앤서니 애브니는 말한다. 조수의 차에 따라 반응하는 굴(oyster)을 포함한 바다에 사는 생물체의 수많은 번식주기와 생식주기는 파도주기로부터 입력 신호를 받아들이며, 그것은 다시 달의 위치와 모양에 의해 조절된다.
초기 인류에게 보름 즈음의 시간은 제한되나마 사냥과 채취를 할 수 있었던 낮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삶의 조건이 그토록 어려웠던 만큼, 우리의 선사시대 조상들은 활용할 수 있는 낮 기간을 최대한 찾아낼 필요가 있었다. 달이 어두운 그믐 시기는 짝짓기 행위를 포함한 앉아서 하는 행위에 할당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생리학자들의 전문 용어를 빌자면, 달에 근거한 이러한 생물학적 주기의 동조는 번식주기와 관련되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신체적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의 발전을 이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두뇌가 달에 유사한 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앤서니 애브니는 아주 오래 전부터 월경 주기는 인간의 몸을 달빛에 결속시켜 놓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쓰는 단어 ‘월경(menstruation);은 달의 변화를 의미하며, 라틴어로 ’mens'는 ‘달’을 뜻한다. 독일의 농부들은 월경 주기를 그저 ‘달(die mond)'이라고 하며 프랑스에서는 ’달의 순간(le moment de la lune)'이라 한다. 달의 어느 위상 단계에 주기가 진행되는지는 여성마다 다르다. 하지만 한 여성에게 그것은 일정하다. 인류 초기 언제인가부터 여성이 적절한 달의 위상 단계에 월경을 하지 못하면 9개월 뒤에 아이를 낳게 된다고 두 가지를 연결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야에서는 260일 주기의 ‘촐킨(tzolkin)'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이는 그들의 달력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단위로, 인간의 수태와 출산 사이의 기간인 9개월과(265.7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초기 그리스인은 1태음월을 좀 더 정확히 3개의 순(旬) 또는 10일 기간으로 나누었다. 이는 손가락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는 오랜 서술적 명칭이 사용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이 기간을 각각 ‘차오름’, ‘중간’, ‘이지러짐’이라고 불렀다.
앤서니 애브니, 최광열 역, 『시간의 문화사』, 북로드,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