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출의 사회학적 의미

월경이라는 경전-5-

by 간서치 N 전기수

2007년 11월의 모 맥주 회사가 만든 몇 편의 CF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식이섬유 맥주 광고였는데, 전편은 휴양지에서 비키니를 입고 걸어가는 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 여성들의 시선을 표현했고, 후편에서는 역시 마찬가지로 술집에서 타이트한 원피스 미니스커트를 입고 홀을 지나가는 여성과 그녀를 바라보는 뭇 남성들과 여성들의 시선을 표현했다. 전편보다는 후편이 좀 더 사실적이었던 것은 중심인물인 여자의 몸에 주위 시선이 마치 프리젠테이션 때에 사용하는 레이저 불빛들이 점으로 여자의 몸에 많이 꽂히는 묘사였다.


1960년대 여성 운동이 시작한 후로, 여성은 자신의 몸의 주인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여성들 몸의 주인은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선(視線)이다. 여성의 몸이 대중 속에 드러나는 순간, 그 CF가 보여주듯이, 여성의 몸은 무수히 많은 익명성을 띠는 시선의 화살들이 꽂힐 과녁으로 바뀐다. 대중 속에 노출된 여성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공공장소 속에서 여성의 육체를 바라보는 여성과 남성의 시선을 연구한 학자가 있는데,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클로드 코프만은 해변에서 비키니 상의를 탈의하는 일명 ‘토플리스’를 소재로 해서『여자의 육체 남자의 시선; Corps De Femmes Regards D' Hommes』라는 책을 썼다. 저자는 말하기를, 여성은 세 가지 (성질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며, 남성은 각기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여성을 바라보며 망설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을 끊임없이 시도해본다고 한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인간이 이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장소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유물이기에 육체와 관련된 결정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여성들의 육체의 무늬가 남성의 망막에 비춰질 때, 남성들은 행간의 다양한 언어까지 해석하려든다고 말했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의미가 있으며 그에 따른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여성들이 방 안에만 있으면 모를까. 남성들의 시선의 파도치는 집 밖으로 나오는 이상 여성의 몸은 더 이상 자신의 몸이 아니다. ‘익명성의 시선’ 의 탕 속에 몸은 원하지 않게 담겨 진다.


여성의 첫 번째 육체는 기묘한 대상이며 육체에 대한 일종의 부정이다. 노출이 빈번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의 노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바로 이것이 문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설적 현상이라고 코프만은 말한다. 명동이나 압구정이나 젊은 여성들이 다양한 노출 패션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미적 기준과 연관된 유행, 보이지 않은 압력인 유행, 보다 몸을 드러내는 유행은 점차 여성 몸의 독자성을 잃게 한다. 노출의 보편성 속에 여성의 허락 없이 접촉만 하지 않는 마지노선 안에서, 노출된 여성의 육체를 음미하는 남성들의 관음적인 시선은 그들의 상상의 미각을 자극한다. 소설 『향수』에서 주인공의 마지막처럼 시선 뜯겨 여성의 육체는 분해된다고 하겠다.


여성의 또 다른 육체는 관능적인 육체, 곧 성(性)적인 육체이다. 에로틱한 모습에 한눈을 팔거나 집중적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관심받기를 원한다. 그러기에 시선을 받는 이유가 자신의 가슴 때문이건 다른 매력 때문이건 간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성은 비가시성이라는 보편화의 논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두 번째 육체, 즉 육감적 육체를 사용하고 연출하는 것이다. 노출한 여성은 이제 더 이상 비가시성은 효과를 잃고, 그녀가 갖고 있는 평범함과 자연스러움을 빼앗아버리고 육체의 미적 수준에 따라 평가된다. 이런 시선과 육체 속에서 남녀 간의 상호 작용은 익명성과 거리감, 그리고 침묵 속에 이루어지는 시각적 교류라는 특징을 갖는다.


여성의 세 번째 육체는 미적(美的) 육체이다. 보편성과 관능미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코프만은 여성의 아름다움은 미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학적 측면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예술작품의 모델이 되는 실존적 조화인 동시에 세상과 이루어나가는 조화로움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아름다움은 과시하는 경향이 있어, 타인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익명성의 시선이라도 육체에 머무는 것을 느끼게 될 때에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출하는 여성의 비율에 따라 아름다움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달리지는 미적 기준이지만 지금도 남녀들의 시선 속에서도 미적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프만은 여성의 세 가지 육체는 결코 분리되었거나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순환한다 한다. 여성의 노출에는 아름다움과 욕망의 두 가지 육체가 꿈틀대고 있다. 그러기에 어디서나 미적 ․ 성적 시선은 보편성의 장막을 찢는다고 코프만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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