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문을 향하는 화살표-여자의 다리

월경이라는 경전-23-

by 간서치 N 전기수

오늘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데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이 쏜살같이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갔다. 나는 가급적 쳐다보지 않으려 했지만, 본능이 이따금 고개들 들개 했다고 이 자리를 빌려 솔직히 고백을 하겠다.


최근에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옷차림에서 계절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추운 겨울에도 미니 스커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한의사들은 추운 겨울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게 되면 몸속의 기의 위치가 바뀌는 상화하택-더운 기운은 위로, 차가운 기운은 아래로 위치한 형상을 말함-의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이는 건강에 좋지 않은데, 특히 자궁이 차가워져서 여성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런데도 입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나이 들어 고생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넘어가겠다. 이는 내 아내의 고백이기도 하다.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를 더 말한다면, '페티시즘'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의 다리는 성적인 상징을 갖고 있다. 여성의 몸에도 삼각주가 있는데, 바로 다리이다. 다리의 관능미는 오랜 옛날부터 인식되어 왔다. 다리의 주요 기능은 서기와 걷기지만, 남성에게는 성적 관능미를 갖는다. 우리에게 『털 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데스몬드 모리스의 또 다른 저서 『벌거벗은 여자; The Naked Woman』는 여성 신체의 해부학적 부분들을 진화인류학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그는 그 책에서 다리가 섹스를 연상시키는 첫 번째, 그리고 가장 명확한 이유는 다리를 모으는 방식에 있다고 한다. 여자 다리의 움직임은 여자의 두 다리가 만나는 곳, 즉 음부에 모아지기 마련이며, 음부는 바로 남자가 가장 지대한 성적 관심을 보이는 부위이다. 따라서 여자의 다리는 음부를 가리키는 화살표나 손가락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솔직히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칼라힐의 책은 읽지 못했지만, 과거 김용옥 교수님의 글에서 토마스 칼라힐의 '의상 철학'이 말하는 옷의 기능 중 하나는 '옷을 입은 사람의 벗은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이것은 다시 앞서 말한 여성의 몸이 갖는 세 가지 속성-보편적, 성적, 미적-이 연상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여성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여성이 몸이 갖는 함의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1차 세계 대전 발발 후, 남성들이 전장에 나가고 남은 일터를 여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그 당시 일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꽉 조이는 코르셋과 점잖은 드레스였다. 폴 푸와레는 무릎 바로 아래 길이 정도의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던 치마의 길이에서 정강이를 드러낼 만큼 대담한 변화를 한 건 미적 욕구라기보다는 순전히 생존을 위해 무릎 아래 치맛단을 찢어낸 제인들에 의해서였다. 여기에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폭스-트로트’ 같은 양쪽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춤의 유행도 한몫을 했다.


1963년대 여성의 다리와 엉덩이를 강조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미니스커트를 최초로 내놓았을 때 메리 퀸트 여사가 여기까지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짧든 길든 치마는 모두 다리를 노출한다는 측면에서 섹스어필할 수 있지만, 다리가 더 많이 노출될수록, 다리가 만나는 지점, 즉 음부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데스몬드 모리스는 말한다.


미니스커트와 함께 ‘스키니 진’과 같은 타이트한 바지를 착용할 때도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바지의 경우 치마와 달리 음부 부위의 모양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다리가 강력한 관능미를 풍길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레깅스라는 스키니 진보다 더욱 타이트한 옷을 입고 외출하는 여성들을 자주 본다. 레깅스의 특성상 유독 여성의 음부가 도드라 보이는 'Y-존'이 만들어지는데, 요즘에는 이 점을 보완한 레깅스가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으로 치마가 개방된 느낌을 주는데 비해, 바지의 경우는 폐쇄된 철옹성 같은 느낌을 준다. 초미니와 망사 스타킹과 힐의 매치에 따라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데, 이와 같은 긴 다리는 섹스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한다.


초미니와 함께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인 니삭스, 스커트 밑에 입는 쫄바지인 레깅스, 망사 스타킹, 보온용 속바지인 힙워머, 스테퍼, 다리 마사지기, 슬림 패치, 제모 용품, 보디 펄 등 하체 관리 용품도 2~3배로 매출이 증가하였다. ‘다리 산업’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