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헌혈을 41년간 해오게 되었나(691회)

헌혈을 놓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 4가지와 691번째 헌혈 일기

by 황규석

그는 1985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빈 교실에 누워 첫 헌혈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헌혈을 하고 있다. 41년간 어떤 이유로 그는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헌혈을 하고 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 사람은 바로 나다.


1. '자기 존재감, 효능감'의 최상위 단계


나는 보름마다 헌혈한다. 그것은 내 몸이 건강하다는 가장 확실한 증명이다. 헌혈 조건(혈압, 혈액 수치 등)을 통과하기 위해 나는 평소 생활 습관을 절제하게 됩니다. 지하철역에서는 절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는다. 즉, 헌혈은 나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최선을 다하는 타인을 돕는 행위다. 동시에 '나 자신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강력한 자기 통제감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다. 난 이런 정기적인 활동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확인한다. 내 몸에서 나간 혈액의 성분이 누군가의 생명을 실제로 살리고 있다고 느끼고 확신한다. 이러한 피드백은, 세상에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최상급의 존재감을 나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2. 루틴을 통한 '심리적 안정'

일생의 목표로 헌혈을 지속하는 분들에게 헌혈은 하나의 의식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있어도 헌혈이라는 나름의 반복적인 루틴은 놓치고 싶지 않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정치적 소음이 시끄러워도 꼭 치러야만 하는 나름의 신성한 의식이다. 피곤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책임지고 완수하면 나는 나빠졌던 삶의 리듬도 회복하고 좋아진다. 이유 없는 불안감을 낮추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 삶의 만족도를 나름대로 회복하기도 하고 극대화되기도 한다. 헌혈을 하지 못하거나 놓치면 나는 정말 불안해하고 쫓기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제이자 의무가 되었다. 보름마다 돌아오는 헌혈은 변하지 않는 내 삶의 '상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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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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