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여운이 지금까지 가고 있다. 그리운 아들을 보러 아들이 영원히 잠들어 있는 곳을 다녀왔다. 한없이 울다 집에 와도 그 여운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했다. 뜬눈으로 날을 새고 무작정 가출(?)했다. 칸티가 펜이를 데려다준 곳은 고창! 드넓은 대지에 초록으로 물들인 청보리밭이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는 여리디여렸다. 블로그 기록을 보니 하늘의 별이 된 아들과 같은 공간을 찾은 때가 13년 전이었다. 당시 펜이는 코흘리개였던 아들과 마눌님을 청보리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곤 했다. 그 아들이 예까지 펜이를 불렀나보다. 보리길 사이로 난 황톳길을 오늘따라 한여름 같은 눈 부신 햇살을 받으며 걷는다. 지난 세월을 곱씹으며 한 발 한 발 뗐다. 평일이라 한산한 청보리밭은 힐링하기 딱 좋다. 축제는 5월 12일까지 이어진단다. 여름에 청보리를 수확하고 나면 메밀 씨앗을 뿌린다. 30만 평의 광활한 토지에 눈이 내린 듯 새하얀 솜털 꽃이 10월에 핀다고 한다. 가을에 고창을 또다시 찾아야 할 이유다. 청보리 사진 여러 개보다는 편집된 영상을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초록초록한 청보리와 알록달록한 바람개비 그리고 샛노란 유채꽃이 조화를 이룬 고창 청보리밭 안구 정화는 물론 심신을 릴랙스해줘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