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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마트

마터호른의 자태

by 김성진

굿모닝~♡


알프스의 도시 체르마트에서

산악 열차가

많은 사람들을 가득 싣고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애처로워

배에 힘을 잔뜩 줘 몸무게를 줄여보려

애를 쓰니

창밖 멀리 보이는 마터호른

부드럽게 웃으며

그냥 괜찮으니 힘 빼고 그대로 오르라고

손짓하는 듯합니다


기차로 오르며

사진으로 마터호른을 담아보는데

하얀 구름이 곁에 붙어 조롱 피우 듯하더니

중간역에 내려

눈길 걸어 가까이 다가가니

구름 친구들 불러와 가까운 조우를 방해하여

하얗게 감싸 안아

오롯이 저만 보려고

마터호른의 눈에 구름을 두르는 듯합니다


여전히

하늘은 파랗게 시원하지만

하얗게 피어난 구름은 이제 거의 채워져 마터호른의 신비로운 모습을

희미하게 가려놓아

계곡과 하늘과 구름이 만들어낸 하트로

구름에 가려진 아쉬움을 달래는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소원을 비는 돌탑만이

차가운 정상을 지그시 지켜가는 듯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체르마트 도심으로 내려와 거리를 배회하며

맛집을 찾아보니

스테파니 크레페가 있습니다

엉성한 영어단어 몇 개 섞어 주문을 넣다

포기하고

가장 단순한 시나몬을 시켰는데

은근한 맛이

갈증에 지친 혀를

달짝지근하게 만족시키는 듯합니다


깨끗하고 아담한 체르마트는

고풍스러운 건물과 자연이 알차게 어울려

참 조화롭다는

느낌이

멋진 아름다움으로 남아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듯합니다


체르마트

모든 것이 기억에 남고 좋았습니다

삶이 쉽지는 않지만

기억하고 또 기억에 남는 좋은 하루를

부지런히 응원합니다


마터호른이 구름에 가려지고 있음
구름과 계곡이 만든 하트, 열차에서 만난 스키가족
정상에 만들어진 소원의 탑
알프호른 재활용 공동묘지
크레페 가게와 주인, 지폐만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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