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과 함께 한 첫 번째 유럽
여행할 때 여권을 몸에서 떼놓으면 안 되는 이유
by
금선
Sep 8. 2020
두 딸을 데리고 유럽으로
.
..
해외여행이라고는 일본 후쿠오카와 태국 방콕으로 패키지여행을 가 본 경험밖에 없던 내가 첫 유럽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심지어 영어도 못하면서 간 크게도 초등학생 딸 둘을 데리고 자유여행으로
말이다.
2006년
8월 초
11살, 13살 두 딸과 방콕을 경유해서 런던으로 가는 타이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비행한 지 세 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대만 타이베이에 착륙하더니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하였다.
기내 방송으로 뭐라고 하고 승무원도 설명을 해주긴 하는데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고 청소를 해야 하니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탑승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태국 비행기가 왜 대만에서 기내 청소를 하는 거지? 어리둥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소지품도 다 놔두고 딸들과 내리니 어떤 대기실 같은 곳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경유지가 아니니 화장실 말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도 하지 못하고 대략 2시간가량 대기했다. 마침내 승객들을 차례로 탑승시키기 시작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우리가 탈 차례가 되었는데...
헐! 여권이 없어서 탈 수가 없다고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다행히 복대에 내 여권은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불편해해서 작은 가방에 넣어놨었는데 급하게 내리느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ㅠㅠ
항공기에 연결된 통로 옆 대기실에 있다 바로 타는 건데도 여권이 필요할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승무원은 단호하게 안된다고만 하였다.
다른 승객들은 다 타고 우리만 남아 있었다.
"
내
딸들이다. 여권은 비행기 안에 있다. 어디로 이동한 적도 없다. 잠시 내리는데 여권 필요한 줄 몰랐다."
안 되는 영어와 온갖 바디랭귀지를 동원해서 해명을 했다.
그땐 정말 절박했었다.
딱 봐도 어린애들이라 봐준 건지 불쌍해 보여서인지 한참 후에야 들여보내 주었다.
우리 애들 국제 미아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아이들은 또 얼마나 무서웠을까? ㅠㅠ
해외여행할 때 여권은 절대 몸에서 떼놓지 않고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세 시간가량 더 걸려서 경유지인 방콕에서 환승하고
다시 12시간 정도 더 비행을 한 후에야 겨우 마지막 목적지인 런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출발한 지 거의 20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도착한 것이다.
체감상으론
한 이틀은 지난 것 같았다.
아무튼 타이 항공을 타고 런던으로 가는 도중에 타이베이에서 국제 미아가 될 뻔한 웃픈 사건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도착하긴 해서 정말 다행이다. 휴~
여행의 시작은 이러했다.
큰 애가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유럽 배낭여행을 보내주는 게 어떨까 얘기가 나왔다.
마침 학교 후배 부부가 영국 런던에 살고 있었다
.
그리고 친한 선배가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중이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보내 주기로 결정하고 의논을 하였다
.
어쩌다 보니 런던 후배의 집에서 일주일, 그 후 선배 여행사 서유럽 단체배낭 16일 일정에 합류했다가 영국에 돌아온 후 다시 일주일 지내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거의 한 달 동안의 긴 여행이 계획되었다.
오오
! 대박!!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 출도착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비행시간은 좀 길지만 알아봤을 때 가장 저렴한 타이항공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실수였다...ㅠㅠ
건조한 기내 공기, 좁은 좌석, 허리도 아프고 답답하고...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라 이렇게 힘들지 상상도 못 했었다.
몇 번의 해외여행을 경험해 본 지금 생각해보면 비행시간은 최대한 짧은 게 좋은 거 같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글맵, 통역 앱도 없는데 무슨 배짱으로 두 아이들과 가겠다고 한 건지...
처음엔 어릴 때부터 책으로만 접했던 유럽이라는 신세계를 갈 생각을 하니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컸었다.
하지만 이 낯선 곳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많이 되었던 것 같다.
혼자서 두 딸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힘들게 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때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제대로 여행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만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도 나를 신경 써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같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유럽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낯설고 두려운 게 아니라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두 딸과 함께 걸었던 파리의 샹젤리제, 스위스의 숲길,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들판에서 고호에 대해 얘기했던 일. 프라하의 지하철 앞에서 같이 먹었던 핫도그, 로마 나보나 광장의 야경과 피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젤라토 등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햇살처럼 환하게 웃던 그 당시의 두 딸의
얼굴...
이전에 몰랐던 여행의 기쁨을 모두 아이들과 함께 했다.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해 준 그때의 여행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처럼 곁에서 함께 해 주는 우리 딸들에게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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