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우리 형제, 평균나이는 65세?
지난 주말에 다니러 온 아들을 일요일 아침 일찍 기차역에 데려다주었다.
그 길로 내달려 순창 강천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언니, 형부들이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
오전 아홉 시나 되었을까?
벌써 찰밥 도시락에 꽃게탕, 장아찌를 펼쳐놓고 자연 속 아침식사를 재촉한다.
어김없이 큰언니의 찰밥이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
둘째 언니가 자랑하는 시래기 꽃게탕도 꿀떡꿀떡 밥숟가락을 키운다.
통통한 매실을 반 갈라 씨를 빼고, 새콤달콤 삭힌 장아찌가 셋째 언니네 시골집 매실초록색 그대로다.
넷째 언니는 부득이 같이 오지 못했고 나는 자매 중 막내 다섯째다.
남동생 부부는 갑자기 장례식장에 들르게 돼서 좀 늦겠다고 했다.
막둥이 남동생은 멀리 있으니 큰일 아니면 참석이 어렵고......
우리는 칠 남매다.
막둥이가 쉰다섯을 넘겼으니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다.
부모님은 칠 남매를 두고 오륙십 대에 돌아가셔서 자손이 번성하는 것을 못 보셨다.
지금까지 살아계셨더라면 호강시켜 드렸을 거라고, 우리는 늘 아쉬운 마음을 주고받는다.
순창은 전북의 남단, 노령산맥의 동쪽 산간지대에 있다.
섬진강을 품고 있어 산새가 수려하고 물이 좋아 고추, 고추장의 명산지이기도 하다.
순창은 강천산(583m), 회문산(837m), 채계산(342m), 용궐산(645m), 추월산(731m)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와 산자락이 겹겹이 펼쳐져 자동차 드라이브만으로도 힐링효과 만점이다.
우리가 찾은 강천산엔 왕복 5km 정도 되는 산책로가 정비돼 있다.
맨발 걷기도 가능하고,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눈과 귀가 끊임이 즐거웠다.
큰언니 부부를 발 담그고 놀만한 놀이터에 머물게 하고 네 명이서 '구장군 폭포'까지 맨발 걷기로 다녀왔다.
중간에 멋진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여러 그루 서있어 청량한 기분과 함께 가슴이 탁 트였다.
점심을 먹으러 순창읍내로 나왔다.
남동생부부도 합류했다.
맛집으로 유명한 다슬기탕집 앞에서 한 30분쯤 웨이팅을 해야 했다.
과연 시원한 국물과 수제비가 참맛이 났다.
다슬기탕을 뚝딱 잘 먹고 다시 강천산 입구에 있는 '강천 힐링스파'로 향했다.
따뜻한 족욕과 오침으로 피로를 날리고 이번에는 회문산으로 달려갔다.
회문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휴양림 내 '은행나무집'이 하룻밤 우리 집이다.
언니들이 지게지게 장만한 저녁을 차린다.
주메뉴는 삼겹살 수육이다.
종일 참았던 시원한 맥주와 전주모주, 싱싱한 묵은지, 각종 쌈채소에
부들부들 삶은 고기를 얹어 꿀맛 같은 만찬을 즐겼다.
늘 똑같은 레퍼토리 옛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취침준비가 끝나고 나란히 누워 얼굴에 영양팩을 올렸다.
똑같이 닮은 자매들의 얼굴이 일본귀신같이 무섭고도 우스워 숨이 넘어간다.
다 같이 늙어가는 소중한 가족들의 음성이 창밖 계곡물소리에 묻어 한없이 흘러가는 밤이었다.
늦잠 없는 어른들이라 모두 일찌감치 일어났다.
누룽지를 끓여 한 대접씩 아침을 먹고 나섰다.
계곡을 따라 윗길로 산책을 간다.
월요일 아침시간, 산책하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다.
회문산 정상으로부터 2km쯤 아래 '회문산 역사관'이 있었다.
닫혀있는 유리문을 밀어봤더니 문이 열렸다.
환풍기 소리가 잉잉거린다.
자율적으로 관람하는 곳이어서 안내문을 읽어보고 불을 켜고 둘러보았다.
회문산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같이 부침이 많은 역사를 간직한 산이다.
천주교인 박해역사의 성지,
동학농민 혁명 지도자들의 출생지이며 활동지,
6. 25 전쟁 말미에 빨치산 주둔지......
언니들도 전시내용에 관심이 많았다.
역사관 내부를 찬찬히 살펴보고 전등을 끄고 돌아 나왔다.
관리인도 없는데 청결하고 쾌적한 시설이 맘에 들었다.
우리가 산책을 하는 동안 '무더위에 주의하라'는 재난문자가 왔다.
우리는 코웃음을 쳤다.
녹색의 숲 속에, 투명한 계곡물이 찰찰 흐르는, 숲길을 걷는 우리에게 무더위라니?
은행나무집으로 돌아와서 퇴실준비를 했다.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늑장을 부리면 안 되지.
알뜰살뜰 1박 2일 최저가 여행 마무리도 일사불란하고 야무지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모든 것이 마침맞다.
다음 여행도 모두 건강하게, 모두 참여하기를 소망한다.
회문산 자연휴양림 은행나무집에,
처음 입실했을 때처럼 깔끔하게 정리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마치고 키를 반납하고 무더운 도시를 향해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