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에 대한 글을 쓸지 말지 꽤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은 제가 맞춤법 전문가(?)가 아니기도 하고요, 맞춤법 콘텐츠는 잠깐만 검색해봐도 수만 개가 나오니까요. 또, 형식보다는 담고 있는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력한 맞춤법 빌런을 만나면 이 생각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건, 어쨌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란 확신 때문입니다.
그간 글 쓰는 직무를 해오면서 이놈의(?) 맞춤법이 사람 여간 귀찮게 하는 게 아님을 몸소 깨달았어요. 개인 SNS에 올리는 글이면 상관없지만 회사를 대신해 쓰는 글이니 맞춤법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잖아요. 맞춤법 검색에 쏟은 시간만도 얼마인지 모르겠으며 틀린 맞춤법 탓에 곤란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맞춤법은 통달한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간이니 어미니 의존명사니 활용형이니, 어려운 말 없이 쉽게 설명하는 능력도 생겼고요.
대단한 능력은 아니지만, 맞춤법 검색에 허비될 누군가의 시간을 절약해 주리라 생각하며 나누어 봅니다.
(주의)
다소 야매(?) 설명이 포함되어 있으니, 감안해서 읽어 주세요. 혹시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 주세요.
(시작)
‘되'냐 '돼'냐 헷갈릴 땐 그 자리에 '하'나 '해'를 넣어 보세요. '하'일 때 더 자연스러우면 '되', '해'일 때 더 자연스러우면 '돼'가 맞습니다.
(예)
안 되겠니? → 안 해겠니? <<< 안 하겠니?
지금 시간 돼요? → 지금 시간 하요? <<< 지금 시간 해요?
직장인이 카톡으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내일/담주에/휴가 끝나고 봬요'가 아닐까 합니다. 근데 이걸 '뵈요'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세상에 '뵈요'는 없어요. '뵈어요'와 그것의 준말 '봬요'만 있을 뿐.
'뵈'/'봬'가 헷갈린다면 이것도 위의 '하'/'해' 호환과 동일한 방법으로 구분해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예를 살펴보시면 이해가 될 거예요.
(예)
내일 봬요. → 내일 하요 <<< 내일 해요
어제 뵀어요. → 어제 핬어요 <<< 어제 했어요
회사에서 뵐게요. → 회사에서 핼게요 <<< 회사에서 할게요
바로 뵐까요? → 바로 핼까요? <<< 바로 할까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다음 주에 해겠습니다. <<< 다음 주에 하겠습니다.
'데'는 쓰이는 데(곳)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데요. '데'를 '것, 곳, 일' 등으로 바꿔서 뜻이 통하면 띄어 쓰는 게 맞습니다.
(예)
나눈다는ˇ데 보람을 느낀다 → 나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일 잘하는ˇ데로 유명하다 → 일 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윗사람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는 건 '결재'입니다. 돈을 지불하는 게 결제이고요. 헷갈리면 '독재자한테 재가받는 게 결재다'라고 생각하세요. 실제로 독재, 재가, 재량, 재판에서의 한자 '재'가 모두 결재할 때의 재입니다.
'이에이에이에' 계속하면 '예'가 되잖아요? '-이에요'도 줄어 '-예요'가 됩니다. '-이예요'는 안 되고요. '이에'가 합쳐져서 '예'가 됐는데, '이'가 남아 있잖아요. 아 그런데 이게 앞 단어 끝 글자의 받침이 없는 경우에 한합니다. 받침이 있을 때는 줄이는 게 아예 안 돼요. '-이에요'만 됩니다.
하나 더, '아니예요'도 잘못된 표현입니다. 앞에 '이'랑 비슷한 '니'가 있잖아요. '이예'가 안 되니까 '니예'도 안 돼요. '아니에요'가 맞습니다.
정리하면,
대리이에요(O), 대리예요(O), 대리이예요(X)
사람이에요(O), 사람예요(X), 사람이예요(X)
아니에요(O), 아니예요(X)
로서/로써도 많이 헷갈리는 맞춤법이죠. '생물 뒤는 로서/무생물 뒤는 로써'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무생물 뒤에 '-로서'가 붙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백 퍼센트 확실한 구분법은 아닙니다. 이보다는 '자격'인 'as'의 뜻을 가질 때는 '-로서', '~를 가지고(수단, 방법)'인 'with'의 뜻을 가질 때는 '-로써'로 구분하는 게 비교적 더 정확합니다.
(예)
이게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는가? → 콘텐츠의 '자격(as)'으로 가치가 있는가?
여러분에게 콘텐츠로써 보여 드리겠다 → 콘텐츠라는 '방법(with)'을 통해 보여 주겠다
** '-로서'를 넣을지 '-로써'를 넣을지 정히 헷갈리는 상황이라면, 틀리게 쓰느니 아예 안 쓰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게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는가?'는 '이게 콘텐츠로 가치가 있는가?' 이렇게 쓰면 되니까요. 얼마든지 안 쓸 수 있습니다. 어려우면 피합시다. 복세편살!
재고/제고 둘 다 직장인이 많이 쓰는 표현인데 그 뜻이 다르니 구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번 프로모션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시키고자 함'과 '이번 프로모션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키고자 함'은 둘 다 맞는 표현이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이냐에 따라 선택해 쓸 수 있겠죠. '재고'를 쓰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함이고, '제고'를 쓰면 이미지를 좋게 끌어올리고자 함의 뜻이겠습니다.
재도전할 때 '재'가 들어가니까 '재고'는 '다시 생각하는 거다' 이렇게 외우면 쉽습니다.
업무 중에 '한 번'이라는 단어를 의외로 많이 쓰게 됩니다. '한 번에 다 된다', '한 번에 이만큼 상승했다' 이런 뉘앙스의 표현을 많이 써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이 '한 번'의 띄어쓰기도 굉장히 헷갈립니다. '한번'이라고 붙여서 쓰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디 한번 해볼까?', '한번은 그런 적이 있어'와 같이, '기회나 시도'의 의미 혹은 '지난 어떤 때'의 의미로 쓰일 때요. '1회의 뜻일 때의 한 번'만 '1번 띄어 쓴다'로 외우면 쉽습니다.
정리하면,
한ˇ번 구독하면 평생! (1회의 의미일 때)
얼굴 한번 보자 (기회나 시도)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지 (과거의 어느 때)
금새인지 금세인지 헷갈리죠? '금시에'의 준말이므로 '시에'가 줄어 '세'로 외우면 쉽습니다. 금세 외웠죠?
‘지’를 앞말에 띄어 써야 할 때도 있고, 붙여 써야 할 때도 있는데요. 시간의 경과를 의미할 때는 띄어서, 인지 아닌지의 의미일 때는 붙여서 씁니다.
(예)
너를 잊은ˇ지도 오래다. → 시간의 경과
너를 잊은지 모르겠다. → 인지 아닌지
쉽게 외우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시간의 경과는 뭔가 여운이 느껴지잖아요? 그러니깐 한 숨 쉬고(띄고) 쓰는 겁니다.
'제30회', '제2의 법칙' 등 '제'를 쓸 때는 뒤에 오는 숫자와 붙여 씁니다. 제발을 붙여 쓰니 제팔(8)도 붙여 쓴다고 외웁시다.
(끝)
(사족)
맞춤법 검사기 이용하는 분들도 많죠? 물론 웬만한 건 검사기를 통해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기가 문법적 오류까지 완전히 잡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맹신하거나 의존하지는 마세요. 크로스체크용으로만 사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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