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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Jan 07. 2021

나는 왜 직장인이 되고 싶었을까 #1


나는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체육특기생 출신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평범한 학생들과 다른 삶을 살았다. 내 책상은 늘 맨 뒷자리였고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자는 게 일상이었다. 책가방 따위는 필요 없었고 3교시가 끝나면 유유히 학교를 빠져나왔다. 점심시간 학교 학생들이 식당으로 전력질주할 때 나는 도로 위를 전력질주하고 있었고, 친구들이 모의고사를 준비할 때 나는 대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흔한 소풍 한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고, 그래도 수학여행은 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참석하곤 했었다. 같은 나이, 같은 학생이었지만 다른 삶을 살았고, 항상 소외되는 기분을 느끼곤 했었다. 평범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하기 싫어했던 야간자율학습도 해보고 싶었고. 야자가 끝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교하는 것까지 친구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 그 시절 나는 왜 그렇게 평범하고 싶었을까. 그 평범한 일상마저 나는 늘 부러웠다.


체육 분야가 유명한 대학이면서 다양한 전공이 있는 종합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나는 여전히 체육특기생이었지만 소외감을 느꼈던 중고등학교 시절보다 나름 만족하면서 대학생활을 했다. 교양수업을 들을 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같은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체육특기생은 대부분 대학교 졸업 후 실업팀 선수로 진출한다. 보통 XX 시청, XX 체육회 와 같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동시에 운동을 하는 스포츠 단체라고 볼 수 있다. 나에게도 몇몇 단체에서 스카우트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하고 군대를 선택했다. 


체육특기생 특성상 마음대로 휴학을 할 수 없었기에 4년의 대학생활을 꽉 채우고 군대를 간다는 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가 한 명 있었다. 그 선배는 나처럼 체육특기생으로 학교생활을 하였으나 대회 성적이 부진하여 ROTC로 진로를 변경하였다. 선배처럼 ROTC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4학년이었던 나는 ROTC를 할 수 없었다. 선배는 ROTC 대신 학사장교라는 제도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4학년 2학기 동안 학사장교 시험을 준비하였고 마침내 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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