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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Dec 20. 2020

그랬었나 싶다.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글쓰기에 관심을 갖거나 큰 꿈이 생긴 건 처음이다. 솔직히 정말로 매일매일 나는 왜 글쓰기를 하려고 할까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한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내 인생에 글쓰기와 연관되어 있던 사건이 무엇이 있었을까 과거를 회상해보았다. 기억나는 사건들이 몇 가지 떠오른다.


첫 번째,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숙제로 방학기간 썼던 일기를 제출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나의 일기 한 부분을 학교신문에 실게 되었다고 칭찬해 주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일기 내용은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나가 심부름을 완수했던 내용이었다. 그때 일기 제목이 "성공이야 성공" 이었다.


두 번째, 초등학교 6학년 때 공책에 만화책 같은 걸 창작해서 그렸었다. 그림도 직접 그리고 스토리도 직접 짰다. 만화 내용은 어떤 아이가 길을 가다가 정체불명의 원석을 주웠는데 갑자기 멋진 기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우주를 지키는 이야기였다.


세 번째, 한창 독서에 미친 듯이 빠져있었던 대학생 시절이었다. 그 당시 싸이월드가 굉장히 유명한 시절이었는데, 업타운이라는 가수의 홈페이지에서 노래 가사를 공모한다는 글을 보고 별 기대 없이 참가를 하였다. 그때 나의 가사에 대해서 모든 가사들 중에 제일 좋은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겨주었다.


네 번째, 사회 초년생을 벗어나 어느 정도 회사에서 짬이 찼던 시절 나름 조금의 여유가 생겨 SNS에 시를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친구들과 안동으로 여행을 갔는데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왔길래 확인해보니 어떤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작가가 나의 시를 방송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그땐 정말 감정이 오묘했다.


다섯 번째, 위의 네 번째와 같은 시기의 이야기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 쓰는 걸 좋아했다. 핸드폰 메모장에 고이 모셔둔 시 들이 제법 쌓이고 있었다. 연말에 회사에서 진행하는 송년회에서 모든 직원들이 한 명씩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별로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내가 쓴 시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한편 읊었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이 흠칫 놀라며 시가 정말 좋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이렇게 나의 과거를 곱씹어 회상해 보았더니 내가 글쓰기를 왜 하고 싶은지 현재에도 글쓰기에 목말라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랬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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