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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Jan 07. 2021

요즘 군대

서로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친형제처럼 지내는 후배가 군대를 갔다. 후배의 나이는 올해 31살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군대를 갔다. 늦깎이 나이에 군대를 간다니 조금 걱정도 됐다. 나이도 있고 어느 정도 철도 든 놈이 적응 못하고 설마 총기난사라도 하겠어?라는 우스갯소리라도 해본다. 요즘 군대 참 좋아졌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나도 전역한지 어느덧 5년이 지났기에 현재 군대 상황에 대해서 관심도 없을뿐더러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요즘 군대는 핸드폰도 쓸 수 있고, 선임이나 간부가 갈구 지도 않고, 거의 뭐 캠프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후배의 입대 날짜를 캘린더에 저장을 해놓고 사정이 된다면 입대할 때 같이 가기로 했었다. 결국은 직장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후배가 입대를 하고 나서 후배 친누나에게 카톡이 왔다. 후배는 잘 들어갔고, 핸드폰 어플로 "더 캠프"를 다운로드하면 후배에게 인터넷 편지를 쓸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고맙다고 말을 한 뒤 그 더 캠프인지 뭔지 하는 어플을 바로 다운로드하였다. 어플이 생각보다 허접하지 않고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 카카오톡 계정을 연결할 수 있어서 간편하게 회원가입을 할 수 있었다. "보고 싶은 군인을 등록하세요"라는 문구가 바로 보였다. 후배 누나에게 받은 정보를 가지고 후배를 찾아 등록했다. 현재 훈련을 받고 있는 신병교육대를 알 수 있고, 전역일 계산기, 남은 복무일, 진급일, 등등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 수 있고, 인터넷 편지도 어플을 통해 작성을 하면 접수부터 출력까지 안내해 준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요즘 군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신기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었다. 군기강이 흔들리진 않을까 오지랖같이 걱정을 하게 된다. 라떼는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4주간의 신병교육을 끝마친 후배는 바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카카오톡을 보니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이제 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인가? 전화를 한번 걸어봤더니 통화 중이라는 음성 메시지가 들려왔다. 요즘 진짜 군대에서 핸드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혹시 몰라서 카톡을 남겨 놓았더니 몇 분 후에 후배에게 답장이 왔다. 조그만 이따가 전화를 걸겠다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후배에게 전화가 왔고 이런저런 근황과 신병교육대에서의 경험을 얘기해 주었다. 평일에는 일과가 끝난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핸드폰을 쓸 수 있고 주말에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핸드폰을 쓸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군부대 안에 있는 후배와 민간 세계에 있는 내가 아무런 제약 없이 통화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현 시국에 면회나 외출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격하되어 면회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때깔이 좋은지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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