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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un 15. 2021

따라 웃었다

세상살이는 거기서 거기다

따라 웃었다


출근길은 항상 피곤하다. 어깨 가득 얹혀진 무게가 맷돌같다. 누구나 구름처럼 가벼운 삶을 꿈꾸지만 쉽지 않다. 나의 직장생활도 그랬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세상살이가 다 거기서 거기다.


이른 아침 시각에 전철 안은 여유가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시루 속 콩나물의 처지는 아니니까.


쿨렁이는 전철에서 앞에 앉은 남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분명히 평택역에서 내리는 사람이다. 수차례 마주친 적이 있다. 보통 눈을 감고 있었다.


정차 역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가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쏜살같이 객차 문을 향했다. 그와 옆쪽 그녀가 떠나 텅빈 자리에 덩그러이 놓여 있는 휴대전화 한 개. 좌석 맨끝에 앉아있었던 동남아 계 젊은이가 전화기를 집어 들어 눈으로 말했다.


‘이거 누구거야?’ 아직 그는 한국말이 서툰지 우리 쪽을 향해 전화기를 내민다. 반대쪽 좌석에서 게임에 열중인 젊은이가 전화기를 받아들고 부리나케 주인을 찾아 나섰다.


주인은 객차 가장 앞쪽 문을 주시하고 있다가 이내 호주머니 이곳 저곳을 몇차례 토닥거리더니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봤다. 곧바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 찰나였다. 젊은이가 주인에게 휴대전화기를 건넸다. 주인을 찾은 전화기 대신 주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 둘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멀찍이서 나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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