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는 위로가 아니라 심문
회사에서 택시는 보상처럼 지급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질문지다.
“어제 택시비 올려.”
부장은 퇴근길에 말했다. 그 말이 잠깐 따뜻하게 들렸다. 회사가 사람을 인간으로 대하는 순간처럼.
후인은 영수증을 찍어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회계팀에서 연락이 왔다.
“이 시간대 택시 사용 사유가 필요합니다. 출발지/도착지/동승자/업무 연관성 기재 바랍니다.”
후인은 웃음이 나왔다. 어제는 야근이 당연했는데, 오늘은 그 야근이 “증명해야 하는 사건”이 됐다.
택시비 정산은 돈을 돌려주는 일이 아니다. 택시비 정산은 회사가 이렇게 묻는 절차다.
왜 그렇게 늦게까지 있었나?
정말 일했나?
누구 지시였나?
네가 자발적으로 남은 건 아닌가?
회사는 원칙적으로 야근을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야근비용은 늘 “예외”로 처리한다.
예외로 처리하면 좋은 점이 있다. 회사는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원래 야근 안 시켜요. 택시비도 지원하잖아요.”
지원한다는 말 뒤에는 항상 “그럼 증명해”가 따라온다. 후인은 사유서를 썼다.
“클라이언트 요청으로 자료 수정 및 발송이 필요하여 23:40 퇴근, 대중교통 종료로 택시 이용.”
정확히 썼다. 최대한 회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런데 반려됐다.
“사유는 적절하나, 사전 승인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사전 승인. 후인은 다시 멈췄다. 회사에서 야근은 사전 승인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야근은 “잠깐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야 회사는 묻는다.
“왜 그렇게 늦었어?”
후인은 그때부터 택시를 탈 때, 늦은 시간보다 먼저 승인자를 확인하게 됐다.
늦게까지 일하는 건 업무가 아니라, 나중에 맞지 않기 위한 준비가 됐다.
“금일 야근으로 대중교통 종료 시 택시 이용 예정입니다. 승인 회신 부탁드립니다.”
“퇴근시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교통비 처리 기준(시간/항목) 확인 부탁드립니다.”
“택시 이용 시 업무 사유/지시자를 메신저로 남겨두겠습니다.”
“사후 반려 리스크가 있어 사전 승인 캡처 후 이동하겠습니다.”
“야근 지시가 구두라면, 정산을 위해 메일로 지시 내용 정리해 공유하겠습니다.”
“택시비 지원은 가능하나, 기준이 불명확해 반려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준 공유 부탁드립니다.”
“오늘 야근 종료 예상: 23시 전후. 대중교통 종료 시 택시 이용해도 될까요?”
“반려 시 개인 부담이 발생하므로, 승인자/처리 항목 확정 후 이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