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이 난다 해서 붙여진 이름 오미자.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은 가장 기본이 되는 맛이다. 그중 신맛이 가장 많이 난다.
한 가지 맛이라도 빠진다면...'사미자'다.
다섯 가지 맛이 제대로 나야 역시 오미자답다고 말할 수 있다.
'나답게 사는 법', '나답게 해 주는 것'에서 '나답다'란 말을 새삼스레 곱씹어본다.
'답다'는 명사 뒤에서 '그 명사의 성질이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형용사다. 나답다는 말은 나의 성질이 있다는 의미다.
'누구누구답다'라는 말은 많이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나를 속속들이는 모르는 남들이 너답다는 말과, 거의 속속들이까지 알고 있는 가족들이 너답다는 말, 그리고 내가 나답다고 하는 말을 되새겨본다. 해보니 적어도 다섯 가지나 되는 성질이 보인다. 오미자처럼
까칠, 열정, 유머, 쎈스, 긍정.
오미자는 신맛이 가장 많이 난다. 신맛이 1위다.
나는 어떤가. 순위를 정해 본다. 까칠이 1위다.
내게 '까칠'의
의미는 '나를 올곧게 지키기'를 위한 나만의 맛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까칠과는 다른 맛이다. 신맛 같은 까칠에 이어 매운맛 같은 열정, 짠맛 같은 유머,
단맛 같은 쎈스 그리고 쓴맛 같은 긍정이 꼴찌다.
나의 오미자 맛은 나의 성질이기도 하고, 살면서 이 맛은 늘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맛이기도 하다. 내 맛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져 사미자 맛밖에 나지 않는다면 나다운 게 아니다. 물론 내 맛을 지키기가 힘들 때도 있다. 내가 맛을 잊을 때도 있고 때론 잃어버릴 때도 있다. 잊었을 때는 그 맛을 기억해보려고 애쓴다. 잃어버렸을 때는 어떻게든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기억하면서 되찾으면서 내 맛대로 산다.
(오미자 꽃ㅡ6,7월)
ㅡ내 맛대로 살기ㅡ
까칠
부친상을 치른 박 선생이 문상을 갔던 사람들에게 식사대접을 한단다. 나하고는 코드가 1도 안 맞는 캐릭터라 내키지 않지만 가기로 한다. 가기로 한 인원수는 열명 정도다. 박 선생답게 약속 날짜를 본인이 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어차피 학교를 가야 하고 점심시간이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약속 전날까지 시간과 장소 연락이 없다. 살살 까칠끼가 시동이 걸린다. '까'까지 걸려있다. 약속 당일 11시쯤 시간과 장소 연락이 온다. 학교 근처 추어탕집이란다. 박 선생은 몸에 좋다면 뭐던 가리지 않는 보양식 매니아다. 여선생이 반이 넘는데 추어탕집을 정한 것이다.
함께 가기로 한 김 선생은 추어탕을 못 먹는다. 자기주장 절대 못하는 여린 맘 캐릭터, 김 선생. 못 간다 하고 혼자 교내 식당에 간단다. 그때만 해도 혼밥을 하면 힐끗 쳐다보던 시절이다.
슬슬 올라오던 '칠'이 어느새 '끼'와 합체, '까칠' 발동.
''김 선생, 나랑 같이 가요. 식당에.''
''선생님 추어탕 좋아하시잖아요. 괜히 저 땜에요... ''
''김 선생 때문 아니에요. ''
''선생님, 오늘 약속 맘에 안 드시죠.''
김선생은 나의 까칠을 너무 잘 안다.
''암요, 처음부터 끝까지 맘에 안 들었죠.''
''밥 산다고 온 생색은 다 내고 저 좋아하는 메뉴로 정하는 거, 영 아니올시다죠.''
식당 가는 길에 박 선생 뒷담을 하며 간다. 유난히 식당밥이 맛있다. 뒷담이라는 애피타이저를 먹었으니 말이다. 김 선생이 추어탕 때문에 엔간히 속을 끓였나 보다. 내가 털어준 '위로 뒷담' 때문인지 얼굴이 환하다.
''선생님 기분이 좋아졌어요. 덕분에 점심도 잘 먹고요.
감사해요. ''
''감사는요. 김 선생은 혼자지만 거긴 저안가도 사람 많잖아요. 안 와서 섭섭하다면서, 속으로는 입 줄었다고 좋아할 거예요. ''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에게 나는 까칠하다. 아니 까칠하고 싶다. 나의 까칠은 약자 편이다.
나답게 사는 법
까칠 맛대로 산다.
열정
강남에 위치한 모 휘트니스 센터에서 줌바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일정기간 세미나에 참석하고 과정을 수료하면 자격증을 주는 세미나다. 대상이 대부분 기존 강사들이기때문에 과정이 만만치않다.
나의 열정을 지원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 남편이 운전을 하며 한 마디 건넨다.
''줌바 자격증도 따는 거야? 이제 나이 생각해야지. 어린아이들 따라가다 큰일 난다. 살살해.''
시작은 살살한다. 음악이 나오고 동작이 재밌는데 점점 살살할 수가 없다. 자격증은 이미 잊었다. 즐길 뿐이다. 온몸이 땀이다. 참가자는 주로 20~30대가 대부분이다. 조카, 좀 더 보태면 딸뻘이다.
세미나가 끝나고 나는 또 줌바자격증을 손에쥐고 나온다.
고3 때부터 시작한 운동은 나의 일상중 하나다. 아이를 낳은 후 잠깐 동안을 빼고는 쉰 적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문화센터가 문을 내리면서 지금까지 쉬고 있는 게 처음 오래 쉬게 된 일이다.
오래 운동을 하다 보니 그 수위는 점점 높아져 일반회원 수준은 양이 안찬다. 살살 지도자 자격증 과정을 넘본다.
나의 열정은 좀 더 강도가 높은 운동으로 시작해서 끝은 자격증으로 끝이 난다. 자격증이 목적은 아니었는데 나의 열정이 하나, 둘 그 개수를 늘린다.
요가, 실용댄스, 라인댄스, 댄스스포츠, 줌바댄스, 스포츠마사지...
남편이 너스레를 떤다.
''여보 나 어깨가 뭉쳤나 봐, 묵직한 게... 자격증 있으시다면서...''
''있지, 쬠 비싼데, 괜찮겠어?''
나의 열정 맛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꼭 그 끝을 보게 만든다. 코로나 시작후 일주일쯤부터 어떤 계기로 테마 에세이를 쓴다. 운동을 못하면서 멘탈이 약해지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살살 시작했는데 어떨 땐 종일 글을 쓴다.
한술 더 떠 어느 날 브런치를 만난다. 브런치 공모전 제목이 딱 맘에 든다. 그것도 3차 공모를 본 것이다. 처음으로 홈피 방문을 한다. 여행 마니아인 나는 '브런치'란 단어 그 자체가 좋다. 작가님이 글을 못써서가 아니라 저희랑 안 맞았을 뿐이라는 게시판의 말이 따뜻하다. 왠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홀딱 넘어가서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운동하기에, 영어 가르치기에, 글쓰기에, 여행하기에, 먹기에, 드라마 보기에, 마시기에...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일은 신나는 일이다.
나답게 사는 법
열정 맛대로 산다.
(오미자 열매ㅡ8,9월)
유머
영어작문시간이다. 칠판에 쓰인 학생들의 영작문을 체크하고 교정을 해준다.
''저기 맨 위에 8번 쓴 학생 누구? 잘했는데... 근데 어쩌냐 감점 1점! 내가 팔이 짧아 동그라미를 못 치니.''
녀석들이 깔깔거린다.
한 녀석이 손을 번쩍 든다.
''교수님 저는 가점 주시죠? 맨 아래 5번이 접니다.''
''뭐 라시나! 내가 그렇게 짧진 않지? 너도 감점!''
책상을 치며 웃는 녀석들.
''여기 한가운데 중간, 9번, 이프로 부족한데 만점.''
그 다음번엔 녀석들이 서로 먼저 자리 차지하려고 난리법석을 피며 뛰어나온다.
그렇게 한바탕 웃어야 수업이 끝난다.
유머 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타고난 입담에 나를 망가뜨리면 웃을 일이 많다.
나답게 사는 법
유머 맛대로 살기
쎈스
70세에 막내며느리를 보신 시아버님.
손녀 딸보다 어린 막내며느리, 나를 더 이뻐하신다. 큰형님네는 딸만 셋이다. 둘째 형님네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대가 끊어진 것이다. 아버님 희망은 막내며느리다.
운 좋게 나는 아들을 낳았다. 아버님은 이뻐하는 며느리를 더 이뻐하신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내 말은 다 믿으신다.
신혼 때였다.
막내며느리가 너무 이뻐서 매주 집에 오시는 아버님.
해도 너무하신다.
참기름, 들기름, 깨를 한 번에 가져오시지 않는다. 한 개씩 갖고 오신다. 깜박했다며 한 개씩 가지고 세 번 오신다.
쎈스 쟁이 며느리는 아버님의 방문횟수 줄이기와 이벤트를 거래한다.
'막내며느리와 롯데월드 가기'이벤트다. 어머님도 떼놓고 혼자 오신 아버님. 아들도 일이 있어 못 가는데 그냥 좋으시다.
롯데월드 정문 매표소다. 입장료 가격을 보신 아버님 표정이 안 좋으시다.
''야야 그냥 가자. 놀이공원은 무슨...''
''아버님~~~ 경로우대증 있으면 공짜라고 했잖아요. 저까지 공짜란 말이에요.''
'' 그래? 그럼 들어가자.''
'' 아버님, 저~~~ 쪽에 앉아계셔요.''
아버님 몰래 휘딱 입장권을 산다.
오전투어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한정식집 앞이다.
식당 앞 메뉴판 가격을 보신 아버님께서 갑자기 배가 안 고프신다.
''아이참, 아버님!이안에 있는 건 다 공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도 공짜라구요. 저 엄청 배고파요.''
'' 그래? 야야 서울 인심이 시골보다 더 좋구나.''
그렇게 나의 쎈스 사기는 기분 좋게 끝났다.
살다 보면 유쾌한 쎈스 사기 칠일이 꽤 많다.
나는 그 쎈스를 좋아한다.
나답게 사는 법
쎈스 맛으로 산다.
(정성 들여 내린 오미자청에 얼음 동동 띄운 오미자차)
긍정
물건을 사고 교환이나 환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구입할 때 주는 교환권도 바로 버리거나 혹은 사양한다.
과정도 귀찮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후회 안 하는 편이다.
'취소'라는 단어를 많이 안 쓰고 산 것 같다.
브런치에서 '발행 취소'를 처음 본다. 역시 내가 쓸 일이 없는 단어로 눈에 담아두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관심도 없었던 그 단어를 눌러야만 했다.
첫 번째 응모글은 맞춤법 검사를 깜박하고 글을 올렸는데 편집을 다시 하려니 내 글이 한 번에 안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