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과 12월 4일 뉴스타파는 2회에 걸쳐 “‘영수증 이중제출’로 돈 빼돌린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 대상으로 지목된 국회의원 26명 중에 한명으로 저도 포함됐습니다.
사실관계가 틀리고 보도가 암시하는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너무 많아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하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깊이 고민한 끝에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언론기관을 상대로 어떠한 형태의 소송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중에 비슷한 고충을 겪고 고민을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마음으로 이 결심을 밝힙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선출직 공직자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언론기관과의 다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에 소홀해질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특히 공직자가 자신의 평판 문제로 형사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론은 때때로 오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직자는 대부분의 경우에 그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쓸 때마다 형사 처벌을 걱정해야 한다면 언론은 위축될 것이고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집니다. 조금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으로는(물론 뉴스타파에 계시는 분들을 비롯해서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뉴스타파의 보도는 사실관계가 틀렸거나 최소한 과장된 보도에 해당합니다. 기사에서는 “이중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더라도 국회 사무처로부터 보전 받은 금액을 정치자금 계좌에 이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자금을 보전 받는 일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을 수 없습니다. 보전 받은 후 정치자금 계좌에 이체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같은 영수증을 두 번 썼으니 이중청구에 해당한다.”라고 하려면 그 자체로 문제를 삼아야 합니다. 돈을 이중 청구한 경우에는 그 돈을 어느 계좌에 넣더라도 이중청구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치자금이든 예산이든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정해진 용도 외로 사용한 금액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저희 의원실에서 공적으로 지출하는 돈은 입출금에 관한 모든 자료가 갖추어져 있고 필요하다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습니다. 공금은 의원인 저는 물론 보좌진들 중 누구도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도록 관리되고 있습니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반성하겠지만, 적어도 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선관위에서 말한 모든 지침을 지키고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처리해왔다고 자부해왔는데 “공적 성격의 돈을 쌈지돈처럼 유용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기사 내용을 보고는 솔직히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선거 때 상대방에서 이 기사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걱정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형사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안 하더라도 적어도 정정보도 청구는 해서 사실을 정확히 밝혀야 하지 않나 고민했습니다. “공적 성격의 돈”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소송을 통해서 정확한 사실을 밝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최선의 방식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대부분의 문제가 소송의 형태로 사법기관에 가고, 검찰이나 법원이 결론을 내려주는 모습에 대해서 늘 비판해 왔습니다. 뉴스타파에서는 나름의 취재와 논조에 따라 보도를 하고, 저는 그에 대해서 저 나름의 반론을 해서 그에 대한 판단은 기사와 반론을 보신 분들이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고 선진적인 형태입니다.
고민하던 중에 존경하는 선배와 만나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그때 두 번째 이유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는 임기 중에 모 신문사와 여러 차례 소송을 했던 전직 국회의원 한분의 사례를 들면서 할 일도 많을 텐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능력으로 허덕이는 처지에 본연의 임무에 보다 집중하자고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로 의견이 달랐지만, 공직자의 자금 사용은 투명해야 하고 언론은 그에 관한 의혹이 없도록 추적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취재 의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평소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립 언론으로서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 뉴스타파의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를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