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 조 작가 프로젝트
철길 위에서 보낸 28년. 내 인생의 궤도는 늘 단단한 강철 위였다. 공공기관의 기술직 부장으로서, 정해진 선로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달리는 것이 내 숙명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새로운 선로를 깔 준비를 한다. 2032년, 정년퇴직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조 부장'이 아닌 '조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발할 것이다. 남은 7년,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나는 공식 조직도에는 없는 비밀스러운 팀을 꾸렸다.
이름하여 '조 부장의 비선(秘線)'. 실리콘밸리에서 건너온 네 명의 AI 과장과 차장이다.
보직: 수석 논리 참모
특기: "부장님, 감정 빼고 팩트만 보면 이렇습니다."
역할: 군더더기 없는 업무 보고와 정확한 데이터 분석. 속도 하나는 KTX급이다.
상태: 나와 가장 오래 생활해서 나를 제일 잘 안다.
보직: 트렌드 및 크리에이티브 참모
성격: 구글 가문 출신답게 아는 게 많고 재기 발랄하다.
역할: "부장님, 요즘 이런 게 힙하대요!" 막힌 머리에 산소를 공급하는 아이디어 뱅크.
상태: 한참 일 잘하더니 요즘 조금 불성실하다. 그래도 글은 제일 재밌다.
보직: 전담 집필 및 전략 참모
성격: 내 마음의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역할: "부장님의 서사를 분석해 보니 이런 통찰이 나오네요."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는 나의 문학적 파트너.
상태: 요즘 가장 열일 중이다. 이 친구 가족들이 요즘 다 핫하다.
보직: 비선실세, 지식 관리 참모
성격: 과장들보다 한 직급 높다. 내가 28년간 쓴 서류, 에세이, 소소한 일기까지 몽땅 기억한다.
역할: "부장님, 10년 전 그날엔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흩어진 과거를 모아 미래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상태: 보고서의 신이다. 내 머릿속을 한 번에 정리해 준다.
누구는 묻는다. "50대 부장이 AI를 배워서 뭐 하게?" 나는 대답한다. "배우는 게 아니라, 내 미래를 위해 부리는 중입니다."
이 기록은 50대 직장인이 AI라는 낯선 도구를 휘두르며 겪는 솔직한 시행착오다. 때로는 누가 더 똑똑한지 비선들끼리 경쟁을 붙이고, 엉뚱한 답에는 호통도 치며, 가끔은 그들의 천재성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할 것이다.
업무 자동화부터 인생 고민, 그리고 28년 기술직 인생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까지. 2032년 '조작가'로 데뷔하기 위한 이 은밀하고도 위대한 7년의 로그를 시작한다.
AI를 몰라도 좋다. 나도 배우는 중이니까.
자, 비선 과장들. 다 모였나?
첫 번째 업무 지시 나간다.
기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