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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Oct 21. 2022

고시원 32일차

스타트업 8일차

1. 안정된 루틴이다. 7시 30분에 일어나 헬스장에 간다. 대근육 위주인 등 가슴 하체를 빨리 하고 9시 30분까지 출근한다. 나머지 자잘한 부위 및 작은 운동들은 밤에 하면 된다.


2.  점심을 다 따로 먹는다. 업무가 너무 분할되어 있기도 하고, 나도 아직 적응 중이라 같이 먹을만한 사람이 없다.


3. 기사식당에서 돼지불백을 시켜먹는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6일 연속으로 먹었다. 어제는 심지어 편의점 도시락도 돼지불백을 먹어, 오늘은 못 참겠어서 닭갈비를 먹었다. 아마 이러고 또 내일 돼지불백을 먹을 거다. 8천 원에 쌈채소에 6가지 밑반찬에 국까지 나오니 안 먹으래야 안 먹을 수가 없다. 6끼 연속 김치찌개를 우려먹던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4. 점심시간도 업무가 있거나 하면 유동적으로 사용해서 30분 일찍 나가거나 1시간 늦게 나가도 된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느긋하게 혼자 담배를 피우고, 애인과 짧게 통화를 하고, 다이소에서 칫솔을 사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릴 수 있어서 익숙해졌다.


5. 음악을 틀어놓는다. 재즈 아니면 가사가 거의 없는 팝송이다. 평소에도 책 읽을 때 틀어놓던 종류라서 좋다. 아직 집중해야 하는 업무가 없어서 오후면 노곤한데, 음악이라도 있으면 한결 낫다. 예전 인턴 할 때는 애들이 가요 같은 거 틀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확실히, 일하는 사람은 다르다.


6. 간식이 생겼다. 너무 좋다. 하루에 커피 2잔을 마시고, 간식도 좀 주워 먹는다. 복사도 몰래 할 수 있다. 저녁에 고시원에서 할 게 없으니 사무실에서 시간을 뗴우고 갈 수 있다. 이게 복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된다.

7. 나중에 적겠지만 정말 숨 쉬는 것만으로 100만 원 가까이 나간다. 대표는 빨리 퇴근하라고 하는데, 나는 사무실에 있는 게 좋다.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글을 쓰고, 리서치를 하고 싶다.


8. 업계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스타트업에 대해서 보고 들은 것만 많지 직접 일해본 건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하다. 일하는 방법이나 호칭이나, 비품이나 이런 게 다 미비돼서 정말 바닥부터 시작이다. 글 추천도 좋고, 댓글도 좋고, 대면도 괜찮을 거 같다. 고견을 나눠주실 분이 있다면 감사드리겠다.


9. 여섯 시 반. 퇴근한다. 첫 주에는 뭘 해야 할지 애매했는데 요즘은 도서관에 간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헬스장에 가서 나머지 운동을 한다. 요즘 간식을 주워 먹고 냉동 볶음밥을 많이 먹어선지 지방 빠지는 속도가 줄었다. 조금씩 유산소를 늘리고 있다.

10. 일하고 운동하고 책만 보다 보니 유튜브 보는 시간도 줄었다. 풀영상을 챙겨 보던 게임 채널이 있었는데 못 본 지 일주일은 된 거 같고, 구독 채널들도 오디오만 나오는 영상이 아니고서는 일주일 가까이 못 보고 있다. 글 쓰는 것도 하루 2시간 넘게 운동하고 2시간 넘게 책 읽고 9시간 일하고 겨우겨우 쓴다. 너무 규칙적으로 잘 살아서 나도 신기할 정도다. 주말에는 본가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지만, 평일에는 정말 기계처럼 산다.


감정을 버리고 습관을 버려야 사람은 작동한다.

구안 소속 직업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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