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가 없다
직접 만들거나 기여하지 못하고 소개만 하는 컨텐츠면 재미는 있어도 성장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성공하려면 독서를 하라지만 동네 도서관에 아줌마, 할아버지들이 정말 경제적으로 성공했는가. 실행이 결부되어 있지 않거나 업계에 긴밀히 역여있지 못하다면 성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왜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컨텐츠나 블로그도 많지만 그중에 잘 된 케이스는 소수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래서 많이 보면서도 굳이 많이 생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이 좀 바뀌게 됐는데,
1. 업계나 직무가 한정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일잘러처럼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분들을 쭉 둘러보는데, 생각할 부분이 있었다. 굳이 자신들이 한 일이나 성과가 아니더라도 잘 기록하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좋아해주었다. 예전 글에서 해외 영상을 무단으로 가져와 음성이나 자막을 단 것만으로 100배 조회수를 얻는 건, 영감이나 레퍼라면서 기록하는 것보다 못할 게 뭐냐고 했는데 틀린 게 있긴 하다. 전자는 사람들이 싫어하고 후자는 좋아한다. 왜 좋아할까 생각해보니 어찌됐든 후자에서는 사람들이 무언가 얻어가는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2. 회사 어딜 가나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규모 있는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마인드면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들에게 질 거 같다는 불안감도 있다. 그리고 만약 애매한 태도로 아무데나 지원해서 아무 곳이나 다니게 된다면, 결국 스스로의 마인드 불량으로 인해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 거 같다.
그러다 문득 저번 회사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총평하자면 마지막은 애매했지만서도 전체적으론 좋은 경험이었다. 왜 좋았냐고 한다면, 일단 내 글로 인해서 나란 사람을 어느 정도 회사에서 인지했기에 꽤 편했다. 서로 탐색기간 없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았기에 적응이 빨랐던 거 같다. 그리고 글을 보고 누군가를 움직였다는 성취감으로 인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됐다. 나를 인정해준 사람에게 더 잘하고, 잘 보이고 싶은 기분. 그런 거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역사 속 충신들은 인정과 명예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 그래서 블로그나 브런치를 통해서가 아닌 일반 지원자로서 살려다가, 결국 다시 이 경로를 활용해보고자 한다.
3. <운과 성공의 방정식>이란 책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든다.
1) 애널리스트들이 이직했을 때 이전만큼 성취를 달성할 확률은 50%도 안 된다. 나머지 절반이 침체에 빠진 기간은 5년이다. 사람들이 최선의 성과를 냈던 건 그 조직에서 최선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2) 역사적으로 혁신이라고 여겨졌던 사례의 75%는 혁신적이지 않았다.
성공하려면 끈끈한 조직원들과 함께 빠르게, 계속해서 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빠르고''계속'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스타트업 리뷰들을 꽤 많이 보는데, 다들 빠른 문화로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늘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돈, 성취감, 인간관계 몇 가지 중 한 두개만 제대로 지켜지더라도 다닐만 하다고. 스타트업에서 그래서 오히려 중요한 게 문화 같다. 요즘 꽤 많은 곳에서 관련 담당자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돈은 어차피 대기업만큼 못 받는다. 그러나 무언가 이뤄내고자 뭉친 사람들이다. 그러면 '성취감'과 '인간관계'만큼이라도 확실히 챙김받으면 소속감과 근속연수도 챙길 수 있을 거다.
"일이나 잘 해야지, 일부터 하고 인간관계는 다음이지" 이 말은 프로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좋은 회사나 장기적인 회사운영방향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돈이 적정선의 행복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돈만으로 사람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반대도 있다. 충주시 홍보맨은 연봉 2~3배를 제안하는 곳이 있어도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이 전권을 가지지 못하면 지금만큼의 성과와 효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4. <썸원>이라는 아티클 전달 뉴스레터 겸 창작자가 있다. 최근 글에, '당신이 만드는 것이 당신'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짧은 커리어와 지식으로 무언가를 전달하고 작성하는 게 민망해 에세이만 적었는데 앞으로는 내가 되고 싶은 방향에 맞춰 컨텐츠를 만들어봐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