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 필요
토익을 공부하면서 해외 콘텐츠를 좀 봤다. 그중에서도 그나마 패션에 관심이 있어 찾다가 발견한 영상.
1. 가격이 말도 안 된다. 울 100 카디건이 MOQ(최소생산량) 200개, 4만 원 이런다. 패딩은 샘플이 8만 원, 실제 MOQ 맞으면 3~5만 원 정도다. 무신사 화면을 까서 보여줄 순 없지만 보통 영상의 가격보다 3~5배다. 영상을 보고 느낀 건 중국이라서 싸다는 게 아니라, 옷의 원가가 생각보다도 더 싸다는 거였다. 시각으로 보니 역시 강력하다.
2. 패션 커뮤니티를 보면 재밌는 현상이 몇 있는데. "00 맛, 00st 추천" "이거 표절, 짭 아닌가요?" 이런 게 많이 보인다. 이미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원본을 참고하고, 서로를 레퍼런스 삼아 디자인하는데 짭이나 표절을 확인하는 게 웃긴다.
첫 번째로, 사람들이 입는 건 퀄리티가 아니라 이미지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맛을 내는 걸 사봤자 그만큼의 만족감을 못 얻는다. 우리가 입는 건 옷이 아니라 목 안 라벨이다. 소비자는 라벨을 사 입고, 명품들은 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괴상하고 아름다운 옷들을 만들어낸다. 수익은 30만 원짜리 티셔츠에서 나온다.
패션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얼마 안 되는 원가 대비 고가격을 형성해 받을 수 있는 제품군이기 때문이었다. 시각적인 강력함과 스토리텔링 덕분에 제품은 고가치를 형성하고 F&B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른 비주얼 직군에서 기여하는 걸 보고 그렇게 되고 싶었다. (디자인 감각은 그렇게 좋지 못한 거 같다)
두 번째로, 브랜딩의 힘을 다시 또 깨달았다. 확신은 못하지만 저런 공장에서 3만 원에 만들어서 5만 원에 팔거나, 18만 원에 파는 브랜드도 있을 거다. 실제로 초저가 브랜드와 중상가 브랜드들도 원가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 판매가는 10배 20배 차이다. 2만 원짜리 셔츠도 있는데 18만 원짜리 셔츠도 있다.
소비자의 구매욕구와 판매자의 판매욕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구매는 발생한다.
옷이 옷인 사람에게는 2만 원짜리 셔츠면 될 거고, 옷이 패션인 사람에게는 10만 원짜리 셔츠가 필요할 거다. 옷이 자기표현인 사람들에게는 20만 원짜리 셔츠가 필요하다.
맨 마지막 소비자군에게 팔아야 하는 건 무엇인가. 이미지와 꿈, 기회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에서 맥스는 바퀴를 발명해 팔려고 하나 아무도 사지 않는다. 새로 나온 건 지금까지 아무도 발명하지 않았던 거고, 발명되지 않았던 이유는 딱히 없어도 살 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사원은 다르다. 그는 바퀴를 이용해 빠른 건설, 빠른 건설을 통해 얻는 시간적 자유와 더 많은 일감, 더 많은 일감을 통해 얻는 더 큰 부를 제시한다. 바퀴가 편하고 빨라서 좋다는 건, 더 많은 사람이나 더 많은 소와 말을 이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건 규모의 경제로 가능한 일이다. 작은 회사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반대편에는 인구 감소가 있다. 100만 명이 새로 태어났던 대한민국은 이제는 30만 명씩 태어난다. 서울은 더 적다.
새로운 이용자를 얻거나 뺏어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더 많은 고객이 아닌, 더 자주 방문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필요하다. 혹은 비싸더라도 반드시 필요하거나 딱 맞아서 구매하는 고객이 필요하다. 팬이 필요하다. 혹신 광신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팬과 광신도는 믿음으로 생긴다. 믿음은 한 가지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모습에서 나온다. 그 한 가지 모습을 결정하고 유지하고 퍼트리는 게 지금의 생산자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 아닐까.
CRM마케팅, 브랜딩이라는 직무가 중요해진 것도 위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