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리쌍 사태'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내린 것은, 두 차례의 강제집행이 있었던 작년(2016년) 7월부터입니다. 당시 관중은 짧은 승강이를 거친 뒤, 임대인 리쌍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 이른바 '주류 여론'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굳어져 쫓겨난 임차인 서윤수 사장과 그를 돕는 단체인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는, 어느 곳에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건 간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대로라면 임대인 리쌍 사태는 '여론이 권리금 약탈을 긍정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우린 어쩌다가 일을 이 지경으로까지 망쳐놓은 걸까요? 요즘 전 그 혐의를 '가짜 정보의 범람과 전문가들의 침묵'에 두고 있습니다.
임대인 리쌍 사태의 핵심은 임대인 리쌍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빈틈을 가차 없이 공격했다는 데 있습니다. 즉, 해당 사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해설 및 분석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침묵했습니다. 여론의 기류가 심상치 않자, 그 여론의 타깃이 되는 것을 우려, '선수이던 이들이 스스로 선수 이길 포기', 관중을 택한 것이지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생각에서였을 겁니다.
이렇게 대중의 야유가 두려워 선수가 선수 이길 포기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현재 여러 분야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요즘 뜨겁게 다뤄지는 페미니즘 담론과 관련하여, 남성 지식인들은 침묵으로 안위와 체면을 지키지요.
결국, (전문가들이 입을 닫음으로 인해) 임대인 리쌍 사태의 비평은 온전히 아마추어들에게 떠넘겨졌습니다. 그리하여 '임대인 리쌍 사태에 대한 아무 말 대잔치'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 기생해 "임차인 서윤수 사장이 월세를 내지 않았다" 등 유언비어가 창궐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대다수 임대인 리쌍 지지자들은, '아무나가 쓴 엉터리 글'을 뉴스처럼 소비합니다.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서 네이버 등 포털에서 검색되는 '아무개 블로거의 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식이지요.
보통 임대인 리쌍 사태에 관한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나열한(그리고 때에 따라선 조금의 주관적 평가가 더해진) 글을 애용하는데, 사실관계가 궁금할 때에는 당사자 인터뷰, 관계 문서 등을 기반으로 쓰인 뉴스를 참조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겁니다.
그러나 임대인 리쌍 지지자들은, 블로거가 기자와 같은 수준의 글을 생산한다고 믿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기에 다만 비판할 필요 없다고 눙치는 건지, 어째 그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대부분은,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한, 누군지 모를 블로거의 글' 따위입니다.
근래에 불거진 '나무위키 성 평등주의 날조 사건'은, '아무나가 쓴 엉터리 글'이 (신뢰할 만한) 뉴스로서 소비되는 코미디가 비단 임대인 리쌍 사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회계사 100명의 자동차 수리 지식이 정비사 한 명의 지식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이른바 '전문분야'의 집단지성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임대인 리쌍 사태는, 관련 전문가가 아니면 해당 사태의 정확한 맥락과 쟁점을 읽어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즉, 각종 위키를 비롯, 임대인 리쌍 사태를 논평하는 블로그 글 대부분은, 태생적으로 '아무나가 쓴 엉터리 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짜 정보의 범람, 그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임대인 리쌍을 옹호하는 여론이 무서워서 비겁하게 숨어버린 전문가들, 이제라도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