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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기 Oct 26. 2018

'리쌍 사태'는 '합법적 권리금 약탈 사태'

[칼럼], 프레시안, 2017-03-01

[칼럼] 『[리쌍 사태로 바라본 임대차 문제 ①] 근본문제는 무엇인가』, 프레시안, 2017-03-01, https://bit.ly/2Pdyroy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때 즈음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이전의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본다."  


이것은 '묵시의 갱신'이라고 불리는 아주 유명한 '임대차 상식'이다. 


"그러나 상가임대차 중,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것은 일반인은 거의 모르는(그래서 반드시 개정이 필요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이다. 리쌍은 후자를 파고들어 서윤수 사장을 합법적으로 내쫓았다. 


리쌍은 왜 월세 꼬박꼬박 잘 내고 있던 서윤수 사장을 내쫓은 걸까? 권리금 때문이다. 리쌍은 서윤수 사장을 내쫓아서, 그의 것인 권리금을 착복하려 했다. 그리고 결국 근래에 그 '합법적 권리금 약탈의 프로젝트'를 완수하였다.  


합법적 권리금 약탈의 일반 원리 


일반적인 임대차 시장에서의 권리금은, 임차인들끼리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즉, '임차인 → 임차인'의 흐름을 따른다. 그러나 임대인이 장사 잘하고 있는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으면, 그 흐름은 이렇게 바뀐다. '임차인 → 임대인' 이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합법적 권리금 약탈(상가 재테크)'의 핵심이다. 이를 풀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임대인이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으며 권리금 시장에 개입 → ②기존 임차인의 것인 권리금을 임대인이 착복 


이는 정상 영업 중인 임차인을 강제로 내쫓아서, 그의 것인 권리금을 빼앗은 행위이니, 명백한 약탈이다. 그러나 법률의 허점을 파고들기 때문에 '아직' 불법은 아니다. (2015년에 이른바 '권리금 약탈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지만, 조문에 빈틈이 너무 많아 '합법적 권리금 약탈'을 막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방식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말 그대로의 권리금 약탈

둘째, 직접 장사해 권리금 약탈

셋째, 월세 올려 권리금 약탈 


"임차인 A에게 줄 것을 내게 줘!"라는 식으로 정말 표나게 권리금을 빼앗는 것이 첫 번째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이보다 덜 직접적이다. (일단) 권리금이 아닌 임차인이 가꿔놓은 '공간'을 빼앗는다. 즉 "내가 장사할 테니 나가주시오!" 하며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후에 다시 세를 놓으며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한다. 


마지막 방식은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에 월세를 이전 임대차 계약보다 엄청나게 올려 받아 포기한 권리금만큼을 오른 월세로 채운다. 권리금이 비싸 세가 잘 나가지 않을 때 주로 쓰인다. 


이상의 세 가지 방식은 즉각적, 단독적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유예적, 복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임차인을 내쫓은 공실 상태의 건물을 매도하는 방식도 있으나, 리쌍 사태에는 해당하지 아니함으로 여기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합법적 권리금 약탈의 과업을 완수한 리쌍 


리쌍은 근래에 자신의 건물 전체에 할리스 커피(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를 들이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결국에 리쌍이 합법적 권리금 약탈의 세 가지 방식 중, 둘째와 셋째를 혼용하여 그 과업을 완수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살펴보자. 서윤수 사장이 1층에서 지층으로 내쫓긴 사건은 총 3단계를 거쳐 합법적 권리금 약탈에 다다른다. (이하, 편의상 이를 '사건1'이라 부르겠다.)


①서윤수 사장을 1층에서 지하로 내쫓는다. → ②그 자리에 (리쌍 멤버 길성준의 누나가 대표인) '포차센터 쌍'을 연다. → ③'포차센터 쌍을 폐업하고, 그 자리에 할리스 커피를 입점시킨다.  


한편, 서윤수 사장이 다시 내쫓긴 사건, 즉, 지층에서 길바닥으로 내던져진 사건은 아래 2단계를 통해 합법적 권리금 약탈에 가 닿는다. (이하, 편의상 이를 '사건2'이라 부르겠다.)


①서윤수 사장을 지하에서 내쫓는다. → ②그 자리에 할리스 커피숍을 입점시킨다.


할리스 커피가 리쌍에게 권리금을 주었다는 소식은 없다. 그러나 리쌍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임대료를 거두게 되었다는 '뉴스'는 있다. 이에 따르자면, 사건1은 둘째 방식과 셋째 방식의 혼용, 사건2는 셋째 방식에 다름 아니다.  


할리스 커피의 입점으로 로또 맞은 리쌍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물 전체에 할리스 커피가 입점함으로 인해, 리쌍은 서윤수 사장의 권리금 약탈 분에 대한 이익 외에, 추가로 아래 두 가지 맥락에 의한 이익도 얻는다. 


하나, 리쌍은 할리스 커피와 7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 등은 보통 5년 이상의 임대차계약을 선호·체결한다.). 즉, 리쌍은 해당 기간에 (임대업의 가장 큰 리스크인) '공실 위험'에서 벗어난다.  


둘, 할리스 커피가 행하는 재건축·리모델링에 준하는 전방위적 인테리어 공사로, 건축물 자체의 값이 올라간다.  


언젠가 리쌍은 이상의 두 호재에 힘입어 "억!" 소리 나는 매매차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사비와 강제집행 비용 등 사이에서의 저울질 


여기까지 사고가 전개되면, 사건1과 관련하여 다음의 의문이 하나 자연스럽게 따른다. '리쌍은 왜 서윤수 사장을 지하로 내몰며 1억8000만 원을 준 것일까?' 아래는 그에 대한 해설이다.  


우선 사람들의 생각을 엉뚱한 프레임 속에 가두는, '잘못된 용어'부터 바로 잡자. 대다수 언론은 1억8000만 원을 '보상금'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거의 모든 누리꾼이 이 단어를 아무 비판 없이 받아쓰고 있다. 하지만 보상금은 '틀린 표현'이다. 보상금이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주는 돈'을 일컫는다. 그런데 1억8000만 원과 쫓겨난 서윤수 사장의 피해(손해)는 결코 등가가 성립하질 않는다.  


따져보자. 2010년, 서윤수 사장은 권리금 2억7500만 원과 인테리어 비용 7000만 원을 들여 1층에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리쌍이 2012년에 해당 건물을 매입, "우리가 장사하겠다!"며 서윤수 사장에게 "나가!'라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리쌍이 서윤수 사장에게 돈 1억8000만 원을 준 것이다.  


이제 '숫자 놀이'시간이다. 처음 서윤수 사장이 치른 권리금 2억7000만 원에서, 리쌍이 준 돈 1억8000만 원을 빼면, 9000만 원이라는 차액이 구해진다. 그리고 이 간단한 '산수'는, 서윤수 사장이 들인 인테리어 비용과 그 간의 권리금 시세 상승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즉, 리쌍은, 이상의 행위('상가건물 매입 → 서윤수 사장을 내몰고 직접 장사')를 통해 최소한 9000만 원의 이익을 본 것이다("나가!"라는 말 한마디로 이만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건물주 말고 또 있을까?). 이렇게 따지고 보면, 리쌍이 1층에서 했었던 행동 역시도, 합법적 권리금 약탈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럼 1억8000만 원의 정체는 무엇일까(리쌍은 그 돈을 왜 서윤수 사장에게 준걸까?)? 바로, '비용'이다(어떤 식으로든 치러야 할 돈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리쌍이 서윤수 사장에게 건네준 것과 같은 성격의 돈을 일컬어서, '이사비'라고 부른다. 이사비란 말 그대로, '임차인을 이사 보내는 비용'을 뜻한다. 이것은 임차인을 내쫓는 비용인 '강제집행 비용 등'과 반대에 선 개념이다(강제집행엔 임차인이 극단적인 선택 또는 저항을 할 경우에 따른 건물 가치의 하락, 임대인 평판의 실추 등 +α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등'이라는 글자가 붙는다.). '재테크꾼'들은, 아래의 식에 한해 임차인과 합의, 이사비를 준다. 


강제집행 비용 등 ≥ 이사비 


강제집행 비용 등과 이사비의 액수가 같은 경우에도 이사비를 택하는 이유는, 강제집행 비용 등이 추측의 영역에 머물기 때문이다. 다음의 경우엔 강제집행을 한다. 


강제집행 비용 등 < 이사비 


그러니까, 리쌍이 말하고 원했던 합의는 어디까지나 (위의 식에 따라) 강제집행 비용 등을 넘지 않는 선에서의 합의였던 것이다. 리쌍에겐 1층에서의 일이 전자(강제집행 비용 등 ≥ 이사비), 지층에서의 경우(강제집행 비용 등 < 이사비)가 후자였던 것으로 보인다(리쌍이 강제집행 비용 등, 즉 이른바 연예인 프리미엄 따위를 얼마로 산정했는지를 알 방법이 없기에 "것으로 보인다"라는 표현을 썼다). 이렇듯, 리쌍이 보여준 1층과 지층에서의 행위는 모두 자본(또는 재테크)의 논리에 부합, 쉽게 설명 가능하다.  


리쌍은 자신들이 무얼 잘못 했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 리쌍은 리쌍 사태를 통해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했다. 그것은 이상의 설명에 의해 객관적, 수리적으로 증명된다. 한편, 리쌍은 이익을 얻기 위한 비용을 치렀다. 1층에서는 이사비를 치렀고, 지층에선 강제집행 비용 등을 치렀다. 그리고 리쌍이 "나가!'라는 말 단 한마디로 거둔 그 모든 이익(할리스 커피의 입점 등)은, 쫓겨난 서윤수 사장의 손해에 기초한다. 이는 엄연한 '착취'이고, '약탈'이다. 


대부분의 재테크꾼은 자신들의 합법적 임차인 내쫓기가 결국에 '권리금 약탈'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모른다. 본인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에 기초하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점은, 리쌍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쌍이 서윤수 사장에게 '사과 및 피해보상'을 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나는 있다고 본다. 그들의 양심을 믿어서가 아니다. 다만, 다시 '무엇이 남는 장사인가?'에 대한 저울질이 시작되어서다.  


리쌍은 1층 주차장의 용도변경에 관한 서윤수 사장과의 합의를 어겼다. 그 합의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소송이 바로 '이번 리쌍 사태(사건2)'의 부싯돌이다. 주차장의 용도변경이 불법이라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 정보'다. 주차장의 용도변경은 합법이다. 그리고 리쌍은 합의를 어겼다. 오직 이것이 '팩트(fact)'다. (주차장 용도변경과 관련하여 정확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61회, '조물주 위에 갓물주'편을 시청해 볼 것을 권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관련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작금 없다. 용도변경에 관한 소송 중에, 그 합의의 터가 되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윤수 사장은 최근, 관련 소송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페이스북, '쫓겨난 우장창창' 페이지 참조.). 여기에 더해, 리쌍이 아직도 서윤수 사장에게 보증금 등을 돌려주지 아니하면서(대체 보증금은 왜 돌려주지 않는 것인가?), 서윤수 사장이 관계 법률에 따라 유치권까지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할리스 커피의 입점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소송은 길고, 합의는 빠르다. 긴 소송 중에 애써 입점 유치한 할리스 커피가 떠날 수도 있다. 그렇다. 이제 다시 저울질의 시간이다. 서윤수 사장에게 사과하고, 피해보상 해 주어, 하루빨리 할리스 커피를 들이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역시 이전처럼 법대로 하는 것이 나은가? 과연 무엇이 남는 장사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리쌍 사태, 역사에 무어라 기록될까?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현재 그 소명을 다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일말의 이견도 없다. 임차상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임차상인 쫓겨남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진보할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역사는 리쌍 사태를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합법적 권리금 약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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