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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기 Oct 26. 2018

"리쌍 사태, 나무위키에 들어가 글을 지워보았다

[칼럼], 프레시안, 2017-03-13

[칼럼] 『[리쌍 사태로 바라본 임대차 문제 ②] 리쌍 사태, 가짜 뉴스와 진실』, 프레시안, 2017-03-13, https://bit.ly/2PQUaQt



3월 3일. 리쌍과 서윤수 사장의 전격 합의로 이른바 '리쌍 사태'가 끝났다. 그러나 리쌍 지지자들과 서윤수 사장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여론 다툼은 여전하다. 리쌍은 서윤수 사장의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약탈하려 한 자들이다. 누리꾼은 대체 왜 그런 리쌍의 편을 드는 걸까? 난 그 혐의를 '가짜 정보의 범람'에 둔다. 리쌍 지지자들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는 리쌍-우장창창 사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각종 분쟁에서 때론 '가짜 정보'가 '진짜 정보'를 압도한다. 이번 칼럼에선, 리쌍 사태와 관련하여 거짓 정보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나무위키'를 살핀다.  


'아무나'가 '근거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나무위키 


리쌍 지지자들이 리쌍을 지지하는 근거로 가장 빈번하게 제시하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나무위키' 내의 '리쌍 곱창집 사건' 문서다.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겠다. 나무위키의 해당 문서는 '엉터리'다. 나무위키는 스스로가 백과사전임을 포기한 플랫폼이다. 나무위키 첫 화면에 접속하면 그에 관한 '선언'을 마주할 수 있다.  


"나무위키는 백과사전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거나, 편향적, 잘못된 서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위키는 누리꾼들의 '잡설'이 전시되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나무위키는 전문 지식 없는 일반인들(아마추어들)이, 정합성은 따지지 아니한 채로 '재미로 아는 척'을 하는 공간이다. 일종의 '누리꾼 놀이터'인 것이다. 이미 사용자들 스스로가 나무위키의 그러한 성격을 인지하고 있는바, 해당 플랫폼 내에 '나무위키의 변변찮음'을 자조하는 "좆무위키"라는 ("뜨악!"스러운) 문서가 있을 정도다. (☞ 바로가기 : 좇무위키)


나무위키는 '①아무나'가, '②주장에 대한 근거 없이 글을 작성'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는 나무위키에 주장은 하되 논증은 없는 '수준 이하의 엉터리 글'이 난무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다. 하나 예컨대, 나무위키 내 '리쌍 곱창집 사건' 문서는, 2016년 7월 8일 자 '맘상모(마음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논평'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한 단체의 공식 입장을 반말로 작성해놓고선 경어가 아니니 이해해 달라는 상식 밖의 태도에, 내용도 사실관계에 기반하기 보단 감정에 대한 호소가 주된 내용이고, 그 사실관계에 대한 서술도 흐릿하게 서술 (…)" 


이 주장은, 일종의 취향 고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난 네 노래가 기분 나빠!"식의 표현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취향 고백이 아닌 '진짜 주장'으로서의 힘을 가지려면, 반드시 "왜냐하면"이라는 논증의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그러한 '수고스러움'이 생략되어있다.  


한편, 리쌍 사태의 핵심은 리쌍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빈틈을 가차 없이 공격해, '서윤수 사장의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약탈'하려 했다는 데 있다(근래에 이루어진 합의를 통해 리쌍이 그 약탈 분을 일부 토해낸 것으로 보여, "했다는 데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즉, 해당 사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맥락과 쟁점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성격 때문에 나무위키 내 '리쌍 곱창집 사건' 문서에는, 일반 누리꾼 특유의 아마추어리즘에 의한 지식의 '구멍' 또는 '오류'가 가득하다. 가령 해당 문서는, "리쌍이 계약을 위반했나?"라고 자문한 뒤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 당시 서윤수의 환산보증금은 3억 4천으로 추산되어(보증금 + 월세x100)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 


이 설명은 오류다.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부분 적용' 받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3조,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가 적용된다. 리쌍 사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규정' 중, 제10조 제4항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에게 적용되지 않아서 벌어진 사달이다. 그리고 그 누락은, "국회의 실수"라는 표현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을 만큼의 '어처구니없는 허점'이다. 제10조 제4항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에게 적용되지 않음으로 인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1~2년의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 즈음하여 임대인에게로 가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저는 앞으로도 선생님 건물에서 계속 장사하고 싶습니다." 


임대료 상승을 각오한 채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간 큰 임차인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냥 '서로 아무 말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되어 계속 장사할 수 있겠지.'하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서윤수 사장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즉, 다른 임대인이 모두 관련 조항을 핑계로 리쌍처럼 접근하면, 서울 시내 주요 상권 길바닥은 전부 농성장으로 변한다.  


이상의 해설에 기초해야 비로소 "리쌍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라는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다. 회계사 100명의 자동차 수리지식이 정비사 한 명의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이른바 '전문 분야'의 집단지성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나무위키를 뉴스처럼 소비하는 리쌍 지지자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한다.


전문가가 나무위키를 하지 않는 이유 


언젠가 나는 주말에 한번 시간을 내어 해당 문서를 올바르게 수정해보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이내 포기했다. 나무위키의 운영 방식이 문제였다. 나무위키가 '①아무나'가, '②주장에 대한 근거 없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곧 내가 쓴 글이 아무나에 의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방금 나무위키 내 리쌍 곱창집 사건 문서에 접속하여 (누군가가 쓴) '개요' 중 다음의 문장을 삭제했다. 


"대중들 사이에선 (…) 리쌍이 호의를 베풀었는데, 세입자가 그걸 이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많다. (…) 젠트리피케이션의 한 예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해당 곱장칩은 소규모 프렌차이즈의 가맹점이며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될 무렵 개업한 곳이므로 원주인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는 거리가 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난 이 글을 지운 이유를 멋지게 늘어놓을 수도 있다. 가령,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혼란스럽게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아니다"라는 글은 불필요하다. 등등. 그러나 양심상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사실 조금 전의 나는 그냥 아무 글이나 지웠다. 글이 정말 이렇게 쉽게 지워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친김에 장난도 쳐 보았다.(난 장난기가 다분한 사람이다.) 리쌍과 서윤수 사장의 '녹취록 전문' 카테고리에 있는 원래의 글은 다음과 같다.  


길 : 정말 원하는 게 뭐야? 뭐야? 그렇게 이야기 했지? 근데 나는 다르게 이야기 해줄게. 너는 내가 도와주는 게 훨씬 좋아. 

서윤수 : 도와주는 것보단요. 합의한 대로 증축하게 해주고…

길 : 윤수야 그걸 원해? 원해? 재판 가는 거 원해? 너 씨X 여기서 X나 못하고 장사 못하고, 원해?


이 글을, '딸기 아이스크림 사태'로 바꾸었다. 


길 : 정말 원하는 게 뭐야? 뭐야? 그렇게 이야기 했지? 근데 나는 다르게 이야기 해줄게. 너는 내가 도와주는 게 훨씬 좋아. 

서윤수 : 도와주는 것보단요. 합의한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주세요.

길 : 윤수야 그걸 원해? 원해? 딸기 아이스크림 먹는 걸 원해? 너 씨X 여기서 X나 못하고 딸기 아이스크림 먹고, 원해? 


이렇게 나무위키 세상에서의 '권력'은, 누가 더 자주 쓰느냐, 또 누가 더 많이 수정하느냐에 달려있다. 어제 쓴 글이 오늘 삭제되거나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동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동네가 바로 나무위키다. 따라서 글의 정합성 및 단어의 적합성 등을 중시하는 전문가가 직접 나무위키의 글을 수정하거나, 문제 있는 내용에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어리석은 소모전이 아닐 수가 없다.  


'리쌍 사태'는 '합법적 권리금 약탈 사태'가 맞다 


리쌍 사태와 관련하여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단편적 사실관계'가 아니다(나무위키 내 '리쌍 곱창집 사건' 문서도 사실관계는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맥락적 분석'이다. 가령, 리쌍 지지자들은 서윤수 사장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2년 임대차 계약이 끝났으면 당연히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 


여기서 '2년의 임대차계약이 끝난 것'은 '팩트(fact)'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왜냐하면, 사실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어떠한 의미도 갖질 않기 때문이다. 가령 '비가 내린다'는 사실이 있다고 해보자. 이게 의미를 가지려면, 여기에 반드시 '맥락에 대한 지식'이 더해져야 한다. 거칠게 더하건대, 가뭄 중에 내리는 비는 단비일 터이고, 소풍날에 내리는 비는 그렇지 아니할 것이다.  


이처럼 '2년의 임대차계약이 끝났다는 사실'에도 맥락적 지식을 더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2년의 임대차 계약이 끝났으므로 내쫓기는 것은 타당하다" 또는 "부당하다"는 가치판단에까지 가 닿을 수 있다(2년 만에 쫓겨나는 것이 어째서 부당한지는 앞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반 누리꾼에겐, 리쌍 사태를 맥락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식이 없다.  


리쌍 사태를 '합법적 권리금 약탈 사태'로 규정한 지난 칼럼 발표 이후, 누리꾼으로부터 많은 항의 이메일을 받았다. 일일이 답장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대신에 본 칼럼을 통해 일괄적 답변 한다.  


"리쌍 사태는 합법적 권리금 약탈 사태가 맞다. 그리고 이것은 전문가로서의 내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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