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와 바리스타가 함께 만든 방화동 카페
서울 강서구 방화동.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동네 한가운데, 감각적인 취향과 따뜻한 온기가 공존하는 카페 ‘베레프트’가 있다. 디자이너, 바리스타 부부가 함께 만든 이 공간은 책, 음악, 커피, 그리고 정갈하게 채워진 오브제들로 공간을 찾는 이들의 하루를 풍요롭게 만든다. 빈티지 조명과 우드 가구가 전하는 부드러운 공기, 직접 큐레이션한 책과 소품, 깊이 있는 재즈와 스페셜티 커피까지. 베레프트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을 넘어 머무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의 리듬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분명 특별한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베레프트 공동 대표
생기와 여유가 머무는 곳
베레프트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생기와 여유가 공존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가장 잘 담은 단어를 고심했습니다. 베레프트는 독일어 ‘belebt’에서 따온 말이에요. ‘활기찬, 생기 있는, 북적이는’ 등의 뜻이 있습니다. 이 단어야말로 저희가 지향하는 카페라는 공간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 선택했죠. 사람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한글로는 ‘베레프트’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빈티지 조명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도, 우드톤의 인테리어 등 공간의 부드러운 무드가 겨울과 잘 어울려요. 디자이너로서 최규호 대표님의 취향이 반영된 걸까요?
그래픽 디자인으로 시작해 이후 편집 디자인, UI/UX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왔어요. 현재는 작은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죠. 저는 바우하우스와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베레프트에는 저의 디자인 여정에서 추구해 온 감각과 취향이 담겼죠. 특히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 콜롬보(Joe Colombo)의 조명을 좋아합니다. 어렵게 구한 것들이 많아서 애정을 더 갖게 되는 듯해요. 여기에 더해 오래도록 수집한 빈티지 가구와 오디오 기기들이 공간의 무드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어요.
한적한 동네에 이렇게 감도 높은 공간이 있어 놀랐습니다. 왜 이곳에 자리 잡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전엔 사람이 많은 소위 핫한 상권에서 10년 넘게 카페를 운영했지만, 너무 빠르게 변하는 분위기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란 생각을 자주 했어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추구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망원동, 후암동 등 저희가 좋아하는 동네를 선택지에 놓고 좀 더 여유롭고 느긋한 공간을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방화동의 공원을 방문했는데 인위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반하게 되었죠. 당시의 느낌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 동네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베레프트를 열기로 했죠.
느리게 가는 시간을 채우는 것
앞서 잠깐 이야기 나눴지만, 운영자의 취향이 담긴 빈티지 조명부터 책, 문구, LP, 빈티지 소품까지 베레프트를 채우는 다양한 콘텐츠가 인상적이었어요.
빈티지 가구나 조명은 대부분 바우하우스나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이 반영된 1940~70년대의 제품들이에요.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LP 플레이어나 필름 카메라, 디자인 서적 등 오랜 시간 수집한 것들을 공간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품도 근사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도 베레프트를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 큐레이션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느리게 가는 시간을 추구하는 공간의 지향점과도 잘 어울리고요.
출판사 ‘민음사’의 책들만 소개하고 있어요. 협업은 아니지만 저희가 민음사를 좋아해요. 젊고 현대적인 느낌, 그리고 자극을 주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좋은 책은 혼자만의 시간을 근사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저희 공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 저희가 실제로 참고하고 활용한 디자인 서적도 볼 수 있습니다.
자리마다 가구도 조금씩 다르고 보이는 풍경도 제각각이라 재미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잘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처음 공간을 구상할 때는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 재즈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베레프트입니다. 책을 읽고 작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좋은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지향하죠. 욕심이 많죠? (웃음) 신선한 커피는 물론, 선별한 책들과 음악, 친환경 제품, 개성 있는 굿즈, 빈티지 소품까지 정성스럽게 준비해 두었으니 이곳을 찾는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즐기고 만족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커피 맛도 참 좋았어요. 대표적으로 소개해주실 만한 메뉴가 있다면요?
저희는 전부 스페셜티 커피만 사용해요. 품질 좋은 생두를 사용하고, 다른 곳과 차별화된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파나마 생두를 메인으로 준비 중이고, 피넛과 크림베렛 같은 메뉴가 인기가 많아요. 필터커피로도 다양한 게이샤 커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에 진심인 분들을 위해 늘 새롭고 좋은 커피를 준비하고 있어요.
취향의 연결점이 되어주는 공간
동네에 있는 만큼 방문객은 주로 어떤 분들이 찾는지 궁금해요. 제가 찾았을 땐 엄마와 책을 읽는 아이, 공부하는 학생, 데이트하는 커플이 있었는데요. 한남, 홍대, 성수처럼 힙한 동네에서 트렌디한 방문객들이 있을 법한 분위기의 카페에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하는 모습이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글쎄요. 딱 어떤 분들이 주로 찾는다고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연인, 학생,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가족, 혼자 글을 쓰러 오는 분들까지. 연령대도 넓고, 먼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운영을 하다 보니 개인이 하는 카페라는 공간이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저희 공간이 취향의 연결점이 되어주는 것 같아 기쁩니다.
2026년, 베레프트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을까요?
올해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고요. 작은 디자인 소품과 생활 소품을 만드는 브랜드도 준비하고 있어요. 책, 음악, 대화, 커피 등 어떤 이유로든 베레프트를 찾는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누리시고 만족하셨으면 해요. 결국 저희는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께 좋은 기억을 선사한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언젠가 ‘방화동 하면 떠오르는 카페’로 기억되길 바라죠.
베레프트
주소: 서울 강서구 금낭화로 286 1층
운영 시간: 화, 금, 토, 일 10:00~21:00 / 수, 목 10:00~19:00 / 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