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여행 메이트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해 주는, 같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그 느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권하고 그걸 정말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보여드리고 그곳에서 신나서 방방 뛰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가 정말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해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엄마는 꽤 괜찮은 여행 메이트였다. 운동으로 다져진 40대 엄마의 체력은 20대인 나의 체력과 거의 맞먹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내 또래들 틈에서, 아주머니들 틈에서 모녀인 우리는 조금 돋보였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륵거렸던 낭랑 18세처럼, 맥주 한잔에 볼이 발갛게 익어버렸던 스무 살처럼 엄마와 나는 세대를 뛰어넘은 친구가 되어 함께 걷고 웃었다.
엄마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자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던가 너무 행복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말씀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대학생이니까, 나는 내가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기에도 벅차니까 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나 혼자만 좋은 것을 보고 다녔다. 1년이라는 시간이 나와 부모님께 서로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이유로, 나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그 사실을 외면해왔다.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부지런히 살 걸. 엄마도 함께 가자고 말해볼 걸.
지나간 시간들은 그만 되돌아보기로 한다. 엄마는 아직 젊고 나도 아직 어리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충분히 많은 시간과 기회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엄마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짧았던 일주일은 내게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땡땡이를 치고도 마음이 정말 편했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긴 했지만 적어도 숙소를 떠난 그 순간부터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까지의 그 시간 동안은 마음껏 즐겼다. 처음으로 대충 하지 뭐, 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도 꽤 괜찮은 생각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와 함께 일탈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