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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gmin Kim Apr 01. 2016

당신의 네번째 욕망.

와인은 욕망이다.

인간의 세가지 욕망

  우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수면욕, 성욕, 식욕. 각자 개인에 따라 어떤 욕구가 앞에 놓이는가는 다르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세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욕망의 다음 단계로 가기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와인이 인간의 기본 욕구와 아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와인을 마시며 와인을 수면제 대신 처방하기도 하고, 이성을 유혹하는 도구로 쓰기도,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역할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알코올과 향, 풍미를 동시에 품고 있기에 와인은 마성의 음료라고 불렸습니다. 또, 신들의 음료, 예수의 피라 불리는 영예도 가졌고, 사람을 취하게 만들기에 독극물이라는 오해도 받았습니다. 이런 매혹의 와인을 인간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부분은 ‘사랑의 묘약’입니다.



와인의 섹슈얼리티


  와인이 인류와 함께한 시간만큼, 인간의 본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인간은 와인을 통해 욕망을 표출해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성세르’라는 프랑스 화이트 와인과 굴을 함께 먹으면 최음 효과를 일으킨다, 로제 와인을 마시면 사랑에 빠진다 등의 이야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고대 문명에서는 와인을 마시고 취하면 인간의 악한 본성이 살아난다고 하여 금지 한 적도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몇몇 종교에서는 지금도 술 자체를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와인이라는 술은 알코올보다는 향과 풍미로 즐기는 술이라 특별하게 생각되어 왔습니다. 와인에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좋은 향이라 느끼는 과실 향이 풍부하게 피어납니다.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과실의 향을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먹으면 내가 생존할 수 있다는. 좋은 와인의 코르크(또는 스크류 캡)를 열면, 체리, 크랜베리, 딸기, 라임, 레몬, 자몽, 망고 등의 과실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미, 라일락, 릴리, 아카시아 등의 꽃 향기도 맡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정말 로맨틱하지 않을까요? 호감이 있는 이성이 만나 향긋한 와인을 마시면, 시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게 됩니다.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청각도 추가됩니다. 인류는 일찍이 이 사실을 깨닫고 와인을 유혹의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절세의 미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도 로마의 장군들을 유혹하기 위해 와인을 사용했습니다. 유명한 이야기인, 클레오파트라가 연회에서 진주를 잔에 넣어 마셨다는 이야기는 사실 ‘와인잔’에 비너스의 눈물이라는 진주를 넣어 삼킨 것입니다. 기후가 현재와 달랐기에 당시는 이집트에서도 와인을 생산했고, 이 와인은 유럽에서도 최고급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달콤한 와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와인에 가보로 내려오던 진주를 넣어 삼켰던 클레오파트라는, 그 날밤 로마 최고의 장군과 이집트산 ‘최고급 와인'을 마시며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욕망의 실현

  이 욕망의 와인은 과연 어떤 맛과 향을 지녔길래 당시 세계 최강의 나라를 지배하던 장수의 뇌를 마비시켰을까 궁금하지 않나요? 저에게도 많은 분이 연인과의 특별한 날을 위한, 썸남썸녀들의 관계 개선을 위한 와인 추천을 요구합니다. 그럴 때 제가 추천하는 와인이 있습니다. 그 날 그들이 함께 음미했던 마레오틱 와인은 현재의 ‘브라케토 다퀴’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지금 유행하는 립스틱의 색깔과 색이 흡사합니다. 약한 오렌지빛과 붉은 핏빛을 동시에 품고도, 상대의 얼굴이 비칠 정도의 맑음을 보여줍니다.(맨 위 사진 참조) 뇌색적인 붉은색과 다르게, 코르크를 열자마자 장미,체리, 생딸기 주스 등의 향미로 코를 자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브라케토 다퀴가 인기 품종이 아니라서 종류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진하고 제대로 된 브라케토 다퀴를 느껴보고 싶다면,‘르프롱드 브라케토 다퀴’를 추천합니다. 제가 (제 돈 주고 사서)맛본 바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타 브라케토 다퀴보다 더 농축된 풍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고대 연인이 마셨던 와인과 꼭 같은 와인은 아니지만, 브라케토 다퀴는 잠시 잊었던 낭만을 되살려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와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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