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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미생물이란?

필립 K. 피터슨, 《미생물이 우리를 구한다》

by ENA

책의 내용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혹은 도움을 줄 지도 모르는 미생물에 대한 것 말고도, 제목과는 좀 달리 '인간의 적'이라고 해서 병을 일으켜온 세균, 바이러스 등까지도 포함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마무리하고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왔기 때문에 그 얘기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어판 서문에는 초기의 사태를 언급하고 있기도 한다.)


우리가 미생물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는 지구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 미생물은 지구상에서 최초의 생명체였고, 지금도 가장 번성하고 있는 생명체다. 그러니 어쩌면 미생물이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이 그들의 세계에 틈입해 온 것이라고 해도 별로 잘못된 말이 아니다. 감염내과 의사이자 연구자인 필립 피터슨은 그런 미생물의 세계를 a에서 z까지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제1부의 '인간의 적'이다. 모르는 내용들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여러 미생물들을 그 시작부터 해서, 임상 증상, 치료 등을 잘 요약하고 정리해주고 있다. 그가 포함하고 있는 참고문헌 역시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미생물에 의한 질병은 다양하다. 주로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들인데, HIV에서 시작해서 에볼라, 뎅기열, 치쿤구니야, 지카, 웨스트나일병, 조류독감, 니파, 사스,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레지오넬라, 라임병, 아나플라즈마병, 바베시아병, 0157, C-디피과 같은 세균에 의한 신종 감염병, 그 밖에도 광우병과 같은 프리온에 의한 질병, 크립토스포리디아증과 같은 곰팡이에 의한 질병도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 MRSA, CRE, 콜리스틴 내성균과 같은 항생제 내성균도 포함하고 있다(당연히!).


이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조심해야 할지도 꽤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대변 이식술(FMT)와 같은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법, 백신의 개발, CRISPR와 같은 세균에서 비롯한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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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 같지만, 소동을 넘어서 공포가 잦아들면서 다시 관심 역시 사그러들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19 를 예측하지 못했듯이 다시 우리에 대한 미생물의 위협은 예측하지 못한 데서 올 가능성이 무척 높다. 그때 다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역시 다시 똑같은 사태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 계속해서 관심을 유지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하는 것만이 비록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그 어떤 것이 오더라도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거란 것은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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