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리를 창조했다

마이클 브룩스, 《수학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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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문명을 만들었다는 얘기. 너무 상식적인 거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이 술술 내놓을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수학자다. 몇 가지 예를 들면서(이를테면 미적분) 수학이 문명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수학의 가치 전체를 문명의 발달과 연관지어 전면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브룩스의 《수학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는 제목처럼 수학의 분야(대체로는 시대적 순서로 발달한)가 인류의 문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소상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이 수학이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데, 그냥 우격다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때로는 의외의 지점을 가리키며 알려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허수 얘기인데, 허수라고 하면, -1의 제곱근, 즉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수로 단지 개념적으로 존재하면서 계산을 위한 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사실 나도 그걸 배웠던 고등학교 때부터 최근까지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마이클 브룩스는 이 허수의 개념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설명하면서(사실은 그 응용부터 먼저 보여주지만), 이렇게 쓰고 있다.


“학창 시절 아무 쓸모없는 허수를 왜 배우느냐고 수학 선생님께 불평했었다면 전화기도 내려놓고 음악도 끄고 인터넷 공유기 전선도 뽑고 가정용 전기 공급도 차단하고 영화관이나 연주회장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게 옳다. 아니면 그때의 불만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든지.” (325쪽)


이 책을 읽으면 별수 없이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앰프의 설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길래 이게 도대체 장의 제목 ‘허수’와 무슨 관련이 있지 의심했지만... 역시 나의 잘못이었다. 그러면서 마이클 브룩스는 허수가 ‘상상의 수’가 아니라고 한다. 이것 역시 의외인데, 실제로 존재하는 수이며,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쓰고 있다. 어떤 영향? 그런 앞의 인용문에 있는 것들이다(물론 너무 복잡해서인지, 너무 막대해서인지 초기 단계에서 설명을 마무리하고 있긴 하다).


그런 식이다. 숫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회계를 발달시켜 경제 생활이 가능해졌고, 기하학을 창조하면서 길을 찾고, 지도를 그리고, 건축물을 올렸다. 대수학을 통해서는 세상을 조직했다. 이차방정식을 풀고, 대포를 쏘고, 물류를 개선하고, 결국 구글을 만들어냈다. 변화의 수학, 미적분학을 만들어내면서 그야말로 현대로 접어들 수 있었다. 감염의 확산을 이해하게 되었고, 파생 상품을 만들어 호황과 함께 경제의 파국도 경험하게 되었다. 비행은 물론이다. 로그는 그야말로 신비롭다. 천문학자의 계산을 돕고자, 순수한 의도에서 만들어낸 수학인 로그는 원자폭탄을 만들어냈다. 통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보이론도


마이클 브룩스는 문명을 정의하면서, 중요한 요소로 수학을 들고 있다. 잉카 문명은 문자가 없었으면서도 수학은 있었다는 것을 예로 들며, 문자보다도 수학이 문명에서 더 본질적인 요소일 수 있다고 본다. 역사를 보지 않더라도 현대 문명만 보더라도 이를 부인할 수 없다. 아니, 누가 감히 부인할 생각이나 하겠는가. 우리는 그걸 그때그때마다 깨닫지 못한다. 바로 그게 수학의 위대함이다. 깨닫지 않더라도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 말이다. 수학은 우리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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