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생활 필수품, 약이나 자동차와 같은 것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서 많은 것들이 상품명이 보통명사 같이 쓰이는 것들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다. 이 중에는 꽤 많이 알고 있던 것도 있고(이를테면 콘플레이크의 시작인 켈로그나, 코카콜라의 대용으로 독일에서 개발한 환타, 지금도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아스피린,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과 같은 것들이다), 조금 알고 있던 것도 있고, 전혀 몰랐던 것도 있다.
그중 잘 몰랐던 것들부터 언급해보자.
눈물방울 모양의 허쉬 키세스 초콜릿은 사탕 가게에서 시작했다. 키세스(Kisses)라는 이름에 관해서는 (나는 당연히 kiss에서 온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분명하게 그 연원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었듯 이 상표명이 kiss에서 온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즉 보편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무려 94년이나 상표 등록을 못했다는 것이다. 2001년에야 키세스하면 허쉬를 떠올린다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서 겨우 상표 등록을 했다고 한다.
하리보(HARIBO)는 다소 웃기는 광고로 인상 깊다. “하리보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른들도”라는 슬로건이 이해가 되는 광고다. 이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바로 창립자인 한스 리겔(Hans Rigel)의 이름과 성에서 두 글자식, 그리고 도시 이름 본(Bonn)의 두 글자를 딴 것이다.
누텔라. 내 아들이 아주 좋아하는 초콜릿 잼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것인지 몰랐다. 바로 선물용 초콜릿으로 유명한 페레로 로쉐와 같은 회사다. 뜨거운 날씨에 녹아버린 초콜릿을 항아리에 담아 운반하다 떠오른 아이디어에 나온 제품이란다. 그리고 코카콜라처럼 제조법이 비밀리에 전수되고 있다고 한다.
3M에서 ‘M’은 무엇의 약자일까? 언뜻 생각해봐도 M가 세 개라는 뜻일 텐데... 바로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가 풀네임이란다. 그러니까 이 회사는 원래 광산 제조 회사였다는 얘기다. 이 회사가 스카치테이프며 포스트잇과 같은 발명품을 내놓은 회사가 된 데에는 사업에서의 불운과 함께 연구에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샤프펜슬의 ‘샤프’는 말할 것도 ‘sharp’다. 근데 이게 진짜 ‘날카롭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쓰인 것은 몰랐다. 물론 그런 종류의 물품의 원래 명칭이 메카니컬 펜슬이라는 것도 몰랐다. 영국에서 처음 엉성하게 개발된 메카니컬 펜슬을 지금의 것과 같이 만든 것은 일본의 하야카와 토쿠지였다. 그가 개발한 제품에 붙인 이름은 ‘Ever Ready Sharp Pencil’. 해석하자면 ‘항상 뾰족하게 준비된 연필’이란 뜻이다(딱!이지 않은가!). 사람들은 ‘sharp’란 말을 금방 기억했고, 메카니컬 펜슬 대신 샤프 펜슬이라고 기억했다.
아디다스(Adidas)와 퓨마(Puma)가 같은 회사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을 아주 오래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다. 아디다스는 신발을 만들었던 동생 아돌프 다슬러 쪽이고, 퓨마는 사업을 했던 형 루돌프 다슬러 쪽이다. 이들이 틀어지게 된 것은 나치 시대를 지나면서다. 루돌프는 친나치였고, 아돌프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서로에 대한 오해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두 회사의 본사는 지금도 그들의 고향 마을에 함께 있다고 한다. 회사 사람들의 사이는 어떨지 궁금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배달업체에서 시작한 것은 언뜻 생각하면 의외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럴 듯하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것이 어떤 사업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배달과 신용카드는 어떤 두 사람을 맺는 간접적인 과정에서 신용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비록 최초의 신용카드 회사는 아니지만(최초로 인정받는 것은 다이너스 클럽이다. 저녁 식사를 먹기 위한 신용카드!), 그들이 신용카드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밖에 이 책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뭘 아는 척하며 얘기하기 좋은 내용들이 많다. 스팸이 어떻게 해서 생긴 건지 아니? 저기 보이는 맥도널드의 황금 아치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인지 아니? 크리넥스가 원래 코를 푸는 데 사용하라고 만든 게 아닌 건 아니? 레고가 다른 회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만든 것인지는 아니? 모노폴리는 처음에는 헨리 조지의 토지세 개념을 이해시키고, 독과점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인지 아니? 바세린이 석유 찌꺼기를 가지고 만든 것인지는 아니? 까스활명수와 까스명수가 같은 회사에서 만든 것인 줄 알지?
이 흥미로운 성공담에는 거의 공통적인 내용이 있다. 바로 전쟁이 기회였다는 것이다. 전쟁을 잘 이용해서 납품하고, 광고하면서 성공의 길로 든 제품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전쟁은 성공한 이들에게는 기회겠지만, 그 전쟁으로 죽고 망한 이들이 더 많았다는 것은 이런 성공담에는 별로 적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