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2. 에쉐리히(Escherich)

테오도르 에쉐리히라는 이름은 현재 거의 Escherichia coli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1800년대 말 적지 않은 업적을 남긴 연구자였다. 그가 대장균을 발견했던 때, 즉 1870년대, 1880년대는 세균학에 있어서 황금기(golden age)라고 불리던 시기였다. 특히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많은 세균들이 발견되었던 시기였다. 1873년 나병균(Mycobacterium leprae)과 1877년, 탄저균(Bacillus anthracis)에서 시작해서 1879년 임질균(Neisseria gonorrhoeae), 1880년 장티푸스균(Salmonella typhi), 1882년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1883년 디프테리아균(Corynebacterium diphtheriae)과 콜레라균(Vibrio cholerae), 1884년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 1886년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1887년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is)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인체 감염질환 관련 세균들이 발견되었다. 이 세균학의 황금 시대에 조용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Escherichia coli, 즉 대장균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이 세균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에쉐리히는 원래 미생물을 연구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당시 뛰어난 소아과 의사였다. 소아과 의사였던 에쉐리히가 소화기 질환병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884년이었다. 당시에는 소화기 질환과 직접 관련된 병원성 세균으로는 콜레라균 밖에 없었다. 콜레라균, 즉 Vibrio cholerae가 콜레라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제기한 이는 1854년 피렌체대학(University of Florence)의 해부학 교수였던 필리포 파치니(Filippo Pacini, 1812-1883)였다. 그리고 1884년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콜레라의 원인이 Vibrio cholerae라는 것을 입증했다. 에쉐리히는 콜레라가 아닌 소아의 설사에는 다른 원인균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것을 밝히고자 했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설사는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었다. 당시에는 소아 설사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던 시대였다. 소아 설사는 주로 화학적인 것이고, 세균은 부분적으로만 관여한다는 것이 널리 퍼져 있던 견해였다.

1882년 게하트(Cark Jakob Adolf Christian Gerhardt)의 지도 하에 의학 박사가 된 에쉐리히는 2년간 빈에서 강의하면서 St. Anna Children’s Clinic에서 세균학 연구를 했다. 이후 1884년 8월에는 의학과대학 소아과가 설립된 뮌헨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하던 중 뮌헨이 자리한 바이에른 주 당국에 의해 10월 콜레라가 집단 발생한 나폴리로 파견가게 되고 그곳에서 콜레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1886년 에쉐리히는 소아에서 장내 세균과 소화 생리의 관한 단행본 형태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 연구로 그는 소아 분야에서 선구적인 세균학자로 입지를 굳히게 되는데, 바로 이 논문에서 나중에 Escherchia coli라 불리게 되는 세균을 “bacterium coli commune”로 기술하게 된 것이다.

에쉐리히는 이후 그라츠의 St. Anna Children’s Clinic의 소아과 교수이자 원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고, 이 소아과 병원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 중 하나로 만들었다. 1902년에는 빈에 위치한 St. Anna Children’s Hospital의 정교수가 되어 병원을 이끌었으며 1903년 유아방어협회(Infant Defense Society)를 설립하고 모유 수유에 관한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는 1911년 빈에서 사망했다.

현재 에쉐리히라는 선구적인 세균학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한 작은 세균에 붙여져서 영원히 남았고, 전 세계 모든 연구자들 그 세균을 통해 온갖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