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WEIRD)는 왜 위어드해졌는가?

조지프 헨릭, 『위어드(WEIRD)』

by ENA

조지프 헨릭은 WEIRD란 말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심리학을 비롯한 많은 설문이라든가, 행동 조사를 통한 연구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란 것을 밝혀냈다. 그와 그의 공저자들은 심리와 행동 실험에서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인구 집단에 WEIRD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단어가 된, 이 말은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의 약자다. 저자가 이 말을 만들 때는 이 단어의 원래 뜻도 고려했다. 바로 ‘기이한, 기묘한’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WEIRD 사회 자체가 보편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유별난 사회이며, WEIRD한 심리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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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히고자 한 것은 WEIRD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유별난 것인지 등에 관한 게 아니다. 그는 WEIRD 사회가 왜 WEIRD해졌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WEIRD 사회, 즉 현재 발달된 국가, 사회가 왜 지금과 같이 발달해졌는지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시도는 무척 많다. 1000~1200년 정도만 하더라도 나중에 지구를 지배하는 사회가 유럽 쪽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었다. 대신 중국이나 아랍 쪽이 될 게 거의 뻔해 보였다. 그럼에도 1500년대 이후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래도 유럽이 지구를 지배하는 역사로 흘러갔다. 많은 책들이 왜 그런지를 밝히고 제시한다. 어쩌면 좀 대가란 소리를 듣게 되면 시도하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이다. 조지프 헨릭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성과를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약간 시점을 달리 하고 있다. 그는 바로 유럽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시점인 1500년의 부흥이 어떤 심리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일단 WEIRD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한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개인주의, 분석 지향, 순종에 대한 거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 같은 것들이다. 이와 같은 성향은 여러 심리 실험 등을 통해서, 혹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확인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향은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WEIRD 사회에서만 기묘하게 성장해온 성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향이 경제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성향은 어떤 계기로 촉발될 것일까?


저자는 교회를 들고 있다. 막스 베버가 얘기하듯 프로테스탄티즘이 아니라(조지프 헨리도 프로테스탄티즘을 거론하지만, 이는 이미 서구 사회가 WEIRD해진 이후 그 성향을 촉발하고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중세의 기독교 교회를 말한다. 교회는 종교적인 이유와 비종교적인 이유로 ‘결혼 가족 강령’을 신도들에게 강요한다. 즉, 근친상간 금지, 친족 결혼 금지, 일부일처제 등과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도 친족 결혼과 같은 경우도 흔하게 벌어지며, 일부다처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교회가 이 결혼 가족 강령을 강요하면서 집약적 친족 제도가 해체되었고, 이것이 사회적 변동과 심리적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기독교회의 힘이 크게 미치는 곳과의 거리, 혹은 시기적으로 그런 제도가 정착된 지 기간 등과 여러 WEIRD의 특징이 어떤 연관 관계를 갖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수많은 그래프들이 이 연관 관계를 증명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변동과 심리적 변화가 가져온 것은 바로 수도원, 도시, 길드, 대학, 비개인적 시장과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개인주의, 분석 지향, 순종에 대한 거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 같은 것들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제도와 성향이 유럽의 경제 발달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다시 요약하자면, “중세시대 동안 문화적 진화(결혼 가족 강령과 같은)가 유럽의 친족 기반 제도를 파괴했고, 이것이 비개인적 시장을 확대했으며, 자발적으로 형성된 집단 간의 경쟁을 고조시켰고, 도시의 분업 확대를 가져오면서, 지속적으로 심리적 변화를 일으켰다.” 이런 심리적 변화는 인류의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파편화된 공동체 속에서 WEIRD 심리는 특정한 종류의 사고와 법률, 규칙, 정책, 믿음, 관행, 주장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걸러지면서 경제 발달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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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주장은 이런데, 나는 이 주장을 증명하거나 반박할 만한,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을 일단 읽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든 생각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 저자의 연구 그룹에서 한 일도 있고, 다른 연구자들이 한 일도 있지만, 이러한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둘째는 약간의 반감이다. 저자는 자주 WEIRD 사회라든가 심리가 비-WEIRD 사회, 심리에 대해 우위에 있다는 걸 얘기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WEIRD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대놓고 부정할 수 없는 건 WEIRD란 말 그래도 그쪽이 지금 우위에 있는 것은 맞기 때문이다.

셋째는 의구심이다. 저자는 600쪽이 넘는 본문을 중세시대 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이 가져온 파급을 설명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아무리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 하나의 방아쇠를 상정하는 것이 분명하다. 내 의구심은 정말 그럴까, 하는 것이다.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건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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