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3대 구성 요소는 책(자료) 그리고 사서 그리고 건물이다. 셋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그것은 도서관이라고 하지 않는다. 책과 사서가 있고 건물이 없으면 도서관이라 부를 대상이 없고, 책과 건물이 있고 사서가 없으면 문고나 서점은 될 수 있어도 도서관은 아니다. 책 없이 사서와 건물만 있으면 사서의 집은 될 수 있어도 도서관은 아니다.
그런데 또 요즘엔 책이 없는 도서관, 건물이 없는 도서관, 사서가 없는 도서관도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도서관이나 전자도서관과 같이 책이 없이 자료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도서관도 있고, 이동도서관과 같이 건물 없이 버스나 지붕만 있는 형태로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또 숲 속 도서관(공중전화박스에 책을 꽂아 놓은 자율 문고)도 도서관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원칙은 책과 사서 그리고 건물이 있어야 도서관이라 한다.
도서관에서 사서가 하는 수많은 업무 중 단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제공하는 일의 비율은 높다. 이번엔 도서관에 책이 어떻게 꽂히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사서들은 무엇을 하는지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책의 수집
수서의 단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자료의 구입과 기증을 통해 자료를 입수한다. 자료의 기증은 기증된 자료 중에서 도서관에 등록되어 이용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자료를 구입할 때는 추가적으로 많은 과정이 포함된다.
2019년 기준 신간 발행 권수는 63,476권으로 매년 6만여 권의 책이 발간되고 수백만의 발행된 도서 중에서 도서관에서 수집하고 제공할 도서를 선정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한정된 예산과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수백만의 책 중에서 도서관이 구입할 수 있는 책은 단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중에서 책을 선정하고 입수하는 과정에서 사서의 다양한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좋은 책(흔히 양서)라고 하는 책을 구입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선택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모아 놨다 하더라도 이용자의 요구 파악이 되지 않은 책은 사실 비싼 인테리어 소품일 뿐이다. 그래서 이용자의 요구 분석과 자료의 분석은 항상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역의 이슈를 수집하고, 시대의 이슈, 시대의 요구 등 분석하고 반영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지금이야 다양한 빅데이터 자료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고, 손쉽게 취할 수 있지만, 내가 사서가 된 10년 전만 하더라도 시청 통계자료, 구청 통계자료, 각 주민자치센터의 동에 해당하는 통계자료, 직접 이용자들의 요구를 묻고 수집하기도 하고 지역의 신문을 뒤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기존 도서관의 도서관리시스템의 통계이다. 이 통계는 도서관에 구성되어 있는 자료들의 대출 빈도, 선호 주제, 이용자의 연령층에 따른 관심사 다양한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이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에 상당수의 책이 서가 속에 잠들어버리는 책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런 자료가 바로 미대출자료이다. 그런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사서들은 데이터를 모으고 자료 구입 시에 반영한다.
이용자의 요구를 분석한 이후에는 양서를 탐색한다. 이용자의 요구에 해당하는 자료 중에서 양서를 골라 구입을 진행하게 된다. 여기서 이용자의 요구에 따른 책이 다수 출판되어 그중에서 양서를 고르는 게 곤욕일 때도 있지만, 이용자의 요구에 해당하는 도서가 출판시장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이슈 키워드를 연관검색어로 변경하여 해당 정보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활용한다. 양서를 선정하는 기준은 출판사의 권위, 작가의 권위, 색인목록의 권위 등 다양한 질적 척도들이 마련되어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그 책을 사서가 한 번이라도 훑어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사서들은 현장수서라고 해서 대형서점과 같이 많은 신간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출장을 나가서 자료를 브라우징하기도 한다.
구입할 자료를 선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역동적이고 그 폭이 넓다. 단, 현장에서 사서가 이렇게 수서를 할 때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할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공공도서관 중에서는 수서팀이 따로 구성되어 이렇게 역동적으로 수서를 진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해당 과정이 생략되고 수서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고백하건대 수많은 업무량에 치여 일단 책을 채우는데 급급할 때도 있었다. 또, 자료구입비가 정기적으로 예측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추가경정 예산으로 도서 구입비가 들어오는 경우에는 예산에 맞게 도서의 권수를 채우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서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를 진행하던 사서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분석과 자료 데이터 분석 데이터를 매번 새로운 사서가 익히고 분석하고 자료를 구입하는 것보다 기존에 수서를 진행하던 사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과정을 많은 사서들이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도서관의 근간이 되고 주요한 업무이고, 도서관 업무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료의 정리
자료의 정리는 자료의 분류를 하고, 목록-MARC(Machine Readable Cataloging)를 진행하는 등의 많은 과정을 거친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면 자료의 분류와 목록은 필수 과목이고 과거에 사서의 전문성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자료의 분류와 목록은 아웃소싱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의 분류와 목록은 기본적으로 자료의 브라우징과 검색을 위한 것인데, 검색시스템의 발달로 일부 분류와 목록에 작은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찾는데 큰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분류나 목록이 정확하지 않으면 자료의 검색이나 활용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컸다.
예를 들어 테디베어라는 책을 곰에 대한 이야기로 분석하여 동물학에 분류되어있다면, 동물학을 공부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절대 이용되지 않을 책이 되었겠지만, 요즘에는 키워드 분석으로 테디베어를 원하는 사람은 테디베어로 검색을 하고 해당 책이 야생곰들을 다룬 책 사이에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그 책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분류와 목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도서관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또 문헌정보학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 문화기반시설,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사서들의 업무에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는 배제되고 아웃소싱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게 바로 목록과 분류 부분이다. 디테일하게 보자면 사서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 자료의 관리와 모든 것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가 느끼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분류와 마크를 외부 업체에서 아웃소싱으로 작업을 해오면, 도서관 현장에 맞게 수정하는 수준으로 해당 업무는 간소화되었다.
자료의 배가
수많은 책이 대출과 반납되는 과정에서 하루에도 수백 권의 책을 다시 서가에 꽂아야 한다. 사서의 손이 망가지는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자료의 배가는 자원봉사자나 도서관 정리요원(기간제, 아르바이트, 공무직)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르바이트생의 신분일 때, 도서 배가를 도와주는 사서들을 보면 그렇게 좋았다. 그냥 데스크에 앉아서 업무만 보는 사서들보다 아르바이트생들이랑 같이 책도 꽂고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사서가 되고 10년을 보내다 보니 그게 얼마나 큰 것이었나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배가할 시간 같은 건 정말 틈을 비집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배가를 하려고 노력했다. 배가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책,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 자료실 현장의 트렌드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았다.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업무인 이유이다.
도서관의 서가를 보면 사서가 보인다. 수서 담당과 자료실의 사서의 안목과 정성이 포트폴리오처럼 서가에 쌓인다. 그 무게를 두려워할 줄 아는 사서가 좋은 사서다. 수시로 진행되는 업무분장과 인사이동으로 서가에 있는 책들이 사서인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기고 마음에 짐을 내려놓는 순간 도서관의 장서의 질은 낮아진다. 장서의 질은 이용자의 반응으로 직결되고 사람을 놓친 도서관은 생명을 잃는다. 그래서 늘 서가를 배회하며 책을 펼치고 빽빽한 서가의 책은 한번더 살피고 조절하며 책을 산다. 그래서 책을 사는 일을 할 때마다 예민해지고 민감해진다.
수서 업무 할 때는 휴일에 약속이 있어 나가게 되면 조금 일찍 나가서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어떤 책을 보는지, 어떤 책이 매대에 깔려있는지 보는 게 놀이이자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면 왜 나는 쉬는 날에도 일을 하고 있나 하고 가끔 정신차리자 다잡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그게 재미있다. 조금 보다 보면 재미있는 책들은 표지 사진을 찍어서 구입하기도 하고 궁금했던 책 실제 내용도 다시 한번 훑어보기도 하고 자발적 초과근무를 했다.
수서 업무를 하지 않을 때는 또 그게 가끔 그립기도 해서 서점에 들러 책을 보려고 노력한다. 맨날 책만 들여다보고 책만 고르고 서평 일고 책 보고 할 때는 지겨워지기도 하다가도 또 그 업무에서 떠나 문화행사 업무를 하다 보면 내가 그래도 사서인데 책이랑 너무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 책을 모르는 사서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또 반작용은 내 책을 살 때는 그냥 표지 예쁜 책 그냥 느낌이 좋은 책 아무런 정보 그 흔한 책날개도 펴보지 않고 그냥 책을 사버린다. 절대 도서관에는 사지 않을 거 같은 책 그냥 그런 걸 사버리고 또 스트레스가 풀릴 때가 있다. 나랏돈으로 고르고 골라 책 사는 것과 내 돈으로 아무런 책이나 그냥 막 사버리는 것. 사서로서 무게에 눌려있다 온전한 개인으로 돌아간 나의 작은 일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