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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이 아빠 Aug 18. 2016

내 아이는 언제나 걸어가고 있다.

마음이 편해야 육아도 편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꼭 듣는 이야기가 있다. 

얘는 말해요?
이제 걷나? 
몇 개월이에요?


마트에 한 두 명씩 꼭 있는 우리 학습지 판매원 분들은 그보다 더 하다 

이제 영어 교육하셔야 돼요 
다른 애들은 벌써 말하기 쓰기 가르쳐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대면으로 못하고 마음으로 한다)

느려도 괜찮아요. 내 아이는 나름의 길을 잘 걸어가니까요.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주변에서 계속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게 사실이다. 뭔가 안 될 것 같고 뭔가 뒤떨어지면 나중에 큰 손해라도 보는 것 같고 마음을 놓고 싶어도 쉬이 그러지 못하는 게 내 마음이다. 


나는 어려서 매번 비교를 당하고 살았다. 친척들로부터 누구로부터 키가 얼마나 크냐, 힘은 얼마나 쎄냐, 공부는 얼마나 잘하냐 등등 질릴 정도로 받았다. 문제는 내가 그 수준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해 핀잔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어려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어떠랴 지금은 아들도 잘 키우고 있고 적당한 기업에서 적당한 일을 하며 적당히 가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늦는다.라는 말은 비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는 누군가와 비교를 당하는 것인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 첫 글에도 적었지만 그저 도윤이 이길 바라고 도윤이로서 살아가길 깊게 희망한다. 그래서 그냥 그런 마음을 놓기로 했다. 지금 뭔가를 하고 있음에,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에 기뻐하고 싶다. 앞으로도 남들보다 뒤쳐져도 혹은 빨라도 도윤이는 나는 모르는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음을 기억하고 나는 그저 그 옆에서 닦달하지 않고 지금처럼 손을 꼭 잡아 언제나 함께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늦음을 보여 내심 안심하고 누군가의 빠름을 보며 조급해지지 않는 부모가 되고 싶다. 도윤이만 바라보고 기뻐하기에도 하루가 부족하고 1년이 아쉬운데 누군가를 자꾸 바라보며 채근하지 않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다만 어떤 '장애'가 있어서 늦는다면 당연히 바로잡기 위해 다른 교육도 해야겠지만 그것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언제나 옆에서 웃고 함께 놀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솔직히 조금 초조하기도 하고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 다만 지금이야 아직 어려서 이런 생각에 어느정도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초등학교 / 중학교에서 생활하는 도윤이에게 한결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오늘도 잠을 청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건방진 자세는 누구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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