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리고 육아의 시작 #3-1
개인적으로 육아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경제력에 따른 육아 용품의 차이는 가끔 질투가 생기기도하고 허탈함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아내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꼬박 꼬박 챙겨본다. 가끔 거기서 보는 제품을 사자고도 하는데, 보면 나도 사고 싶어서 잘 지르는 편이다. 이렇게 나도 우리 아이가 쓰는 제품들은 최고이길 바랬고 티끌만큼도 부족함이 없게 키우고 싶었다.
어찌어찌 임신 기간에서 안정기가 끝머리에 다가오는 때에 우리는 머리 속에 쓸대없는 상상만 가득했다.
위와 같은 상상을 한 채 아울렛으로 향했다.
물론, 우리 누나에게 간단한 리스트를 받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수 많은 리스트를 봤지만 막상 육아 용품이 있는 매장으로 오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그래서 거기 있던 이모님에게 물어물어 용품들을 샀고 큰 비용이 들어갔음에도 우리의 럭셔리한 육아 모습을 상상하며 (그때는 이럴 줄 모르고 뭔가 로망에 가득찼던 것 같다.) 큰 짐들을 차에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임신 막바지에 들어가는 와이프도 육아 용품을 보면서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고 나는 하나하나 정리해두었다. 애를 낳고 와이프가 조리원에 있을 때 수건, 옷가지들을 모두 삶아 정성스럽게 접어 조리원에 가지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아이가 50일이 다 되어 가는데도 포장 조차 뜯지 않은 상품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마음 속에는 뭔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고 아이를 실제로 키우다보니 막상 좋은 것이라고 사긴 샀어도 싸구려보다 못한 제품들도 많았다.
살때는 설레이고 즐거웠던 순간이, 쓸모없는 소비를 했고 좋은 것을 사지 못했다는 내 조급함을 탓했다. 뭐 물론 아이를 낳은 후엔 아기 용품을 사러 가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보이긴 했지만 조금 더 자세히 알았다면 합리적으로 사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표는 인터넷에 널렸으니 그걸 참고하자. 브런치가 표가 지원이 안 되서..ㅠ
1. 7~8개월 때 구매가 끝나야 한다.
육아 용품은 생각보다 많다. 너무 일찍 사도 집 한 켠에 짐짝이 되는 경우가 많고 너무 늦게 사면 아직 뱃속에 아이가 있는 엄마만 힘들 수도 있고 (둘째가 생긴다면 나 혼자가도 되겠지만) 아이를 낳고 난 후는 너무 늦다. 그렇기 때문에 7~8개월 때 어느정도 엄마가 입덧에 고생이 덜해지고 어느정도 움직일만할 때 후딱 가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숙련된 엄마라면 온라인에서 사겠지만, 초보 엄마라면 직접 가보고 촉감이나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옴니 쇼퍼처럼 오프라인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사도 좋고.
2. 리얼 출산 용품
- 기저귀
기저귀는 당연히 등급 별로 나뉘고 수 많은 브랜드가 있다. 기저귀는 잘못쓰면 발진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많은 블로그에서 여러 개를 써보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 방법은 돈이 남아 돈다면 추천이지만 아니라면 비추. G마켓이나 옥션에서 기저귀 체험팩 같은 것들이 있는데, 1매 당 가격이 후덜덜하다. 어차피 군은 일본꺼라 리스트에 포함하지도 않았고 따로 알아보기 어려워서 그냥 하기스 네이처메이드를 쓰다가 외국 제품으로 잠시 사용했는데, 외국 제품도 나쁘진 않았다. 일단 조리원에 들어 갈 예정이라면 좀 더 기달렸다가 조리원에서 사용하는 걸 쭉 사용하는 걸 추천하고, 조리원에서 발진이 날 경우 추천을 받아서 다른 제품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즉, 기다리는게 상책
등급은 보통 New Born 부터 6단계 뭐 이렇게 나뉘는데 체중 별로 나뉘니까 그냥 처음엔 New Born만 보면 된다. 조리원에서 한 팩 정도 가지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3~4팩은 사용 한 것 같다. 각 단계 별로 많이 사고 쿠팡이 가장 싸니 쿠팡에서 정기 배송하는 것이 가장 맘편하다.
- 분유
이 또한 조리원에서 정해진다. 처음부터 사면 안 좋다. 분유는 함부로 바꾸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뭐 물론 완모(완전 모유 수유)를 하시는 분은 해당 사항 없겠지만.. 완모 하시는 분들은 존경해야 할 정도로 그 난이도가 높다. 남편들은 아무 생각 없이 모유 수유를 강요하지 말길... 뺨 맞는다.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한다면 절을 해라. 두 번 해라.
우리 아기도 분유를 먹였는데 당연히 처음엔 배 앓이를 한다. 애가 소화 되지 못하는 것도 있고 탯줄로 음식물을 받다가 입을 사용하게 됨으로서 생긴다는 설도 있는데 아무튼 저건 대부분 겪는 것 같다. 이런 배앓이 방지 분유라는 '엡솔루트 센서티브'나 '노빌락 AC' 같은 것들이 있는데 센서티브는 효과가 아예 없었고 노빌락은 안써봤다. 왜냐면 배 앓이를 할 경우 '콜릭 댄스'나 '다리 들어올리기' 등 민간 요법?이 다양하고(콜릭 댄스는 효과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뭐 결국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해서 굳이 먹을 것을 바꾸진 않았다.
특수 분유는 후기들을 봐도 좀 객관적으로 보면 플라시보 효과나 이미 샀으니 좋아보이는 효과가 작용한 듯한 느낌이 많았다. 의사들도 5명에게 물어보니 4명이 비추했다. 즉, 어지간하면 별로 비추.
- 애기 목욕 용품
애가 0일부터 100일 전후는 거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대야로 충분하지만 100일이 넘어가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경우 욕조가 필요해진다. 미리 사두자. 다만 사더라도 비싼거 사지말자. 2~3만원짜리도 충분하다. 특히 등받이 이런거 별 쓸모 없다. 아예 진짜 기능성 (애를 띄어준다던가 등등) 은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등받이는 어차피 미끌어져서 더 불편하다. 천을 가지고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아빠들이 잘 생각해보자!
Bath는 피부에 바로 닿는 거라 고가형 하나 사서 썼다. 지금도 쓰는 중이고, 다만 신생아 때는 이런거 필요 없다고 해서 초반엔 잘 안 쓴다. 수건은 3~4개 정도가 적당하다. 여름엔 좀 더 필요하긴 한데 어차피 아기 옷이나 손수건 때문에 1~2일에 한 번씩 빨래를 돌리기 때문에 회전율이 나쁘지 않아 많아도 당장은 쓸모 없다.
- 속싸개
최소 3~4개 필요하다. 크고 좋은거 사는게 좋다. 에르고에서 나온 구속구 처럼 되어 있는 건 우리에겐 편리하지만 애가 불편해 했다. 개인적으로 에르고 파우치라는 것이 매우 좋았는데 가격이 사악했다. 3개 사서 로테이트 돌렸다.
- 겉싸개
출산을 가을에 한다면 필요하고 여름 / 봄 / 겨울에 하는 경우는 쓸모없다. 보통 겉싸게가 필요한게 외출 나갈 땐데 어차피 애가 100일 전까지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하고 산부인과나 조리원에서 1개 정도는 주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쓰면 된다. 나머지 계절은 굳이 겉싸개가 필요없다.
- 수유
모유 수유와 분유 수유에 따라 필요한게 다르다. 처음엔 누구나 모유를 먹이려고 하나, 엄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모유는 아무튼 힘들다. 모유하는 엄마들에게 다시 한 번 존경의 마음을 품도록 하자. 자신이 모유로 컸으면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한마디 하는 것도 좋다.
애기 젖병은 모유 수유를 할 땐 비상 용 2~3개면 충분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모유 후 젖병 수유를 할 경우나 분유 수유할 땐 160ml로 최소 4개는 필요하다. 그 이하는 아기마다 편차가 있지만 잘 먹는 아기일 경우 용량이 늘어나서 빨리 바꾸게 된다. 처음부터 6개를 사면 출혈이 몹시 크므로 애기 젖꼭지는 종류별 (유피스, 더블하트, 혹은 다른 것)로 1개씩 사두고 애기한테 맞는 걸 확인 한 뒤에 지르자. 가격이 심히 사악하다.
유축기는 렌트하지말고 꼭 사는 것을 추천한다. 되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렌트하면 한달 렌트비가 어마어마하다. 나는 그냥 Cimilre S2 샀는데 3개월 정도 사용하고 원가에서 얼마 안 떨어진 가격으로 팔았다. 귀찮은게 아니라면 사는 것을 추천한다.
- 손수건
의외로 선물로 안 들어온다. 너무 싸서 선물로 하기 민망해서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저것 살 때 많이 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두는게 좋다 4~50개 가지고 회전 돌리는게 적절했다. 여담으로 빨래 건조대도 손수건 한 번 빨면 10개는 빨게 될 경우도 있으므로 여유가 없을 경우 하나 정도 더 구매해두는 것을 추천.
- 애기 옷
여름과 겨울 다르다. 배냇저고리는 6벌 이상 필요하다. 하루에 2번 이상 갈아입힐 때도 많으니까. 하지만 당연히 선물로 많이 들어온다. 조리원에서도 한벌 산부인과에서도 한벌은 준다. 얼마 지나면 배냇저고리는 졸업하고 내복으로 갈아타는데, 일반 내복(위, 아래)은 6벌은 필요하다. 이 시점부터 팔을 막 움직이므로 손싸개도 반드시 필요하다. 3~4 세트 정도. 양말은 답답해 하는 것 같지만 좀 더 컸을 때나 신겨줬다. 왜냐면 애들은 머리랑 피부로 숨을 쉬는데 너무 많이 닫아 놓는게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바디슈트, 우주복은 아기에 따라 다른데 우리 아기는 한 3벌 가지고 회전을 돌렸다.
애기 침대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뉘는데,
범퍼 침대
장점: 같이 누울 수 있다. 즉 애가 잘 때 좀 토닥여줘야 할 때는 진리.
단점: 애를 눕힐 때 나도 앉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다.
일반 애기 침대
장점: 애를 눕힐 때 허리에 부하가 적게 듭니다.
단점: 토닥여 주기 위해선 그 근처에 의자를 놓거나 서있어야 합니다. 기저귀도 서서 갈아줘야 한다.
그리고 이후 애가 힘이 쌔지면 올라타서 떨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떨어지는게 가장 두려워서
범퍼 침대를 구입했다.
>> 방수 패드는 2개 정도 사서 돌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고, 이불은 따로 사는 것이 좋다. 배게도 아이용 배게가 따로 있으니 하나 사두자.
- 기타 필수 용품
체온계, 습도, 온도계 (습온도계는 2개 정도가 적당함. 거실, 안방)
애기 면봉: 처음 코딱지 파줄 때 흡입기는 편리하긴 하지만 바람 조절을 잘못하면 애가 아파한다.
공갈 꼭지: 1개 사서 쓰는지 안 쓰는지 파악한 뒤에 주는 것이 좋다.
새제: 그냥 주변에서 사기 편한 b&b 같은 제품이 좋다. 역시 너무 바꾸면 좋지 않으니까.
보습 크림: 버츠비 => 피지오겔 > 세타필 별로 사용했다. 셋 모두 추천
아기띠: 반드시 필요하다! 좀 여유가 있다면 겨울, 여름 꺼로 사두는게 좋다.
카시트: 개인적으로 CYBEX 추천. 비싸긴 한데 360도가 돌아간다는 장점이 너무 압도적이다.
손톱깎이, 물티슈(혹은 건티슈)
산모 패드: 오로 나올 때 받아야 한다. 산부인과나 조리원에서 주는 건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별로였다.
모유 패드: 유방 감싸주는건데 모유할 땐 사는 것이 좋다.
가습기가 없다면 가습기
촛점 맞추기 놀이용 책 한 권
선택
보온병, 물 끓이는 기계: 분유로 하면 필수, 후에 보리차를 끓일 때도 편하다.
기저귀 바구니: 기저귀를 수납한 뒤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 편하다.
수유 배게: 볼불복 (애기가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쿠션이 하나 쯤은 필요하다.
투약기: 네버 쓸모 없음.
모빌: 선물로 많이 들어오지만 안 들어온다면 1개쯤은 필요하다. 타이니러브 강추한다.
바운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고. 우리는 누나가 줘서 썼지만 바운서에서 생각보다 자질 않았다.
베이비슬링: 굉장히 좋지만 고가라......
각종 통 닦을 브러쉬, 실리콘 집게, 젖병 건조대, 새벽에 조명으로 사용하는 스텐드
애기 빨래 건조대 (엄청 많이 널어야 하므로 넉넉해야 함)
복대: 산전 복대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지만 산후 복대는 제왕절개 할 때만 필요하다.
기저귀 가방: 그냥 취향에 맞춰 사는게 좋지만 일반 가방으로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등이 있다. 위의 것 외에 것은 내 경험 상 옵션에 가깝다. 즉 선택이라 보면 된다. 필수는 저기에 있는 것들. 유모차는 절대 미리 사지 말자. 이후 애가 나오면 외출을 할 수 있을 시점에 '태워보고' 사자. 우리 애도 리엔을 샀다가 결국 잘 안타서..
50일과 100일이 되면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고 필요한 것도 달라지는데, 그건 p.2에서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두 좋은 출산 용품을 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