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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권 Feb 20. 2019

영어 울렁증

치료법= 삼계탕+자신감 한줌+레몬 반개+거울보며 댄스

우리집 옆옆집엔 파티쟁이들 party bug이 산다.

매주 금요일,토요일 그집 앞마당엔 시끌시끌 외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다.

그래서 요일을 신경쓰지 않는 나에겐 주말을 알리는 알람 역할, reminder인 셈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올라오면서 벌써 금요일이군..

그러곤 집에 와서 잠시 쉬고 있는데


" 삐비빅 취췩"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오 드라마?!! 난 주택가 경찰차소리가 좋다. 그 소리는 마치 뭔가 엔터테이닝한

구경거리가 일어난다는 거니까

근데 이 경찰아저씨 소리만 내고 말을 안한다.


"췩췩...어....엄..취이익췩.... 췩" 


마치 뭔가 말을 하긴 해야 겠는데 용기를 못내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그런 에너지가

췩칙 전자음에서 흘러나왔는데 그때 난 경찰차가 어디로 왔는지 알았다.

'파티벌레들 잡으러 왔군.'

밤 10시 반밖에 안됐는데 누군지 몰라도 일찍 자는 늙은 지루한 사람이 경찰에 전활 했음이 분명했다.

역시 내예상은 적중.

경찰이 오자마자 기세등등 하얀 원피스 잠옷의 머리 산발 할머니 출현,


"그만 놀아! 이것들아 잠 좀 자자!"


작은 체구의 엄청난 목소리다.

한동안 경찰차 소리가 나다가 이 외쿡파티벌레들의 노는 소리가 잠잠해진다.

곧 경찰차는 떠나고 12시 넘어가자

이번엔 술에 잔뜩 취한 파티벌레남 1 이 소리를 지른다.(영어로 물론)

화난 한국할머니 흉내까지 내면서 "왜 우리 잘 놀고있는데 그 이른시간에 경찰을 불러냐" 며 

목청 좋게 연설을 한다.

완전 열받은 할머니가 경찰에 폭풍전화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경찰차가 곧 올테니까 준비를 해야해,'

위스키 한잔을 들고 베란다 R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더니 곧 경찰차가 동네로 들어온다, 2대나.

근데 이 경찰들 정말 폼 안난다.

차에서 내려서는 그윽히 외국애들을 그냥 바라만보고 있다. 

서서보다 지쳤는지 이젠 골목에 쭈구려 앉아 관람모드. 


앵그리 할매: "한국말 하는 사람 나와!" (꽥꽥 소리)


한국땅에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한 한국경찰이 따끔히 주의를 주어야 할 술취한 외국인의 언어를 하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상황.

설상 경찰이 한국말로 카리스마 주의를 줬어도 술취한 그들도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자제를 했을텐데 수줍은 경찰의 모습에 이들은 더 기고만장이다.


경찰분들 영어 못하신다고 창피할 필요도 없고 영어연수 다녀오셔서 원어민 발음과 억양으로 외국인들과 얘기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는 한국말을 하는 나라이니까요.

물론 영어가 자유로우면 해외여행도 자유롭고 해외사이트 서핑도 자유롭고 각종 뉴스, 기사 리딩도 자유롭다.

하지만 누가 됐는간에 영어만 하면 자동적으로 형으로 언니로 모시면서 금색 영어배지를 달아줄 필요는 없다.

영어 울렁증은 우리 주변에 이끼처럼 어디든 끼어 있다.

좀 걷어 낼까요 이젠.


영어울렁증은 그저 영어를 듣고 말하는 환경에서 내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그 불편한 공포심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외국사람만 보면 무조건 그 사람의 언어로 내가 맞춰줘야 한다는 태도에서부터 발생하는거다.

홍대 어디를 걷다 외국인이 영어로 무언가를 물어보면 친구와 어쩔줄 몰라하며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 뭔 대단한 잘못을 한것처럼 서있는 사람들.

우리나라에 와서 영어로 부탁을 하는 주제에 기고만장 자기말을 못 알아듣는 한국사람을 이해 못하겠다고 쳐다보는 외국인들은 좀 그만보고 싶다.

어느누구도 당신에게 불리한 그 게임의 룰을 정하지 않았는데 스스로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밑에 내려가 있는 꼴이다.

한국에서 일적으로 영어를 해야하는 일이 아닌 이상 당당히 한국말로 말하고 모르는 사람들은 가르쳐 주면 된다. 

영어울렁증이라니,  한국사람이 영어를 못하는건 너무 당연한거 아닌가. 나는 일본애들이 유럽애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부끄러워 하는것을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것보다 한국인이 미국말을 하는 것이 서로의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하는거라면 '그래, 너의 한국말보다 나의 영어가 더 나으니 내가 이 대화를 리드를 할게.' 라는 태도가 옳지 '아이고 내가 영어를 못해 죄송합니다' 라는 송구함을 디폴트로 깔고 가면 평생 피곤하다.


영어울렁증이라는게 한국사람에게 영어라는 언어가 너무 어려운것도 부분적 이유이고 또 자기표현을 생활화하지 않는 또는 못하는 우리의 문화에 결정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똑부러지고 자신감있게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자신이 원하는걸 얻어내는 협상을 하며, 그 화술로 상대방, 또는 더 나아가 집단에 자신의 색깔을 표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를 하는 능력과 기술을 평소 훈련하지 않음에서 영어울렁증이라는게 생겨난다.


그럼, 영어를 진짜 해야하는 상황에선?

직업상 영어말하기 평가를 많이 해본 관점에서 볼때,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스피킹 평가에 있어서 문법과 어휘를 풍부하게 쓰면서 발음이 탁월한것보다 자신의 색깔로 분명히 자신감있게 크게 말하는 스피킹에 더 큰 평점을 주어왔고 실제 같이 일했던 원어민, 영어전문가들도 나와 같은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꼴랑한 점수도 그 최종 목표가 될수 없다.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들도 그 자체가 고득점을 내기위한 최종목적이 아니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나 활동을 하기위한 도구로써 그 기능을 하면 되는것이지 이것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못한다고 부끄러워하지 마라.

대신 좋아하는 음악에 춤을 추고 스스로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여행하고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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