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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7일, 대한민국의 보수는 죽었다.

보수는 그런 것이 아니다.

by 권사부

<이 글은, 작가로 선정되기 전 2024년 12월 22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다. 오늘날 자칭 보수라 불리는 이들은 “박정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없었다”며 그를 신화화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등이 성과를 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같은 정책들은 히틀러의 아우토반을 벤치마킹한 사례로, 가난한 국가들이 채택한 국가자본주의 흐름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는 시대적 필연성이었지, 박정희 개인의 천재적 비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박정희는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외친 수많은 이들을 억압하고 목숨을 앗아갔다. 그의 경제 성과를 이유로 이러한 폭압적 행적을 정당화하는 것은, 가난과 억압을 맞바꾼 독재를 미화하는 행위에 다름없다. 박정희가 남긴 것은 경제 성장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짓밟은 깊은 상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은 하나회를 기반으로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그 역시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정권을 차지했으나, 이는 명백히 개인의 권력욕을 위한 반란이었다. 1980년,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는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이를 "빨갱이"로 몰아가며 수많은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 또한 히틀러가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했던 것과 닮아 있다. 전두환 정권 8년 동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 같은 끔찍한 일들이 이어졌다. 그의 독재를 옹호하며 경제발전을 찬양하는 이들은 과연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사유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밤 10시 30분, 국민들이 잠자리에 들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던 시간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자신과 그의 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던 것처럼 '빨갱이'로 몰아갔다. 1980년대로 시간을 되돌린 듯, 반대하는 이들을 체포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대한민국을 강제로 장악하려 했다. 전두환과 박정희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그는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으려 했지만, 오늘날 발전된 정보사회 앞에서 그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2024년 12월 7일, 탄핵안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투표에 불참하며 무산되었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국회 앞 광장에는 수많은 국민이 모였고,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인훈은 광장을 "운명이 만나는 자리"라 했던가. 오늘, 수많은 운명이 응집된 광장에서 국민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지만, 여당은 오히려 스스로 눈과 귀를 닫았다. 국민들은 분노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투표 자체를 거부하고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치졸한 모습은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 불리는 보수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늘은 대한민국 보수가 죽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그리고 그 권력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은 국민의 외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가? 괴벨스의 프로파간다가 나치의 만행을 덮었던 것처럼, 이들은 인간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 윤석열을 옹호하는 일부 보수층은 진실에는 무관심하며, 언론과 정치적 선동에 세뇌된 채 살아간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부르고 싶다. 자기 성찰과 사유의 기능이 결여된 삶이 무식함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소신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생각'을 게을리하는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보수란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미래를 신중히 준비하는 태도이다. 돈이 많아서, 특정 지역 출신이라서 보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가와 국민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진정한 보수다.


현실은 개탄스럽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 똑똑해져야 한다. 좌우에 편향되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사유를 통해 세상을 '잘'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수많은 선배들의 희생으로 어렵게 만들어졌다. 민주주의가 가장 완벽한 체제인지는 논의점이 존재하지만, 현시점에서 인류에게는 민주주의가 최선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유일한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성찰과 사유의 기능을 되살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동참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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