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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이 더 강해지는 법-보험AI챗봇 실패기

보험 AI챗봇 실패기에서 얻은 통찰

by 권상민

ChatGPT를 이용해서 AI보험상담 챗봇을 지난 1년간 만들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보험회사에서 10년 넘게 건강 보험상품을 개발했던 사람으로써 항상 어떻게 해야 건강 보험을 더 쉽고, 부담없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삼성화재를 재직중일 때에도 고객이 보험설계사 없이 다이렉트로 건강보험을 가장 편하고 부담없이 가입하고, 회사에는 수익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상품을 출시했었다.

스타트업을 6년전 처음 창업을 했을 때, 그때도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검토 했는데 그 중 하나는 보험설계사를 대체하는 AI챗봇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다만, 2019년 첫 창업 당시에는 그 시절 기술력으로는 AI챗봇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화엔진이었다. 2019년, 2020년 그 당시에 한국에서 사람과 대화하는 대화엔진을 가진 업체들을 몇 곳 만났지만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 고객과 보험 상담을 한다고? 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미국 레모네이드라는 회사가 가장 알려졌는데 이 회사의 AI챗봇도 내가 보기엔 대화가 아니라 미리 설정한 대화의 흐름대로 보내는 룰셋팅 수준이었다.

하고 싶은 목표는 큰데, AI챗봇의 초입인 대화부터 해결이 안되니 그 프로젝트는 검토만 하고 바로 끝났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ChatGPT가 등장했다.

나는 ChatGPT를 본격적으로 쓴 것은 2024년 초 부터였다. 거의 남들보다 1년 늦게 쓰기 시작했는데, 회사가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여러가지 현존하는 문제들을 정리하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1년늦게 시작했는데, 왜 ChatGPT가 이렇게 각광을 받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ChatGPT를 조금 만져본 이후에, 이거라면 내가 구상했던 거의 5년간 늘 꿈만 꾸던 AI챗봇, AI보험설계사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ChatGPT는 나같은 스타트업사들을 위해서 API도 제공하고 있었다. 즉, 외관 UI는 내가 맘대로 꾸미고 ChatGPT대화엔진이 반응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 테스트를 해보니 대화는 정말 유연했다. 요즘 모두가 AI에 대해서는 경험을 잘 하셨다시피 ChatGPT는 말을 너무 잘 하니까 고객과의 대화에는 문제가 없겠다고 확신을 했다.

그런데, 이 다음부터가 진짜 문제였다. 이렇게 말하기 그렇지만 ChatGPT가 아는게 너무 없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씬에서는 도메인 지식이라는 말을 한다. 보험사업과 관련된 아주 개략적인 인터넷 써치해서 나오는 정도의 지식만 있지, 심층적인 지식이 없는 것이다.

당연하다. ChatGPT를 개발한 오픈AI사가 한국의 보험상품을 알고 그 정보를 넣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지 않겠는가.

오늘 기준으로 한국의 40개 보험회사가 팔고 있는 건강보험, 생명보험 상품은 대략 1,500개가 넘는다. 정말 똑똑한 AI챗봇이라면 이 상품을 다 이해하고, 비교 분석해서 제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고객이 원하는 보험상품에 대해서 답을 못하는 것이었다.

어느 AI전문가께서 면담을 요청해서, 적어도 내가 제일 잘 아는 보험씬의 AI수준에 대해서 내가 답변 드린 적이 있다.

“권대표님, 지금 AI로 보험업을 대체하려고 하면 뭐가 가장 문제인가요?”

나는 다음과 같이 답변 드렸다.

“물건 사실때, 어디 사이트 가세요?쿠팡 가시죠? 쿠팡 가서 물건 사실 때 어떻게 하세요? 검색창에 원하는 상품 넣고, 버튼 누르면 쫙 나오죠? 거기서 가격순으로 보던, 인기순으로 보던, 후기까지 보면서 물건 고르시죠?보험도 똑같습니다. AI까지 갈것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보험상품을 설계사가 팔듯이 경쟁력있게 팔려면 이와 같은 가격정보를 확인하고 알려주는 것 여기부터 시작인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렸다.


지금 보험씬은 AI도입은 커녕 40개 보험회사가 파는 보험료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곳이 없다.

여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보험회사가 파는 보험료는 보험설계사들이 이용하는 설계사용 포털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내가 앞에서 40개 보험회사가 파는 오늘 기준의 건강보험, 생명보험이 약 1,500개 된다고 했는데 보험의 쿠팡이 되고 싶다면 이 상품들을 다 들어가서 확인하고 보험료를 미리 적재해서 준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회사가 보통 3개월 정도에 한 번씩 보험료를 계속 바꾼다. 그러니까 1,500개 상품의 보험료를 수집하기도 전에 계속 바뀌는 환경까지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AI챗봇을 만들려고 했던 나의 순진한 생각은 단순히 대화만 할 수 있다고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ChatGPT, 그 외 다른 유명한 모델들을 다 써봐도 일단 기본적으로 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앞에서 말한 가장 1번의 요소인 보험상품가격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보험업법의 세부적인 지식, 보험업 감독규정의 준수 규정 등은 학습이 안되어 있어서 문장 수준으로만 알고 있지 이 역시 현업에 적응이 안되었다.


이 쪽 분야의 핵심인 도메인지식이 너무 없으니 AI챗봇을 훈련시키려고 네이버 지식인에서 고객들이 그동안 20년동안 한 질문 1,200만개를 분석했다. ChatGPT를 가르키기 위해서. 그래도 그 질문의 답변이 확실한 것은 아니고 네이버지식인의 전문가들 주관적인 답변이라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AI챗봇이 보험설계사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앞에서 말한 상품가격, 법규, 관련 업계지식을 다 학습했다고 하자. 그러면 끝일까?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마무리, 고객과의 교감 및 소통이 남았다.

보험상품을 예로 들었지만, 물건을 구매할 때 필요에 의해서 지금 당장 사는 물건들이 있지만 필요치 않아도 사는 물건 및 서비스도 있다. 보험이 그렇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설명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리스크를 설명해주고 고객이 필요하도록 선명하게 느껴지게 해서 팔아야 하는데 그 부분까지는 아직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그런데 그 기술을 쓰는 사람은 인간이고 우리들이다. 오늘 AI를 세일즈라는 측면으로만 이야기 했는데, 아직 AI는 이와 같이 도메인지식이 부족하고, 상황에 따른 통찰력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것이 확실하다. AI 기술자들이야 끊임없이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할 것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나 역시 앞의 약점들을 계속 보완해서 서비스를 내고자 하니까.


그럼에도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우리 인간들은 지금 AI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분명히 인지하면 좋을 것이다. 내가 있는 영역, 내 사업에서 AI가 치고올 부분과 그렇지 못할 부분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내가 세일즈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도래할 시간을 1년 , 3년, 5년 등으로 나눠보고 그때까지는 이 사업을 해도 되겠다, 저 때부터는 이렇게 전환될 것이니 이렇게 해야하겠다라는 판단을 해야 한다.


블로그 1일 1포스팅이 능사가 아니고, 매일 글 한편, 유튜브 영상 하나가 정답이 아니다. 본인의 업에 있어서 전략방향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서 다가오는 AI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기를 의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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