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실패하는 방법3 _달걀프라이

- 달걀프라이,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by 용기발전소

요리는 실패하면서 배운다지만, 달걀프라이는 내게 매번 지나치게 엄격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이 단순한 요리 앞에서 철저히 무능하다는 사실을. 달걀프라이 우습게 보지 마라. 달걀프라이 후딱 하는 사람들은 알 리 없다. 이 평범한 요리가 나를 얼마나 자주 좌절하게 하는지.


깨지는 건 달걀이 아니라 내 자존심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오늘은 잘할 수 있겠지?' 하지만 첫 번째 장애물은 늘 껍질이다. 달걀을 팬 위로 깨려는 순간, 껍질은 내 의도와 달리 산산조각 난다. 껍질을 골라내는 동안 흰자는 이미 팬 위에서 제멋대로 퍼지고, 노른자는 슬쩍 터져 흘러내린다. 프라이팬의 참사를 보고 있자니... 이건 요리인가, 재난인가?

그나마 프라이팬 위로 떨어진 껍질을 건져내면 그나마 다행이다. 못 보거나 모른 척 넘어가 껍질을 함께 먹게 되는 경우가 절반이다. '그래, 껍질 좀 먹어도 괜.찮.아.'


불 조절, 뒤집기의 미학(?)


내가 생각하는 요리의 3대 난제는 불 조절, 타이밍, 그리고 인내심이다. 하지만 달걀프라이에서는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완벽한 실패가 보장된다.

너무 센 불을 쓰면 흰자는 삽시간에 가장자리부터 타들어가고, 노른자는 마치 용암처럼 속을 드러낸다. 팬에서 들리는 '지글지글' 소리가 점점 격렬해진다. 그렇다고 약불로 조심조심 요리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오일리한 달걀프라이가 된다는 것.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중간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듣기도 전에 실패의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달걀프라이의 실패담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뒤집기다. 노른자가 살아 있는 프라이를 뒤집는 것은 일종의 곡예와도 같다. 뒤집개를 들고 팬 위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반전을 꿈꾸며, 용기를 내 뒤집어본다! 그 결과는..... 노른자는 터져 팬 위에 황금빛 흔적을 남기고, 흰자는 흐느적거리며 무참히 찢어져버린다.

참 일관성 있어서 좋다.


완성된 프라이, 또는 무엇이든지 간에

최종 결과물을 접시에 올릴 때면 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건 분명 달걀프라이인데, 어쩐지 그것 같지 않다. 흰자는 검은 가장자리로 그을리고, 노른자는 이미 흰자와 융합해 사라져 버렸다. 속상한 마음에 달걀프라이를 애써 케첩으로 덮어본다. 모양새가 별로여도 맛은 그럭저럭 괜찮겠지. 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너무 익어서 퍽퍽하거나, 덜 익어 질척이며 그 맛마저 나를 배신한다.


달걀프라이가 무슨 고급 레스토랑 요리도 아닌데, 나는 매번 흰자와 노른자가 조화롭게 자리 잡은 이상적인 모습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때론 흰자가 흘러넘치고, 노른자가 터지며, 내가 원하는 이상에서 벗어나는 게 삶 아니겠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작은 실패들이 내가 요리뿐 아니라 인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도록 돕는지도 모른다.

달걀프라이가 나를 또 무너뜨리더라도, 언젠가는 나도 그 노른자를 완벽하게 지켜낼 날이 오겠지. 아니면 그냥 반숙을 포기하고 완숙의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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