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모주의 세계 -실전편
투자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무턱대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은 안타까운 기억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공모주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기 전에 무엇을 보면 좋을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보통 규모가 작은 IPO는 한두 개 증권사에서 기업공개 실무를 담당하지만, 위에서 말한 빅히트나 최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같이 규모가 큰 IPO는 여러 증권사가 주관업무를 함께 진행한다.
공모주 청약을 하고 싶다면, 해당 IPO를 담당하고 있는 주관사가 어디인지를 확인하고, 만일 그 증권사에 계좌가 없다면, 청약을 위해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해당 회사에 계좌가 없으면 청약을 못한다.
최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NH투자증권을 포함한 6개 회사에서 청약할 수 있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애용하는 키움증권은 이 6개사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키움증권 계좌에서는 청약할 수 없었다.
청약을 위해 주거래 계좌를 옮길 필요는 없다. 증권사마다 청약 우대조건이 있다 보니 그걸 맞추는 사람들도 있는데, 공모주에 목숨을 건 게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다만 청약시점에 청약증거금을 넣을 수 있으면 된다.
기업공개를 앞둔 회사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각각 공시한다. 두 서류에 들어가는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증권신고서는 회사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이고, 투자설명서는 투자자들에게 청약을 권유하기 위해 작성하는 서류로, 먼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음에 투자설명서를 공시한다. 이후 수요예측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서류를 공시하는데, '[기재정정]투자설명서'가 최종본이니 이걸 보면 된다.
투자설명서에는 최종 공모 가격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지만 내용이 워낙 방대하니, 중요한 부분만 짚어가면서 읽도록 하자.
가장 먼저 위치한 요약정보에서는 우선 핵심투자위험을 챙겨보자. 사업위험부터 기타 투자위험까지, 투자자가 꼭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가 있으니, 요식적으로 써놓은 거라 생각하지 말고 꼭 한번 읽어보는 게 좋다. 투자위험에 대해서는 아래에 있는 Ⅲ.투자위험요소에 보다 구체적으로 써놓고 있으니,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추가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Ⅳ. 인수인의 의견 란 역시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평가에서 쓰인 다양한 자료들이 공개되는데, 회사가 포함되어 있는 시장의 규모라던가 경쟁현황 등을 자세히 써둔다. 다 읽으면 좋겠지만, 우선 공모 가격 산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보자. 공모가가 과연 합리적으로 산정되었는지 판단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2020년 빅히트 공모 당시 엔터회사이면서 평가를 위한 비교기업에 카카오와 네이버가 포함되어 있어 공모가 산정 기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바 있다.
개인적으로 청약을 고민할 때, 이 내용을 보고 공모가 산정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청약을 하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는 첫 거래일에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공모가 수준이 높아 과연 첫 거래일에 공모가보다 높이 거래될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청약하지 않기로 결정했었고, 후회도 하지 않는다.
Ⅴ.자금의 사용목적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시설투자나 운영자금, 그리고 미래 투자를 위한 예치금 정도를 많이 말하는데 가끔 차입금 상환에도 쓰이는 경우가 있다. 조달한 자금을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차입금 상환이나 운영자금으로 써버릴 계획이라면, 청약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 외에도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보고 싶다면 제2부 발행인에 관한 사항에서 Ⅱ.사업의 내용을, 최근의 재무상태에 대해 확인하고 싶다면 Ⅲ. 재무에 관한 사항을 살펴보자. 당연한 얘기지만, 상장을 앞둔 회사는 상장 직전의 실적을 최대한 잘 나오게 하고 싶어 한다.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증권사 계좌도 있고, 투자설명서도 열심히 읽었다면 이제 실제 청약을 해서 주식을 받아보는 일만 남았다.
청약을 할 때는 최소 청약수량이라는 게 있다. 보통 10주를 최소 수량으로 잡는다.
그리고 동시에 '청약증거금'을 요구하는데, 일반적으로 청약금액의 50%이다. 최소 수량만큼만 청약할 때 청약증거금은 이렇게 계산된다.
최소 청약증거금 = 공모 가격 × 최소 청약수량 × 50%
최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예를 들어보자. 공모가 65,000원에 최소 청약수량 10주, 그리고 증거금률 50%를 곱하면 최소 청약증거금 325,000원을 구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총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가급적 둘째 날에 청약하는 걸 권장한다. 특히 여러 증권사에서 청약이 가능한 대형 IPO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면 청약을 하고서도 한주도 배정받지 못할 수 있으니 첫째 날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어느 증권사에서 청약을 할지 가늠해보는 게 좋다. 올 하반기에 증권사 간 통합청약시스템에 도입되면, 한 사람이 여러 증권사에 청약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그러니 어디에 청약할지 잘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청약에 성공해 주식을 받으면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온다. 언제 팔아야 할까.
공모주 투자를 하는 주변 사람 중에 첫날 가격이 어떻게 되든지 시초가에 매도하는 회사 동료가 있다. 그 친구는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공모주는 무조건 시초가에 매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손실이 나든 이익이 나든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이처럼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서 매도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청약증거금이 적고 배정받는 물량이 많을수록, 즉 경쟁률이 낮을수록 첫 거래일 가격 상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커진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의 경쟁률이 1000:1을 넘는 건 예사다보니, 공모주 배정을 받기 위해 대출까지 일으키면서 청약증거금을 집어넣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대출까지 일으켜 청약했다면, 청약 후 남은 증거금을 되돌려주는 이틀 동안 발생하는 대출 이자도 감안해야 한다. 대출 이자율이 2%라고 가정하면, 1억 원을 빌릴 때 이틀 동안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10,958원이다.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상환할 수 있다면 이걸로 끝나겠지만, 만약 중도상환 수수료를 요구하는 대출이라면 따상에 성공해도 은행에 돌려줘야 하는 수수료가 더 클 수도 있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출을 일으키면서 공모주에 투자하지는 말자.
올해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균등배정제도가 도입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소액으로 공모주 투자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투자에 첫 발을 내딛는 초보 투자자라면, 소액으로 공모주 투자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이론만 아는 것보다 직접 겪어서 배우는 지식이 더욱 와 닿는 법이다.
여러분의 공모주 투자가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