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취준생을 위한 인사업무 안내서 5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채용 최종 합격 이메일에는 간단한 축하 인사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서류 목록이 적혀 있다. 인사서류 양식, 개인정보 활용동의서, 보안서약서는 양식에 맞게 작성해야 하고, 여기에 부가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경력증명서, 주민등록 등본, 초본, 가족관계 증명서, 자격증 사본과 통장사본이 더해진다. 경력직인 경우에는 경력증명서와 원천징수 영수증, 최종 회사의 연봉계약서와 4대 보험 가입내역 확인서가 더 따라붙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많은 서류를 대체, 왜 내야 하는 걸까? 요즘처럼 개인정보에 민감한 시대에 이런 많은 종류의 서류와 정보가 정말 꼭 필요한 걸까? 혹시 회사가 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구직자 중에는 간혹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채용시즌이 끝나면 불합격자들 중 자신이 제출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삭제하거나 반환해달라고 요청하는 지원자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다.
인사관리의 기초, 인사 데이터
오래전, 기업부설연구소 운영실태조사를 위한 감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KOITA(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 국가 위탁으로 기업부설연구소 관련 실무를 진행하는 기관)는 연구소 소속 전담 연구원과 보조연구원, 그리고 연구소장의 학력사항과 최종학위 사본을 요구했다. 연구소 인력만 수백 명에 달했기 때문에, 이 자료를 일일이 찾아 출력하고 정리하는 것만도 상당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인사서류(자격증, 학위증명서 등) 중 전자 데이터화 되어있지 않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일일이 해당 인원의 서류철을 뒤져가며 제출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이때 깨달은 것이 있다. 기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소속 인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인사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업무는 이런 인사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즉, 인사 데이터 관리가 인사관리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증빙용 서류와 필요서류
입사할 때 내는 서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증빙용' 서류와 '필요' 서류다.
'증빙용' 서류는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이야기했던 말들이 사실인지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다. 자격증 사본, 학위증명서, 병역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초본이나 전 회사의 연봉 관련 증빙서류(연봉계약서, 원천징수 영수증, 4대 보험 가입내역 확인서 등)가 이에 해당한다.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에 거짓 내용은 없는지, 혹시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거나 허위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없는지를 체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거짓 정보로 채용이 되는 것은 다른 정직한 구직자와 회사에게 피해를 주는 일로, 보통 이런 경우 채용이 취소되기도 한다. 노동자의 직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근로기준법도 이런 경우에는 보호해주지 않는다.
반면에 '필요'서류는 회사가 각종 행정처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새로운 사람이 회사에 들어오면 회사는 4대 보험 가입신고를 해야 하며, 이때 해당 인력의 부양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피부양자의 주민등록번호가 들어있는 가족관계 증명서가 필요하다. 연중 경력 입사자의 경우에는 연말정산을 위한 등본, 가족관계 증명서, 원천징수 영수증을 미리 받아둘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각종 공공기관에서 필요에 따라 회사 인력의 데이터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회사는 입사시점부터 자주 사용되는 직원의 개인정보와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미리 받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빠르게 정보를 정리하여 관련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관련 업무가 밀려들 때마다 일일이 직원들을 찾아가 정보를 구걸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현업 때문에 바쁜 직원 입장에서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고, 업무 담당자는 아마 죽을 맛일 거다. 이런 업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큼 관리직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좋은 구석도 없다.
결국은 '법'이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하며 반드시 필요한 개인정보만을 수집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정했다. 동시에 정부는 기업에게 연말정산 의무와 같은 각종 행정처리 업무를 부과함으로써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가족 구성원과 관련된 민감정보(연말정산을 예로 들면 주민등록번호, 의료비를 포함한 가계 지출내역, 전세자금 대출내역 등)를 수집하지 않으면 업무를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정리하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업무는 인사팀의 가장 기초적인 인사관리 업무가 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현명한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덧붙여서, 채용 단계에서 이력서 양식을 현명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기업이 지원자의 학력이나 경력뿐만 아니라 신체정보(키, 체중, 시력, 혈액형 등)까지도 적어 넣을 것을 요구하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업무와 합리적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이력서 기재사항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좋다. 심지어 블라인드 채용, NCS채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직원과 관련된 공공기관 행정업무 경험과 노하우가 적어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어떤 정보가 불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 쓰일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식으로 많은 정보를 넣어야 하는 이력서 양식을 만들면 곤란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쉽기 때문이다. 일단은 최소한의 업무 관련 기재사항을 중심으로 이력서 공통 양식을 만들어 지원자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차후에 업무를 진행하며 필요하게 된 정보사항을 추가해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차후에 문제가 될 소지를 줄이는 요령이다. 그리고 이력서를 받을 때와 입사자가 들어올 때 개인정보처리 동의서를 반드시 받아두어 차후에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결국은 법이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회사가 활용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도 법이고, 회사가 개인정보 없이는 일을 처리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도 결국은 법이다. 이러한 법을 잘 이해하고, 향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관리업무의 기본이다. 게다가 인사업무는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개인의 가장 사적인 정보를 보관하고 다루는 업무인 것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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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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